내란혐의자가 면책대상이라니!
[김종철의 시민을 위한 헌법이야기]
12.12담화로 재확인된 尹의 내란혐의
내란죄 면책론, 우리헌법 취지에 맞지 않아
무분별한 면책론, 헌정위기의 땔감일 뿐
윤석열 대통령이 스스로 내란을 통해 친위쿠데타를 주도했음을 자백했다. 그의 기습적인 12.12. 담화는 나름 다목적용 대반격으로 기획된 듯하나, 그의 무능력과 무도함을 드러내는 자충수에 불과하다. 또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현실성없고 무원칙한 ‘질서있는 퇴진론’의 허구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이런 담화를 보고도, 친윤중진을 새 원내대표로 선출하고 여전히 탄핵만은 안된다고 외치는 국민의힘은 지금이라도 당론을 변경하지 않는다면 명백한 내란의 방조자로서의 법적, 정치적 책임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윤 대통령의 2차 담화나 정치적 속내 때문에 그의 손을 놓지 못하는 국민의힘에 정신적 영양분을 제공하는 이론이나 판례 등이 얼마전부터 등장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아예 노골적으로 계엄선포가 통치행위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으며 이는 판례나 헌법학계의 다수의견이라고 강변했다. 다수 헌법학자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거짓말이다. 지난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취지의 질문을 통해 대법원 판례를 제시했다. 이 또한 5.18 비상계엄 전국확대에 따른 반란과 내란에 대한 대법원의 중요한 판례 취지를 거두절미하고 왜곡한 것이다.
대통령 내란죄 면책론?
한편 인터넷을 통하여 비상계엄선포의 정당성은 물론 내란죄 처벌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이 유포되고 있다. 이런 주장들은 12.12. 담화에서 드러났듯이 지지자를 결집하여 탄핵에 반대하고 정권을 수호하는데 나서라는 내란혐의자의 선동에 호응하는 땔감일 수 있다.
계엄선포의 위헌위법성과 내란죄 혐의의 타당성에 대해서는 이미 앞선 칼럼(쿠데타 시도한 대통령, 즉시 권한정지시켜야)을 통해 지적한 바 있다. 오늘은 이번 사태에 윤 대통령를 내란죄로 처벌하려 시도하는 것은 대통령의 면책권을 침해하여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주장을 검토해 본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그 실행이 내란죄에 따라 형사처벌대상이 되지 않는 절대적 면책(absolute immunity) 대상이라는 주장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법적 주장으로 구성된다. 첫째, 계엄선포와 시행은 헌법이 “대통령에게만 부여한 비상대권”이다. 둘째, 비상대권인 계엄선포와 실행의 요건인 “국가적 위기상황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대통령의 몫”이다. 셋째, 미연방대법원의 법리에 따르면, 계엄선포와 그 시행은 형사처벌의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되는 “절대적 면책 대상”이다.
계엄권은 대통령만 행사하는 비상대권인가?
대통령 내란죄 면책론은 대통령만의 비상대권으로 계엄권의 성격을 규정한 첫 번째 명제부터 비판받아야 한다. 현행 헌법은 군사쿠데타로 얼룩져온 헌정사의 교훈을 반영하여 계엄권 등 국가긴급권을 헌법에 제도화하면서 헌정수호라는 순수한 목적에 집중하여 행사될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특별한 헌법적 결단을 하고 있다.
첫째, 계엄선포권과 그 집행권을 대통령에 부여하되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도록 헌법적 한계를 설정하였다.
따라서 계엄의 선포(헌법 제77조 제1항)나 비상계엄에 따라 기본권을 제한하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하는 경우에도 반드시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도록 하고 있다. 즉 입법권자인 국회가 계엄체제에 대한 1차적 관할권을 가진다. 둘째, 이러한 계엄권의 법률주의는 추가적으로 국회에게 계엄에 대한 통제권을 부여함으로써 더욱 강화된 형태로 실현된다. 계엄을 선포한 때 대통령은 “지체없이” 국회에 통고하여야 하고, 국회의 해제 요구에 대하여 이를 해제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이러한 계엄권의 법률주의와 국회의 계엄통제권이 가지는 헌법적 의미는 계엄권이 대통령의 전속권한이 아니라 오히려 국회의 통제권을 전제로 인정되는 예외적 권한임을 헌법적으로 명확히 한 것이다.
계엄권을 대통령의 전속권한으로 상정한 대통령 면책론은, 그 당연한 귀결로 계엄권의 요건인 “국가적 위기상황”에 대한 판단이 “전적으로 대통령의 몫”이라고 주장하나 이 또한 헌법적 타당성이 없다. 먼저 헌법상 전속권한이 아님이 명확해진 이상 더 따질 것도 없지만 혹여나 오해의 소지도 있으니 더 구체적으로 검토해 보자.
헌법과 계엄법에서 계엄선포의 요건을 정했다는 것은 그 집행권자인 대통령에게 1차적인 판단권이 있다. 대통령의 헌법해석권과 관련 권한에 대한 법률해석권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 권한이 “전적으로” 대통령의 몫이 되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이 요건을 잘못 해석해서 위헌·위법하게 적용하는 경우 국회나 법원 내지 헌재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 이른바 통치행위론을 이 대목에서 주장하더라도 현대 입헌민주국가에서 통치행위를 절대적으로 사법심사의 대상에서 제외하지 않는다. 우리 헌재와 대법원도 이미 판례를 통해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 필요한 영역이 있을 수 있지만 국민의 기본권과 관련되는 경우 사법적 통제의 대상이 됨을 분명히 하였다.
물론 대통령의 위헌·위법한 행위 자체가 당연히 내란죄를 구성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국회가 헌법에 위반되는 법률을 제정하더라도 헌재에 의해 그 효력이 무효가 될 뿐이지 국회를 해산하거나 국회의원을 형사처벌하지 않는 것과 같다. 그러나 일반적인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와 달리 계엄권의 행사는 차원을 달리 한다는 점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계엄은 오로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하며, 정치적 중립성을 핵심요체로 삼는 조직인 국군의 병력을 동원하는 권력작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실행 자체만으로도 형법상 국가적 법익을 침해하는 범죄를 구성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한다. 계엄과 관련하여 대통령의 전권사항으로 하지 않고, 국회의 통제권을 전제로 삼은 헌법제정자들의 결단이 추구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대통령은 자신의 계엄선포권과 그 실행이 이러한 형사법적 통제의 대상과 연계되는 한계지점에 있음을 의식하고 신중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당연히 인식해야 한다.
미국 연방대법원 판례가 윤 대통령에게 적용될 수 있을까?
대통령 내란죄 면책론의 마지막 고리는 대통령에게 면책특권이 있다는 주장이다. 그 근거로 최근 트럼프의 면책권을 인정한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례(Trump v United States, 603 U.S. 593 (2024)가 제시된다. 이 사건은 2020년 11월의 대선결과에 불복했던 트럼프는 선거부정에 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선거집계와 결과공포를 방해하려는 시도를 한 것으로 기소되었다.
트럼프는 대통령의 형사면책권을 내세워 대응하였으나 연방법원의 하급심에서 패소하였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은 올해 7월 1일 6대 3의 결정으로 트럼프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 논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사면권과 군통수권과 같이 대통령의 전속권한(conclusive and preclusive constitutional authority)에 속하는 국법상 행위(official acts)에 대하여 형사소추(criminal prosecution)가 절대적으로 면책된다. 둘째, 대통령의 전속권한에 속하지 않는 국법상 행위에 대하여는 형사소추가 필요한 공익이 입증되지 않는 한 면책되는 '추정적' 면책특권이 인정된다. 셋째, 대통령의 국법상의 행위가 아닌 경우 면책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러한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례는 이번 계엄사태를 초래한 윤 대통령에게도 적용될 수 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미국 연방헌법과 우리 헌법의 권력구조 상의 차이나 대통령의 헌법상의 지위, 무엇보다 계엄권의 헌법적 성격이나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규정 때문에 적용될 수 없다.
첫째, 미국 연방헌법은 대통령의 형사상의 면책 혹은 불소추 특권에 대한 명문의 규정이 없다. 우리 헌법은 제84조에서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다. 재직중 원칙적 불소추 특권을 명문으로 인정하는 한편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는 당연히 형사상 소추의 대상이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명문의 규정이 없어서 헌법해석권자인 연방대법원의 해석에 의존하는 미국의 법리를 명문으로 대통령의 형사불소추특권의 근거와 그 범위를 특정하고 있는 우리 헌법에는 애당초 적용여지가 없는 것이다.
둘째, 백번 양보하여 대통령에게 해석상 면책을 인정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절대적 면책권을 이번 사태에 인정할 여지는 없다. 미국 대법원 판례가 전제하고 있는 미국 헌법상의 권력구조와 대통령의 지위 및 권한이 우리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그대로 원용할 수 없다.
미국은 말 그대로 권력분립에 매우 엄격하고, 대통령이라는 1인 기관에게 행정권을 전속적으로 부여하는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우리 헌정은 국무총리제나 행정조직 법정주의를 매개로 상대적으로 권력분립을 완화하여 융합시키고 있으며, 행정권을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집단적 조직체인 정부에 부여함으로써 대통령의 전속적 권한의 여지를 사실상 인정할 여지가 없다.
즉, 대통령은 정부의 최고책임자인 수반이지만 보좌기관인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국정최고심의기관인 국무회의, 중앙행정기관인 행정각부와 공동으로 행정권을 행사하여야 한다.
계엄선포와 해제도 필수적인 국무회의의 심의사항(헌법 제89조 제5호)이며, 대통령의 국법상의 행위는 문서로써 하며, 이 문서에는 군사에 관한 사항을 포함하여 모두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하여야 한다(헌법 제82조). 앞서 계엄권이 대통령의 단순한 전속권한이 아니라 국회의 입법권과 통제권을 전제로 하는 권한임은 밝힌 바 있다.
결국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례에 따르더라도 계엄선포권과 그 실행행위는 ‘추정적 면책사항’에 불과하며, 위헌적이고 위법적인 계엄선포와 그 실행행위는 그 자체로 내란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게 될 여지가 있으며, 그 입증이 충족된다면 당연히 소추될 수 있고, 또 소추되어야 한다. 우리 헌법이 그렇게 정하고 있으며, 헌법이 침묵하여 사법적 해석의 여지를 허용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사족 - 학문적 주장, 곡학아세나 혹세무민의 땔감이 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학자적 양심과 학문의 자유 및 다양성은 존중되어야 한다. 정치적 평가 또한 최대한 자유로워야 한다. 그러나 학문의 자유와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학문을 왜곡하여 세상에 아부하는 곡학아세(曲學阿世)와 거짓으로 세상을 현혹시키고 국민들을 속이는 혹세무민(惑世誣民)을 위한 땔감이 될 수 있음도 경계해야 한다. 전국민, 아니 전세계가 생중계로 경험한 내란의 시도를 어설픈 논설로 옹호할 때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자체가 송두리째 부정되는 권위주의 시대로 퇴행하는 발판이 될 수 있다. 경계하고 또 경계해도 모자람이 없을 것이다!
※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서울대 공법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영국 런던정경대(LSE) 대학원에서 법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공법학회 회장,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부위원장,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민주공화국의 기본정신에 기초한 시민헌법교육과 정치개혁 및 사법개혁에 기여하는 것을 헌법학자로서의 소명으로 생각하고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