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씨티은행이 순이익을 웃도는 배당을 이어가는 동안 지역 고객의 대면 창구는 줄어들고 있다. 올해 울산·청주지점을 닫은 데 이어 이달 말 제주지점도 폐쇄한다. 내년에는 지방 광역시 점포의 추가 축소도 추진하고 있다. 소비자금융 철수 과정에서 고객과 직원의 부담을 얼마나 줄이고 있는지가 쟁점이다. 지역 고객은 가까운 상담 창구를 잃고, 직원은 원거리 재배치에 따른 생활 기반의 변화를 우려하고 있다. 주주에게 대규모 배당을 지급하는 만큼 기존 고객과 직원 보호에도 충분한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씨티은행의 점포 축소를 이용자 보호계획에 따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협의 절차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서비스 공백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폐점 이후 고객이 필요한 업무를 원활하게 처리할 수 있는지가 보호대책의 실효성을 가를 기준이다.
제주 폐쇄, 서울로 통합…남는 점포 6곳
2일 한국씨티은행의 영업점 통합 안내에 따르면 제주지점은 10월30일 폐점한다. 해당 고객의 관리점은 11월2일부터 서울 영업부로 변경된다. 6월26일 문을 닫은 울산·청주지점 고객의 관리점도 서울 영업부로 통합됐다. 제주지점 폐쇄 이후 남는 점포는 서울 영업부와 부산·대구·대전·광주·인천 등 총 6곳이다. 내년 지방 광역시 점포의 추가 폐쇄를 위한 절차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점포 축소를 둘러싼 문제 제기는 반복돼 왔다. 금융노조와 씨티은행지부는 6월9일 금감원 앞 기자회견에서 지역 고객의 금융 접근성 저하와 직원의 생활권 침해를 지적했다. 당시 노조가 제시한 수치에 따르면 2020년 말 약 3500명이던 임직원은 약 1500명으로, 점포는 44곳에서 9곳으로 줄었다.
노조는 특히 고령층과 디지털 취약계층의 대면 상담 공백을 우려한다. 지역에서 장기간 근무한 직원의 경우 근무지 변경이 주거와 자녀 교육, 가족 돌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씨티은행은 대체 거래 수단을 안내하고 있다. 전국 우체국과 KB국민은행 창구에서 입출금 등의 거래가 가능하며, 모바일·인터넷뱅킹으로 계좌 조회와 이체, 대출 상환, 신용대출 연장 신청 등 주요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관리점이 서울로 바뀐다고 제주 고객이 모든 거래를 위해 서울을 방문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입출금과 이체의 대체 수단이 씨티은행 직원의 설명이나 대면 확인이 필요한 업무까지 대신할 수 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제휴 창구에서 처리하지 못하는 업무의 지원 방식과 비대면 거래가 어려운 고객을 위한 도움 절차가 중요하다.
보호대책에도 재원 투입 불충분
점포·인력 축소와 함께 배당 정책도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업 기반을 줄이면서 주주에게 대규모 배당을 지급하는 만큼, 철수 과정의 고객과 직원 보호에도 충분한 재원을 투입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씨티은행의 2024년 당기순이익은 3119억원이었다. 해당 회계연도의 중간·결산배당 합계는 약 5560억원으로 순이익보다 약 2441억원 많았다.
작년 당기순이익은 3074억원이다. 중간배당 약 2300억원과 올해 확정한 결산배당 1537억원을 합치면 약 3837억원으로, 순이익보다 약 763억원 많다. 두 회계연도 모두 배당 규모가 당기순이익을 웃돌았다. 배당 규모만으로 점포 폐쇄의 원인을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주주에게 이익을 배분하는 경영 판단과 함께 기존 고객의 거래를 지원하고 직원의 근무 여건을 보호하는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사업 축소에 따른 부담이 고객의 불편과 직원의 생활 비용으로 전가되지 않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직원 재배치 대책도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한다. 노조는 원거리 발령이 가족과의 별거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재배치 과정에서 직원의 사정을 어떻게 반영하고 주거·이동 등의 부담을 얼마나 지원하는지가 보호대책의 실질적인 내용이다.
당국과 협의 중…보호 실효성은 별도 검증해야
금감원은 씨티은행의 점포 축소에 소비자금융 철수 당시 마련한 이용자 보호계획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인 은행 점포 폐쇄와는 구분되는 절차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반적인 은행 점포 폐쇄는 법적 인가·신고 대상이 아니며 은행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씨티은행은 이용자 보호계획에 따라 점포 축소 등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용자 보호계획이라는 이름 하에 점포 축소하는 것 등을 포함해서 협의를 하고 있기는 하다”며 “연간 얼마나 축소를 할 건지에 대해서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씨티은행의 소비자금융 철수 당시 고객 불편 최소화와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한 상세 계획을 금감원장에게 제출하도록 했다.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른 명령권을 근거로 상품·서비스별 보호방안과 영업채널 운영, 내부 조직·인력 운영계획 등을 요구했다.
씨티은행도 홈페이지에 점포 폐쇄 사전 영향평가와 대체 채널 안내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안내와 평가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보호대책의 충분함을 입증하지는 않는다. 금융권 관계자는 "점포 폐쇄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폐점 이후 기존 고객이 이전과 같은 수준의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느냐는 점"이라며 "순이익을 웃도는 배당을 이어갈 여력이 있다면 사업 철수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객 불편과 직원 부담을 최소화하는 데도 그에 걸맞은 책임을 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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