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마지막 날도 패싱한 노재헌, '노태우 미화' 작업에 열중했다

장병문 2024. 10. 2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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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헌, 종합 국감 증인 출석도 불응
정청래 "국감 이후 고발조치하겠다"

노재헌 원장이 25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만화로 읽는 인물이야기, 대통령 노태우' 출판기념회에서 참석하고 있다. /장병문 기자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노태우 비자금'을 환수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노태우 비자금' 실체를 규명하고 환수하기 위해 국정감사의 주요 현안으로 다뤘다.

정작 핵심 인물인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은 국감 부름에 회피했다. 노재헌 원장은 국감 기간 동안 부친의 업적을 알리는 행사를 줄줄이 열었고, 노소영 관장은 개인 일정을 위해 해외로 나가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는 25일 열린 종합 국정감사에서 '노태우 비자금'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노재헌 원장과 노소영 관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국정감사 마지막 날까지 증인석에 서지 않았다. 법사위는 이들의 종합 국감 불출석 이유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노재헌 원장은 이날 노 전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는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노재헌 원장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만화로 읽는 인물이야기, 대통령 노태우'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시종일관 미소를 지으며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그는 출판기념회 행사에서 직접 축사를 하지 않았지만, 모든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쉼 없이 사진 촬영을 했다.

노재헌(왼쪽) 원장이 25일 오전 '만화로 읽는 인물이야기, 대통령 노태우' 출판기념회에서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출판기념회에는 약 120명이 넘는 인사들이 참석했다. 정치권에서는 김종인 전 국회의원을 비롯해 문희상 전 국회의장, 권영세 의원,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 천하람 의원,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 등이 참석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재임기간 업적을 찬양했다. 이들은 12·12 군사 반란과 5·18 광주 민주화 운동 강제 진압 등 노태우 전 대통령의 과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취재진은 '노태우 비자금' 의혹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노재헌 원장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노재헌 원장은 이날 오후 2시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노태우 정부 시기-서울올림픽의 대내외적 의미' 세미나에 연이어 참석했다. 이 세미나는 노재헌 원장이 상임이사로 있는 '보통사람들의시대 노태우 센터'가 주최했다. 세미나는 노태우 정부 시절 개최한 서울올림픽이 한국 사회의 민주화에 중대한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또한 노태우 정권의 북방정책이 대한민국 외교에 큰 성과를 냈다는 내용도 담았다.

'보통사람들의시대 노태우 센터'는 이날 오후 7시 같은 장소에서 '대한민국 북방정책' 출판기념회를 진행했다.

노재헌(왼쪽) 원장이 25일 오후 2시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노태우 정부 시기-서울올림픽의 대내외적 의미' 세미나에서 참석자와 대화하고 있다.

노재헌 원장의 이날 행보에 대해 정청래 국회 법사위원장은 유감의 뜻을 내비쳤다. 정청래 위원장은 "보통 국감에 불출석하면 잠적하는데 (노재헌 원장은) 출판기념회에 버젓이 나타났다"며 "국감 이후 전체회의에서 고발 조치할 테니, 양 간사들은 협의해달라"고 주문했다.

노재헌 원장은 지난 12일 국회 법사위의 국감 증인 출석 요구에 불응하면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재평가를 주제로 한 서거 3주기 추모 심포지엄에 참석하기도 했다.

한 정계 관계자는 "노소영 관장의 이혼 소송에서 노태우 비자금 실체가 드러났고 재수사를 통해 국고로 환수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는데, 당사자들은 반대로 노태우 전 대통령을 미화하는 '6공화국 워싱' 작업에 몰두하는 모습이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러면서 "노태우 기념행사와 국감 기간이 겹친 것은 우연이더라도 국감에는 불참하고 부친 행사를 줄줄이 참여한 것은 국회를 무시하는 행태로 비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노태우 비자금'이 다시 수면 위로 오른 계기는 노소영 관장이 지난 6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혼 소송 2심에서 '선경 300억'이라고 적힌 모친의 메모를 법원에 제출해서다. 노소영 관장은 이 메모를 통해 재산 분할 1조3808억원이라는 결과를 얻었지만, 노태우 비자금 존재를 세상에 알리게 됐다.

정치권에서도 관련 증거과 의혹을 쏟아내고 있다. 정청래 국회 법사위원장은 지난 8일 노태우 일가의 은닉 자금은 김옥숙 여사의 904억원을 비롯해 차명으로 보관한 210억원 규모의 보험금, 동아시아문화센터 기부금 147억원 등이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은 지난 24일 "노재헌 원장 측근의 명의로 설립된 네오트라이톤이 부동산 분양 및 임대 사업을 벌이고 있다"며 "이 회사가 운영되는 데 있어 비자금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는 의혹을 내놨다.

노소영 관장은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미디어 콘퍼런스 'MTL커넥트' 등의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더팩트 DB

한편 노소영 관장은 '해외 장기 체류'를 이유로 국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소영 원장은 지난 23일 열린 '서울디자인 2024'에서 주제발표를 할 예정이었지만, 이를 취소하고 출국한 것으로 보인다. 노소영 관장의 SNS를 보면 노 관장은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미디어 콘퍼런스 'MTL커넥트' 등의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jangb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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