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IP 딜레마]① ‘어비스 오브 던전’, 결국 서비스 종료…지우지 못한 ‘논란 I

크래프톤의 IP 리스크와 전략적 딜레마를 짚어봅니다.

/이미지 제작=챗GPT

‘다크앤다커(Dark and Darker)’ 모바일 라이선스를 기반으로 한 크래프톤 신작 ‘어비스 오브 던전(Abyss of Dungeons)’이 논란을 남긴 채 조기 퇴장한다. ‘다크앤다커 모바일’에서 이름을 바꾸고 북미·동남아 소프트 론칭까지 시도했지만 소송 리스크와 ‘논란 IP(지식재산권)’라는 꼬리표, 기대에 못 미친 사업성이 결국 게임을 접을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는 평가다. 소프트 론칭은 정식 출시 전 게임을 특정 지역이나 소수의 이용자를 대상으로 선보이며 반응을 살펴보는 단계를 의미한다.

‘어비스 오브 던전’ 내년 1월20일 종료

크래프톤은 이달 25일 ‘어비스 오브 던전’ 공식 커뮤니티를 통해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올해 11월25일(UTC 기준) 인앱결제를 먼저 중단하고 내년 1월20일 서비스를 종료한다. 환불 신청 기간은 1월21일부터 3월21일까지다. 종료 시점 이후 모든 이용자 데이터는 삭제되고 게임 접속도 막힌다.

어비스 오브 던전은 올해 2월 미국·캐나다에서 처음 소프트 론칭을 진행했고, 6월에는 인도네시아·태국·브라질·멕시코 등 4개국으로 지역을 넓혔다. 북미 론칭 초반에는 미국 앱스토어  역할수행게임(RPG) 부문 2위, 캐나다 1위를 기록하며 관심을 모았지만 이후 순위권에서 빠르게 이탈했고 추가 확장 지역에서도 두드러진 성적을 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에 크래프톤은 8월 글로벌 정식 출시를 위한 사전예약을 전격 중단하고 소프트 론칭 결과를 토대로 서비스 전략을 재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정식 출시를 위한 마지막 관문에서 멈춰 선 셈이다. 결국 ‘재점검’의 결론은 서비스 축소가 아니라 사실상 프로젝트 정리로 이어졌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소프트 론칭을 통해 일부 국가에서 많은 이용자분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으나, 장기적인 서비스 경쟁력과 품질 유지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개발 및 운영 리소스를 장기적으로 투입하더라도 기대 수준의 글로벌 서비스 품질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서비스의 완성도와 운영 방향성을 재점검한 끝에 보다 나은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이 이용자와 회사 모두에게 최선이라 판단했다"며 "이번 결정은 오직 게임의 품질과 플레이어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크래프톤은 '어비스 오브 던전'의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혔다./사진='어비스 오브 던전' 공지사항 갈무리

뗄 수 없었던 ‘다크앤다커' 꼬리표

어비스 오브 던전은 소송에 휩싸인 IP라는 점에서 출발이 불안했다. 이 게임의 원류는 아이언메이스가 선보인 PC 게임 다크 앤 다커 분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3년 넥슨은 자사 미공개 프로젝트(P3)의 개발 자료가 유출돼 아이언메이스의 ‘다크 앤 다커’ 제작에 쓰였다며 저작권·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올해 2월 서울중앙지법은 저작권 침해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영업비밀 침해는 인정해 아이언메이스에 85억원 배상 판결을 내렸다.

이 소송이 한창이던 2023년 8월 크래프톤은 아이언메이스와 ‘다크 앤 다커’ 모바일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모바일 버전 개발은 크래프톤 산하 블루홀스튜디오가 맡았고, PC 원작의 ‘추출형 던전 크롤러’ 구조를 터치 조작에 맞게 단순화한 F2P 모바일 RPG를 표방했다.

크래프톤은 같은 해 지스타에서 다크앤다커 모바일을 전면에 내세워 시연존을 꾸리고 던전 탈출 구조와 PvPvE 전투를 강조한 트레일러를 공개했다. 그러나 원작이 이미 넥슨과의 분쟁으로 뜨거운 감자가 된 상황이라 '소송 중인 IP에 대형 퍼블리셔가 올라탔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1심 판결이 나온 뒤에도 아이언메이스와 넥슨의 법적 공방은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법원은 저작권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프로젝트 P3 관련 자료 유출과 사용을 근거로 영업비밀 침해 책임을 물었다. 완전히 ‘깨끗하다’고 보기도, 넥슨의 주장처럼 전면 침해라고 보기도 애매한 판결이었다. 이 애매함이 그대로 모바일 버전에 대한 시선으로 이어졌다.

이에 크래프톤은 올해 5월 다크앤다커 모바일을 어비스 오브 던전으로 리브랜딩한다고 발표했다. 회사는 “더 어두운 던전과 풍부한 세계관을 담는 새 정체성을 위한 이름 변경”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름을 바꾸는 시점이 PC판 법적 분쟁 와중과 겹치면서 “논란 IP와 거리를 두려는 수순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랐다. 해외 매체들도 “PC 버전의 법적 문제 속에서 모바일판 이름을 바꿨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름을 바꿨다고 해서 이용자 인식까지 바뀌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국내외 커뮤니티와 기사 제목에서는 다크앤다커 모바일(현 어비스 오브 던전) 식의 표기가 흔했고, 게임 이용자들도 다크앤다커 모바일에서 이름만 바뀐 게임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브랜드 레벨에서 ‘논란의 그늘’을 완전히 벗어나긴 어려운 출발선이었다.

다크앤다커와 어비스 오브 던전의 분쟁ㆍ서비스 타임 라인표/ 정리=최이담 기자

크래프톤이 ‘철수’를 선택한 이유

어비스 오브 던전의 8월 글로벌 정식 출시를 향한 사전예약 중단은 '단기 성과'와 '장기 성장성'을 다시 따져보겠다는 신호였다. 동시에 소송 리스크와 브랜드 리스크를 안고 정식 글로벌 론칭까지 밀어붙일 만큼의 기대치가 나오지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결국 크래프톤은 어비스 오브 던전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회사 측은 종료 사유로 ‘이용자들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기 어렵다’는 판단만을 제시했지만, 업계에서는 법적·사업적·평판 리스크가 한꺼번에 겹친 결과로 본다.

법적 리스크부터 부담스러웠다. 1심에서 저작권 침해는 부정됐지만 영업비밀 침해는 인정됐다. 향후 항소심 결과에 따라 분쟁 양상이 달라질 수 있는 상황에서, ‘다크앤다커에서 출발한 모바일 게임’을 계속 키우는 것은 부담일 수밖에 없었다.

사업 리스크도 만만치 않았다. 초반 성적은 나쁘지 않았지만 이용자 수와 매출 추세가 정식 글로벌 론칭을 감행할 만큼 견고하지 못했다. 추가 개발·마케팅 비용을 더 투입하더라도 회수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태였다.

여기에 평판 리스크까지 겹쳤다. 크래프톤은 펍지(PUBG) 이후 카피 게임을 상대로 강하게 소송을 제기해 온 회사다. 그런 회사가 끝까지 ‘논란 IP’ 이미지를 안고 가는 게임을 밀어붙일 경우, 장기적으로 브랜드에 남을 상처도 고려해야 한다.

결국 크래프톤은 '언제 접는 게 덜 손해인가'라는 계산에 따라 조기 정리를 결정했다. 이미 쏟아부은 개발비와 마케팅비는 매몰비용으로 남지만 소송 리스크와 평판 부담, 추가 투자 비용을 줄이는 쪽에 무게를 둔 셈이다. 이름을 바꿔도 게임의 출발선에 찍힌 ‘논란 IP’ 꼬리표는 끝내 떼기 어려웠다는 판단이다.

이철우 한국게임이용자협회장 겸 문화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법적으로는 넥슨-아이언메이스 항소심에서도 영업비밀 침해 판단이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다크앤다커에서 파생된 모바일 버전 역시 에셋·기획 차용 정도에 따라 위법성이 다시 문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적으로도 다크앤다커는 초기 화제성과 달리 국내에서는 영업비밀 침해·성과 도용 논란이, 해외에서는 유사 익스트랙션 장르 후발작 쏟아짐 속에 힘을 잃은 상태이기 때문에 정리 수순을 밟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최이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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