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Dream] 롯데 자이언츠 전민재

웃는 법

예쁘게 웃는 나를 원해서 시작한 교정. 하지만 그 기다림의 과정은 험난하기 그지없었다. 생전 아무것도 없었던 입안에서 느껴지는 교정기의 이물감은 물론, 익숙해질 만하면 바뀌는 고무줄에 매 순간 아려 오는 잇몸까지. 잘만 웃는 남들 앞에선 입을 보이기가 부끄러워 필사적으로 수줍어해야 했다. 하지만 경사가 아무리 가팔라도 고지가 보인다면 그것만으로 힘이 나기 마련. 조만간 떼 낼 거라던 교정기처럼, 전민재를 감싸고 있던 알도 오랜 기다림의 끝에 비로소 깨지기 시작했다. 어쩌면 남들보다 긴 시간을 기다려야 했지만, 이제 그의 앞엔 설렘만이 가득하다. 수년을 담담하게 견뎌 낸 그의 인내가, 어느 때보다 환한 미소와 함께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게 하지 않는가.

Photographer Mino Hwang Editor Yoonjeong Jeon Location Sajik Baseball Stadium

그의 인터뷰가 본지에 실리는 건 이번이 세 번째다. 2018 신인드래프트에서 갓 지명을 받았던 2017년이 인연의 출발점이었고, 프로 2년 차 시즌이었던 2019년에 두 번째 만남이 있었다. 대전고등학교 야구부 유니폼을 입은 앳된 소년의 얼굴엔 프로 지명의 설렘과 새로운 삶을 마주하는 낯섦이, 2년 뒤 두산 유니폼 차림으로 다시 만난 루키의 얼굴엔 풋풋함과 열정이 공존하고 있었다.

그리고 6년이라는 제법 긴 시간을 거쳐 부산에서 재회한 2025년 초여름. 많은 것이 바뀐 채 다시 만난 터라 그런지, 어느덧 8년 차를 맞은 그에게서 다시 처음의 설렘과 낯섦이 묻어나는 듯했다. 그런 와중, 인터뷰 질문지를 훑던 그가 되레 본지에 먼저 말을 꺼냈다. 질문을 준비한 사람이 누구냐는 예상치 못한 물음이었다. “팬분들이 평소에 궁금해하실 것 같은 내용이라서요”라며 이유를 덧붙이는 모습을 보며, 연차에서 우러나오는 여유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더그아웃 매거진>과는 6년 만에 보는데, 새삼 야구를 해 온 세월이 실감 날까요? (6월 4일 인터뷰)
당시 촬영할 때가 생각이 나네요. 조명 때문에 눈이 많이 부셨던 기억이 나요. 하지만 오늘은 괜찮았습니다.

커리어 중 최고로 뜨거운 관심을 받는 요즘이죠?
사실 아직 실감이 잘 안 납니다. 하루하루가 신기해요.

각종 인터뷰에도 자주 참여하고 있는데 스스로의 말솜씨는 어떤 것 같아요?
솔직히 좀… 최악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실력으로 유명한 나승엽도 있는데, 비교하자면 어때요?) 승엽이가 훨씬 더 잘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천사는 천사야

지난해 11월 들려온 트레이드 소식은 팬들에게 제법 큰 충격을 안겼다. 당시 전민재는 화려한 커리어나 임팩트를 자랑하던 선수는 아니었다. 그러나 데뷔 시즌인 2018년부터 1군 경기에 얼굴을 꾸준히 비춰 온 유망주였던 만큼, 갑작스레 결정된 이적에 놀라지 않을 리는 없었다. 갓 옮겨 온 팀에서 받게 될 사랑이 이렇게나 클 줄도 몰랐을 테니 말이다.

이적 첫해 붙여진 별명은 다름 아닌 ‘담을 넘어온 천사’. 이는 올해 초 한 팬이 SNS에 업로드한 전민재 목격담에서 비롯됐다. 사직야구장에서 전민재를 발견했으나 그가 이윽고 담을 넘어 사라져 버렸다는 내용이다. ‘담을 넘었다’라는 다소 이색적인 소재(?)에 팀을 구원하러 온 ‘천사’라는 의미를 합쳐 새 별명이 탄생했다. 올 시즌 롯데의 선전에 이적생 전민재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는 만큼, 어울린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수식어다.

팀에 적응하는 데 박진, 장두성, 정보근 등 ‘99즈’의 도움이 컸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모든 스케줄에 저를 계속 데리고 다녀 줬거든요. 덕분에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곽빈, 김민규, 박신지, 정철원(현 롯데 자이언츠) 등 두산 시절 99즈와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이런 질문에는 말을 잘해야 할 것 같은데. 두산 99즈는 스무 살 때 만났지만 학창 시절을 함께해 온 돈독한 친구들 같은 느낌이었어요. 롯데 친구들은 전학해 온 저를 잘 챙겨 준, 마음이 맞는 친구들이고요.

특히 함께 팀을 옮긴 정철원과는 MBTI상으로 정반대 성향이던데, 평소에 잘 맞는다고 느껴요?
오히려 서로 전혀 안 겹치니까 궁합이 잘 맞지 않나 싶어요. 근데 철원이가 매사에 공감을 워낙 잘해 주니까 처음에 생각했던 이미지랑은 안 맞긴 했어요. 저 같은 스타일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자주 속상해하더라고요. (그럴 땐 어떻게 반응해 줘요?) 그냥, 뭐. 철원이도 제가 공감을 못하는 걸 아니까 그런가 보다 해요.

하이파이브도 둘만의 방식이 따로 있더라고요.
그건 두산 시절부터 지나가다 마주치면 장난치듯 했던 하이파이브인데요. 시합 때 한번 했던 게 영상에 담긴 것 같아요. 매번 하는 건 아니고 가끔 합니다.

트레이드 직후 김태형 감독에게 연락했을 때 모르는 번호라 거절당한 것 같다고 했잖아요. 지금은 두산 시절보다 교류가 활발해졌어요?
아무래도 그렇죠. 야구장에서 대화를 나누는 빈도도 좀 더 늘어났고, 감독님께서도 먼저 제게 말을 자주 걸어 주세요. 그 외의 부분은 딱히 변함없으시지만요.

6월 2일부터 올스타전 투표가 시작됐죠. 특히 롯데 팬들은 전민재를 꼭 올스타전에 보내고 싶어 하더라고요.
올스타전은 늘 TV로만 봤지 직접 나갈 수 있으리라곤 생각해 본 적이 없는 행사예요. 근데 막상 기회가 생기니까 욕심이 좀 나네요.

미리 상상해 본 퍼포먼스 콘셉트는 없어요?
제가 그런 걸 잘 못해서… 차라리 다른 분들이 아이디어를 내 주시면 좋겠습니다. (‘담을 넘어온 천사’라는 별명을 살려 봐야죠!) 담이요? 흠, 천사도 나쁘지 않네요.

그 별명의 시작이 어딘지 알고 있어요?
그때가 시범 경기 시즌이었는데, 사직야구장 길을 잘 모를 때였어요. 퇴근하면서 ‘이쪽으로 가도 주차장이 나오겠지’ 하고 걸어가는데 길이 연결이 안 돼 있는 거예요. 그, 선수단 출입구 쪽에 화단이 있거든요? 그쪽 화단을 넘어갔던 기억이. (중얼) (진짜 넘긴 했네요?) 근데 담은 아니고요! 화단…

#유명한 투리구슬

그가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비결은 통통 튀는 발랄함도, 유창한 언변도 아니었을 것이다.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그리고 귀여우면 귀엽다! 그의 진가는 필요 이상으로 더하지도, 덜어내지도 않는 깔끔함에 있었다. 혹자는 이런 성향을 두고 무미건조하다 할지도 모르지만, 이곳에서만큼은 그에게 ‘솔직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해 보고 싶다. 그리고 그가 가진 내면의 중심이 이렇게나 단단한 건, 주어진 일에 열중하는 만큼이나 자신만의 행복을 찾는 데도 언제나 진심이기 때문이 아닐까.

170호(25년 6월 호)에서 이호준이 웃겨 보고 싶은 형으로 전민재를 꼽았어요.
저를 웃기고 싶다고요? 근데 저는 제 기준에서 진짜로 웃기면 웃고요. 안 웃기면 못 웃어요.

이호준이 ‘민재 형이 나를 중3 정도로 여겨서 잘 웃어 준다’라고 하더라고요. 실제로도 웃긴 동생이에요?
별로 안 웃겨요. 그냥 귀여운 동생 같아요. 잘 챙겨 주고 싶은. (이호준은 스스로를 상남자 캐릭터로 어필하잖아요.) 진짜 안 어울려요. 요샌 머리도 펴서 중학교 2학년으로 내려갔어요. 선수들도 호준이한테 다 그렇게 얘기하고요.

스프링캠프 땐 한태양과 방을 쓰더라고요. 둘 다 말수가 많은 편은 아닌 듯한데, 방에선 뭘 하며 지냈어요?
막상 방에 같이 있으면 서로 말도 많이 하고 장난도 쳐요. 야구 얘기도 하고, 그날 있었던 일이라든가 소소한 주제로 대화하곤 했어요.

원정 룸메이트는 누구예요?
태양이가 있을 땐 태양이랑 방을 같이 썼는데 요샌 두성이랑 쓰고 있어요. 두성이는 원래 보근이랑 룸메이트였는데, 보근이도 빠지는 바람에요. 동생들 편하게 친구끼리 써 주는 거죠.

반려묘 우리, 설이와 함께 지내고 있잖아요. 자랑 타임 한번 할까요?
문을 열고 들어가면 현관에 두 마리가 와서 퇴근한 절 맞아 줘요. 그러면 하루 동안 쌓였던 피로가 싹 풀리죠. 그러고 자려고 누우면 또 옆으로 다가오거나 배 위로 올라와요. 그때 만지면 느낌도 좋고, 거기서 또 한 번 피로가 풀리고…

나만의 부산 힐링 장소로 집을 꼽을 만큼 집돌이 같은데, 집에서의 일상을 소개해 줄 수 있나요?
일단 소파, TV, 리모컨 그리고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인 쌍… 아, 제품명까진 말하면 안 되나? 롯데 제품이 아니었던 것 같아서요. (삐질) 아무튼 초콜릿 아이스크림과 함께 시간을 보냅니다. 유선방송이 되는 TV가 아니어서 보통은 넷플릭스나 유튜브 예능 클립을 보는 편이고요.

내향인과 외향인을 가르는 밸런스 게임이 있더라고요. 단상에서 10분 동안 응원가에 맞춰 춤추기 vs 1년 동안 친구랑 연락만 하고 안 만나기.
친구랑 연락만 하고 안 만나겠습니다. 10분 동안 단상에서 춤이라니, 절대 못 해요. (올스타전에 뽑힌다면 비슷한 수준은 선보여야 하지 않을까요?) 걱정입니다, 그래서. 하지만 아직 확정된 것도 아니고요. 만약 나가게 된다면 노력해 보겠습니다.

유일한 야구 없는 날인 월요일에 이웃 주민 정철원이 집에 놀러 왔다면? 쉬는 날을 재밌게 보냈다 vs 일주일 동안 못 쉰 기분이다.
어, 좀 힘들겠는데요? (웃음) 장난이고요. 같이 놀면 재밌겠죠? (실제로 방문한 적도 있어요?) 아뇨. 철원이는 집에서 못 나와요. 참고로 저희가 같은 동에 살진 않고, (윤)동희까지 해서 아파트 이웃이에요. 근데 어차피 야구장에 나가면 항상 보니까 서로 집에 놀러 가거나 하진 않아요.

그럼, 집 다음으로! 좋아하는 부산 힐링 장소를 소개해 줄 수 있을까요?
근데 진짜 없어요. 음, 야구장 휴게실? 정말 가 보질 않아서요. 물론 한두 곳은 가 봤겠지만, 집보다는…

#진짜 좋다~

거창하진 않지만 분명한 목표가 있고, 너무 멀리까지 내다보진 않지만, 하루하루에 충실하다. 잘 풀리는 야구에 활짝 웃었다가도 긴장을 놓쳐선 안 될 때를 안다. 그런 선수라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하나뿐. 그가 조금씩 남겨 가기 시작한 발자취가 얼마나 커다란 궤적을 그려 낼지 지켜보는 것이다.

4월 10일 사직 KIA전 경기에선 장타를 치고 3루까지 달리는데 활짝 웃고 있더라고요. 올해 야구가 즐거운가 봐요!
그땐 야구가 잘 풀리니까 재밌었죠. 근데 이젠 체력적으로 떨어지는 시기가 시작되는 게 느껴지니까 마냥 즐겁지만은 않아요.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은 채 정신을 차리고 경기에 임해야 하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4월 29일 경기에서 머리에 공을 맞으면서 잠시 쉬게 됐었어요. 누구보다도 스스로가 가장 놀랐을 텐데, 멘탈적으로 흔들린 부분은 없었나요?
당시 응급차를 타고 실려 갈 때를 떠올려 보면요. 제 상태는 제가 가장 잘 알 거잖아요. 맞은 부위를 만져 보니까 뼈에는 이상이 없겠다, 괜찮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크게 걱정은 안 했습니다.

복귀 후에도 뜨거운 타격감을 이어가고 있어요. 지금까지 보낸 시즌들과 특별히 다르게 느껴지는 점이 있나요?
타격 쪽에서 계속 결과가 잘 나오니까 저도 신기해요. 항상 연습 전에 이성곤 코치님, 임훈 코치님과 타격 루틴을 체크하고 컨디션을 살피는데, 그렇게 점검하는 시간을 만들어 둔 게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행운이나 미신을 믿는 편인가요? 최근엔 안타가 안 나와서 배트를 박준영이 선물한 거로 바꾸기도 했다면서요.
기운 핑계로 배트를 바꾼 건 맞는데 사실 드문 일이에요. 원래는 (빅터) 레이예스 선수의 방망이를 썼는데, ‘안타가 괜히 200개씩 나오는 게 아니구나’ 하고 느껴서 저도 그 모델로 주문했어요. 다만 쓰던 게 다 부서지고 새로 시킨 배트도 아직 안 와서 요샌 (황)성빈이 형 방망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데뷔 8년 차에 처음으로 응원가가 생겼어요. 타석에서 처음 들었을 때의 기분이 궁금한데요?
노래를 응원으로 처음 들은 건 잠실 개막시리즈였어요. 원래 응원가가 만들어진 직후에 재생되면 팬분들도 잘 모르시니까 응원 소리가 잘 안 들릴 법도 하잖아요. 근데 너무 크게 들려서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벅차오른다거나 하진 않았어요?
진짜 좋다~ (혹시 MBTI 검사하면 몇 퍼센트씩 나와요?) 잘 기억은 안 나는데, 아마 T는 거의 99%로 나올 거예요.

최근 티빙 중계 땐 응원가를 직접 부르기도 하더라고요?
그게 라이브에서 시키신 거라서요. 이젠 안 속습니다! (에이, 앞으로 구단 유튜브 같은 곳에서 요청할 수도…) 안 해요. 절대 안 해요.

초등학생 때 이후로 이렇게 잘한 게 처음이라고요. 여기서 멈추고 싶지 않을 듯한데, 올 시즌이 끝나면 무엇을 이룬 선수가 돼 있고 싶어요?
유격수로서 한 시즌을 풀 타임으로 소화해 낸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특별한 성적이나 기록은 바라지도, 욕심내지도 않아요. 모든 경기에 쭉 나가면서 시즌 전체를 한번 뛰어 보고 싶어요.

큰 응원을 보내 주시는 팬분들께 인사하면서 인터뷰 마칠게요!
요즘 팬분들께서 응원해 주신 덕분에 정말 큰 힘이 되고 있어 감사한 마음입니다. 더 열심히, 더 잘해서 기쁘게 해 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5년 171호 (7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 www.dugoutmz.com
페이스북 www.facebook.com/DUGOUTMAGAZINE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dugout_mz
유튜브 www.youtube.com/@DUGOUTMZ
네이버TV tv.naver.com/dugoutmz


<더그아웃 매거진>은 대단한미디어가
제작, 제공하는 콘텐츠입니다.
포스트 내 모든 콘텐츠의 저작권은
대단한미디어와 표기된 각 출처에 있습니다.
잡지 기사 전문을 무단 전재, 복사, 배포하는 행위를 금하며,
적발 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음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