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부추기는 이혼 예능....과연 누구를 위한 장인가?
아이즈 ize 윤준호 기자
JTBC '이혼숙려캠프:새로고침'에 출연했던 부부가 이혼을 발표했다. 서로에게 폭언과 폭행을 가하고 남편에게 집 화장실조차 쓰게 하지 못해 질타를 받으며 '투견부부'라 불리던 이 부부는 "방송 후에도 문제는 반복됐고 방송에서는 밝히지 않았던, 방송 전부터 있었던 사정들로 인해 법률대리인을 선임해 이혼을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이혼을 소재로 한 여러 예능에 출연하는 비(非) 연예인 부부는 왜 출연을 결심했을까? 그들의 사생활과 치부가 들춰지며 아이들에게도 상처를 주고, 오히려 관계가 악화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또 하나의 의문이 생긴다. 다투며 이혼을 고민하는 부부, 그리고 이미 이혼한 돌싱(돌아온 싱글)을 출연시키는 이런 프로그램이 궁극적으로 갈등 해결에 도움이 될까?
#왜 이혼을 팔까?
최근 예능 트렌드의 한 축은 '리얼'이다. 실제 이야기를 다룬다는 의미다. 그리고 또 다른 축은 '사생활'이다. 스마트폰과 SNS의 발달은 사생활 노출의 시대를 열었다. SNS를 통해 자신의 삶을 한껏 과시한다. 이 반대급부는 '들여다보기'다. 누군가가 노출하는 사생활을 또 다른 누군가는 지켜본다. '관음증의 시대'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예능에도 그대로 접목됐다. 미혼 남녀는 MBC '나혼자 산다', SBS '미운 우리 새끼'와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홀로 사는 삶을 보여준다. 그러다가 결혼하면 SBS '동상이몽-너는 내 운명'에 출연하고, 아이가 태어나면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로 향한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경쟁하면서도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 장기간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다 '이혼'이 화두로 등장했다. 2020년 방송된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가 그 시작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미 이혼한 배우 선우은숙-이영하가 다시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한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충격이었다. 하지만 대중은 자극에 쉽게 익숙해진다. 사회적으로도 이혼 부부가 급증하면서 더 이상 이혼은 감춰야 할 치부가 아니었다. TV조선은 현재 또 다른 이혼 프로그램 '이제 혼자다'를 통해 배우 전노민, 전 프로농구 선수 우지원, 방송인 최동석들의 속내를 들여다보고 있다.
이 외에도 MBC '오은영리포트: 결혼지옥'을 비롯해 MBN '한 번쯤 이혼할 결심', JTBC '이혼숙려캠프: 새로고침' 등이 이혼을 소재로 삼고 있다. 물론 이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결국 '보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만드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이미 MBN의 효자 프로그램이 된 '돌싱글즈' 뿐만 아니라 '나는 솔로' 시리즈는 돌싱 특집 때 대중의 반응이 더 뜨거웠다.
이혼은 통상 '아픔'을 동반한다. 이혼을 고민 중인 이들은 카메라 앞에서도 치열하게 싸운다. 이미 이혼한 이들은 과거 그들이 겪었던 고통을 고백한다. 이는 시청자들에게 자극을 주고, 그 자극에 시청자들은 시청률로 보답하는 식이다.
이런 흐름은 드라마로도 이어졌다. 이혼 전문 변호사가 직접 대본을 쓴 SBS 드라마 '굿파트너'가 15%가 넘는 시청률을 거뒀고, JTBC '가족X멜로', '끝내주는 해결사'에도 이혼 소재가 등장한다. 즉, 이혼은 결혼, 연애, 출산과 마찬가지로 인생사의 한 부분이 됐다. 이혼을 이야기하는 것이 더 이상 터부시되지도 않는다. '방송쟁이'들은 그런 흐름을 정확히 읽고 있는 셈이다.
#이혼 다루는 부부 예능…치유 효과 있나?
이런 예능이 표방하는 바는 대게 비슷하다. 부부의 고민을 제3자의 시선을 통해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고, 관계를 개선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실효성을 따져봤을 때는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자기야의 저주'라는 말이 있다. 과거 방송된 SBS 예능 '스타부부쇼-자기야'에 출연했던 부부 중 12쌍이 이혼했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KBS 2TV '살림하는 남자들', TV조선 '아내의 맛', MBN '동치미' 등에 동반 출연했던 부부 중에서도 이혼에 이른 이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이런 프로그램에 출연했기 때문에 이혼에 이르게 됐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부부는 대다수 이미 불화의 씨앗을 품고 있다. 이에 대한 각자의 불만을 털어놓으며 타인의 동의를 구하거나 솔루션을 받기 위해 출연한다는 것이다. 즉,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들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전문가의 조언을 얻은 후에도 접점을 찾지 못해 이혼에 도달한다는 분석이다.
반면 미디어를 통해 그들의 갈등 장면이 더욱 부각되며 또 다른 불화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시각도 있다. 방송의 특성상, 화목한 모습보다는 그들의 다툼에 더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시청자들이 그런 부분에 더 관심을 보이는 탓이다. 여기에 적잖은 출연료 역시 부부의 출연을 부추기고 그들의 치부를 드러내게 만드는 요소다. 결국, 이런 프로그램들은 이혼을 다루는 '예능'일 뿐,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윤준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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