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용사 ‘펀드 망해도 손해 없어’
부동산 공모펀드들이 줄초상 위기입니다. 한때 소액으로도 국내외 초대형 빌딩에 투자할 수 있다며 글로벌 건물주의 꿈을 팔았던 투자처인데요. 지금은 반토막도 아닌 전액 손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당초에는 정말로 안정적이라며 ‘시니어 특화상품’이라고도 팔았었던 상품인데 왜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요? 이 분야 국내 원탑이라고 불리는 이지스자산운용의 부동산 공모펀드들을 중심으로 그 실체를 확인해봤습니다.
‘트리아논 펀드’ 붕괴… 공모펀드 1,875억 ‘증발’

올해 1월, 한 펀드가 도산 소식을 알렸습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초고층 오피스, ‘트리아논’을 사들여 수익을 내는 펀드였죠.
“개인적으로 투자한 규모는 한 4천만 원 정도 되고요. 지금 최근에 문자 온 거 보니까 4천만 원 중에 390원 남았더라고요. 뭐 사실상 100% 손실이나 마찬가지죠.” - 트리아논 펀드 투자자 A씨
이 펀드는 2018년 첫 설정 이후 약 6년 만에 기준가격 0.01원을 기록했습니다. 국내에서 모은 돈이 모조리 증발했죠. 그 규모가 공모펀드만 1,875억 원입니다.
“주변에서 안정성 되게 좋다고(추천을 받았죠.) 실제 은행에서도 그런 설명을 들었었고…사실상 독일에서 보면 여의도에 있는 은행 본사를 사서 임대료 받는 셈이니까 정말 안전한 투자처라고 생각했죠. 그리고 그때 당시가 굉장히 저금리여서 여기서 목표 수익률로 내세운 게 한 6에서 7% 됐거든요. 뭐 그 정도면 충분한 수익률이라고 생각해서” - 트리아논 펀드 투자자 A씨
독일 ‘트리아논’은 2016년 무렵만 해도 국내 몇몇 기관들이 침을 흘렸던 물건이긴 합니다. 일단 독일의 금융 중심지 프랑크푸르트의 초고층 건축물이기도 하고, 독일 저축은행중앙회와 중앙은행이 90% 이상을 채운 노른자 물건이었습니다.
여기에 이지스자산운용이 나섰습니다. 사모펀드까지 합쳐서 3,720억 원을 모았고, 부족분은 현지에서 차입해서 8,890억 원으로 사서 펀드 자산으로 편입했습니다.
“분배금이… 한 네다섯 번 받았나요? 중간에 뭐 이런저런 이후부터는 잘 안 나왔고요. 데카뱅크가 2024년에 떠나기로 결정하고 나서 자산 안정화가 필요하다고 해서 나중에는 전혀 안 나오고 다 끊겼었습니다.” - 트리아논 펀드 투자자 A씨
이 펀드의 최종 성적표는 처참했습니다. 시황이 악화되면서 평가금액이 뚝뚝 떨어졌죠. 임대료 절반 이상을 내던 데카방크도 2024년 10월에 짐을 전부 싸서 떠나버렸습니다.
결국 매각도, 대출 연장도 실패한 가운데 현지 SPC가 11월에 정식으로 도산해버리면서 이 펀드는 막을 내려야 했습니다. 지금은 불완전 판매로 소송전이 한창입니다.
“이런 거는 절대 할 게 못 됩니다. 절대 하지 마시고. 가족 누군가가 노후 때문에 이런 거 한다고 하면 진짜 뜯어 말리는 게 맞다고 생각이 됩니다. 수익은 정말 쥐꼬리고요. 그것마저 안 나오고 정말 원금은 그냥 100% 손실될 정도로 안 좋은 상품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 트리아논 펀드 투자자 A씨
미리 55억 챙긴 운용사… ‘망해도 손해 없어’

물론 펀드 투자는 본인의 선택입니다. 투자설명서에서도 투자위험등급을 1등급으로 설정해서 원금손실 위험을 고지하고 있죠.
다만, 투자자들이 분통을 터뜨리는 지점은 공모펀드의 구조 자체에 있습니다. 판매사와 운용사에서 이익은 확정적으로 뽑아가고, 리스크만 투자자의 몫으로 밀어놓는다는 겁니다.
“3700억을 모아 놓고 공중 분해시켰는데 운용사는 손해 보는 게 정말 하나도 없더라고요. 처음에 운용사에 전화했는데 자기네들도 손해를 많이 봤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하나하나 운용에 대한 것들을 다 따져봤더니 펀드는 50억 투자해 놓고 자기네들이 처음 가져간 게 55억이에요. 그게 뭐가 손해죠?” - 트리아논 펀드 투자자 A씨
실제로 트리아논 펀드의 경우 이지스자산운용은 매입보수와 실사비용 등을 포함해 55억 1천만 원을 시작과 동시에 가져갔습니다.
운용사도 이 펀드에 총 50억 원을 투자해서 전액 손실을 보긴 했는데요. 사실 매입수수료만으로도 벌충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사실상 손해가 거의 없습니다.
이 투자설명서에서 유독 재미있는 점은 따로 있습니다. 펀드 만기가 도래해 트리아논 빌딩을 매각할 경우, 이지스자산운용이 매각 차익의 15%를 가져간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쉽게 보기 힘든 수준의 '공격적인' 매각성과보수 설정입니다.
만일 이 투자가 성공해서 매각차익이 1,000억 원에 달했다면? 150억 원을 이지스자산운용이 수수료로 가져간다는 얘깁니다.
“운용사는 손해 볼 게 하나도 없고, 운용에 대한 책임 자체가 없다 보니까 도덕적 해이가 나는 것 같아요. 살 때 이미 수수료를 먹을 만큼 먹었고 팔 때는 오르면 또 가져가는 그 수익이 상당하더라고요. 한마디로 얘기하면 이게 “오르면 좋고 아니면 별 수 없고“ 남의 돈으로 도박하는 거나 마찬가지인 거죠.” - 트리아논 펀드 투자자 A씨
실제로 시장에서는 국내 운용사의 기형적인 수수료 문제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운용보수가 아니라 매입, 매각 보수를 높게 받는 특징이 있어 운용에 애 쓸 이유가 없다는 거죠.
무너지는 공모펀드… ‘거의 전멸’

물론 투자자들에게 ‘순진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수익을 내는 상품을 투자해서 약속한 이상의 수익을 냈다면 괜찮았겠죠. 문제는 그 성적이 낙제 수준이라는 점입니다. 이지스자산운용의 다른 포트폴리오를 확인해봤습니다.
건대 상권에 자리잡은 복합쇼핑몰 ‘몰오브케이’는 몇 년째 공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장 붐벼야 할 1층 매장에도 먼지만 쌓여있죠. 이 텅 비어버린 건물에 아직 영업을 하고 있는 건 CGV 뿐입니다. 영화산업까지 침체를 맞이하면서 북적여야 할 로비도 한산한 모습이었네요.
몰오브케이를 자산으로 편입한 펀드는 지난해 11월 대출이자를 내지 못했고, 매각도 실패하면서 2월에 EOD가 선언됐죠. 지난 4월, 결국 건물이 경매로 넘어가면서 투자금 전액 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다른 부동산공모펀드도 비슷한 전철을 밟고 있습니다. CGV대학로 건물이 대표적입니다. CGV대학로 펀드는 2019년 10월에 이 건물을 615억 원으로 사들였습니다. 당시에는 우량 물건이었지만, 코로나 사태와 OTT 시장의 성장으로 영화관 영업실적이 크게 악화됐죠.
결국 2022년 매각에 실패하면서, 지난해 10월이었던 펀드 만기를 3년 늘렸고, 담보대출도 연장해서 당장은 한시름 놓은 상황이긴 합니다. 문제는 이게 파멸을 뒤로 미룬 것 뿐이라는 점입니다.

2027년 6월이면 그나마 임대료를 내 주는 CGV와의 임대차 계약도 만료됩니다. 이런 가운데 펀드 수익률은 1월 기준으로 최초 설정일 대비 -40.27%(Class-A)를 기록했습니다.
나머지 공모펀드들도 위태롭지 않은 게 없습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네슬레 본사 빌딩도 5월에 결국 980억 원에 매각을 결정했습니다. 인수가격보다 34% 낮은 가격으로, 투자자 손실이 -70%에 달합니다.
아마존 물류센터 펀드도 CGV대학로처럼 만기를 연장해 인공호흡기를 붙이고 가격 반등만 바라는 중이고, 부산 비스퀘어 매각도 신통치 않습니다. 회생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는 홈플러스 전주효자점의 임대료를 내지 못했습니다.
이 분야 국내 원탑이라고 불리던 이지스자산운용의 7개 부동산공모펀드가 전부 망했거나, 위기를 맞이한겁니다.
‘탈출 불가능’ 부동산공모펀드의 함정

부동산공모펀드, 쉽지 않은 투자입니다. 특히 시황이 악화되면 부동산 투자 최악의 단점으로 꼽히는 낮은 환금성이 발목을 붙잡는 게 치명적이네요. 손절매가 안되니 하락이 시작되면 만기까지 쳐다보고 있을 수 밖에 없죠.
지금은 부동산 침체로 인기가 시들합니다만 앞으로 행여 시황이 반등하더라도 조심해서 접근하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잃어서는 안 될 노후자금 같은 돈은 특히요. 오늘도 한줄평으로 마치겠습니다. “돈이 될 게 확실하면, 공모를 왜 하겠어요? 직접 사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