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5초짜리 ‘AI 셀럽’ 영상이 1억 매출 올렸다... 광고판 흔드는 AI

구동완 기자 2026. 9. 7.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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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공개된 틱톡샵 기능. /틱톡

“세상에나, 그 멜빵 스타일 너한테 정말 너무 잘 어울린다.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의 줄임말)’ 느낌 제대로야!”

글로벌 숏폼(짧은 형식의 콘텐츠) 틱톡에 올라온 15초짜리 영상에서 한 여성이 멜빵 청바지를 입고 걸어오는 친구에게 건네는 말이다. 여성이 “청바지를 어디서 샀느냐”고 묻자, 상대는 옷을 가리키며 “지금 할인 중이니 품절되기 전에 얼른 구매하라”고 답한다. 자연스러운 두 사람의 대화는 카메라를 들고 직접 촬영한 영상처럼 보이지만, 광고 목적으로 만든 AI(인공지능) 영상이다. 인물과 배경 모두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 영상은 게시된 지 30일 만에 8만9000달러(약 1억22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최근 ‘AI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광고가 매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면서 소셜커머스 시장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그동안 뷰티·패션 등 리테일(소매) 브랜드들은 소셜미디어에서 활동하는 인간 인플루언서에게 일정 수수료를 지급하고 제품을 간접 홍보하는 방식으로 광고를 집행해 왔다. 하지만 AI 영상이 갈수록 정교해져 실제 촬영 영상과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면서, 브랜드가 직접 AI 인플루언서를 만들거나 이를 보유한 기업에 광고를 맡기는 사례가 증가하는 것이다.

◇싸고 효과 좋은 ‘AI 셀럽’에 광고 몰린다

7일 AX(인공지능 전환) 전문 업체 바이버스가 틱톡 API(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한 달간 미국 틱톡 계정에 올라온 AI 영상 34만7588건이 최소 1달러 이상의 매출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7만6314건이 100~1만달러의 매출을, 514건은 1만달러 넘는 수익을 거뒀다. 영상 대부분(92.5%)은 30초 이하의 쇼츠 영상이었다.

프롬프트(AI에 입력하는 지시문) 몇 줄로 빠르게 만든 AI 영상이 단기간 고수익을 거두는 새로운 광고 수단으로 부상하자, 소규모 리테일 브랜드를 중심으로 광고 집행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AI 기술을 활용해 광고 기획부터 제작·배포까지 처리하는 이른바 ‘AI 네이티브 에이전시(광고 대행사)’로 광고 의뢰가 몰리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람 모델을 활용하는 기존 광고보다 비용이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며 “(AI 인플루언서를 활용하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광고를 제작할 수 있는 데다, 원하는 장면을 자유롭게 연출해 홍보 효과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론상 AI 인플루언서를 무한히 만들 수 있고, 제품 특성에 맞는 페르소나를 부여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실제 AI 인플루언서 계정은 이미 상당수 활동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틱톡에서 팔로워 5만~50만명을 보유한 AI 인플루언서 계정은 2만6839개에 달했다. 팔로워 50만~100만명인 계정은 1464개, 100만명이 넘는 계정도 808개로 집계됐다.

◇소비자 기만 우려에 규제 목소리도

AI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광고가 빠르게 늘면서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커지고 있다. 영국 소비자단체 위치가 올해 3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0%가 실제 영상과 AI로 생성된 영상을 정확히 구별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콘텐츠의 진위를 구별하기 어려워지면서 소비자가 AI 광고를 실제 후기·추천으로 오인해 허위 광고나 사기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소셜미디어에서 제품을 홍보하면서 AI로 만든 인플루언서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 이를 무분별하게 활용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대형 브랜드와 관련된 콘텐츠 가운데 약 40~60%가 AI로 제작되고 있지만, 상당수가 비밀유지계약(NDA)에 묶여 이 같은 사실이 외부에 공시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일부 AI 인플루언서 제작자들은 광고주로부터 NDA 서명을 요구받고 있다고 한다.

AI 광고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세계 각국의 규제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인공지능법에 따라 지난 8월부터 AI로 생성·조작된 콘텐츠에 대해 AI 생성 여부를 알 수 있도록 표시·라벨링을 강제하고 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2024년부터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작성한 가짜 후기나 제품·서비스를 직접 이용하지 않은 사람의 허위 후기·추천을 금지하고 있다. AI로 만든 리뷰도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다만 AI 모델을 활용한 광고 자체를 금지하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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