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담] 턱만 괴도 근무태만?…삼성디스플레이, 웹캠 논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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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만 괴도 촬영방지 화면으로 넘어갑니다. 하품해도 넘어갑니다. 진짜 불편해요."
"고개나 시선이 조금만 흐트러져도 화면이 넘어가 입력을 할 수 없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5일간 시범 도입한 '웹캠' 인증의 사용자들의 실제 후기입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시스템의 잦은 오류에 결국 웹캠 인증을 일시 중단하고 시스템 전면 재점검에 들어갔지만 노조 측은 재도입이 아닌 다른 대안을 도입해달라고 회사에 역제안했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일주일 간 사용 과정에서도 드러났듯, 기술 유출 방지보단 임직원들의 근무 효율성 저하와 근태 감시 용도로 웹캠 감시가 활용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삼성디스플레이, 10명 중 7명 '웹캠 도입' 반대
13일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조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보안 유출 방지를 위한 웹캠 안면 인증 도입 찬반 의견 설문조사 10명 중 7명이 이 제도를 반대했습니다.
조합원 설문조사에선 반대 261명으로 71.5%가 반대했고, 직원 게시판에선 반대 533명으로 73.7% 비율로 반대 의사를 냈습니다.
앞서 삼성디스플레이는 외주 운영 부서, 국내외 해외 출장과 업무파견, 시스템 관리자 등에 대해 웹캠으로 원격근무자 얼굴을 인식해 업무 프로그램에 접속하는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사외 원격 접속프로그램(VDI)에 최초 접속 시 개인정보 동의서를 받고 얼굴을 좌우로 화전하며 6장을 촬영, 안면을 등록합니다. 이후 안면 인식을 통한 로그인 및 자리 이석 등을 모니터링하는 겁니다.
재택 근무하거나 외부에서 근무할 때 휴대폰으로 보안 자료를 찍어 경쟁사에 넘기는 등 기술 유출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이같은 제도를 시행하고자 한 것인데요.
실제 삼성디스플레이에서는 지난 2021년 연구원 A씨가 외부에서 회사 내부망에 접속해 '디스플레이 제조 자동화 기술' 자료를 휴대전화로 촬영해 중국 업체에 넘기는 등 기술 유출 사례가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임직원을 중심으로 진행했던 5일 간의 실사용자 결과, 악의적 유출 시도 실효성은 떨어지고 오히려 직원 근태 감시를 하는 용도로 변질됐다는 주장입니다. 최초 접속 시 등록할 때 제출한 사진과 표정이나 행동이 조금만 달라도 화면이 꺼져버린다는 것이죠.
유하람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조 위원장은 "회사는 개인정보 침해와 감시 목적이 없다고 했지만 근무 시간 내내 모니터링을 당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 실사용자들의 후기"라며 "그 정보가 회사로 전달돼, 회사 내에 사생활 정보가 남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노조, 열람 문서 보안 등급 관리 등 새 대안 역제안
노조 측은 이에 다른 대안을 회사 측에 역제안했습니다.
사전에 결재가 완료된 문서에 한해서만 원격 근무 때 열람을 가능하도록 하거나, 원격 근무 시엔 카메라 실행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조치하는 등 방법을 사용하자는 겁니다.
노조가 회사에 새 대안으로는 △원격근무자 셀프 보안앱 도입 △모니터 촬영 방지 필름 개발 △지문 인증 △ 열람 문서 보안 등급 관리 △외주사 근무자 보안 구역 마련 △사외구역 모바일 메신저 접속 차단 등 입니다.
회사 측은 우선 보안 신뢰성의 완성도를 높이기 전까지 도입을 미루고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한편 임직원 근태 관리 논란은 한차례 게임 업계에서 갑론을박이 일어난 사건입니다.
근무시간 중 자리를 15분 이상 비우면 '비업무시간'으로 처리하거나, 마우스 커서가 20분 이상 움직이지 않으면 업무를 하지 않는 것으로 바꾸는 제도인데요.
당시 회사 측은 업무 시간 효율화 취지로 이같은 제도를 도입했지만 그 목적과는 달리 구성원들의 근태를 일일이 감시하는 결과를 낳으면서 불만이 터진 바 있습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재택근무는 제대로 일을 하는지 확인이 안되고 조직 이완돼 성과 관리가 어렵다는 점에서 기업들 입장에서도 심각한 고민이 있는 것 같다"며 "다만 근태관리를 엄격히, 성급하게 해 직원이 감시한다고 느끼면 오히려 사기가 떨어지고 성과 마이너스가 나는 효과가 난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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