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사절단이 "한국 무기 전시회에 나타난 이유"

지난 5월 28일에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에 네덜란드 방산업계 인사들이 대거 나타났습니다.

풍차와 튤립의 나라로 알려진 네덜란드가 왜 갑자기 K-방산에 관심을 보이게 된 것일까요? 이들이 한국을 찾은 진짜 이유를 파헤쳐보겠습니다.

사실 네덜란드의 한국 방산업계 접근은 하루아침에 벌어진 일이 아닙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전체가 방산 체계를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네덜란드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특히 NATO 기준인 GDP 대비 2% 방위비 지출 목표를 올해 달성하면서 약 220억 유로, 우리 돈으로 약 32조원이라는 막대한 국방예산을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이 돈을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유럽 내 방산업체들만으로는 급변하는 안보 환경에 빠르게 대응하기 어려웠고, 미국 무기는 너무 비싸고 납기도 길었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K-방산이 매력적인 대안으로 떠오른 것입니다.

풍차의 나라에서 온 무기 쇼핑단


지난 5월 27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2025 한-네덜란드 방산협력 세미나'는 단순한 친선 행사가 아니었습니다.

2025 한네덜란드 방산협력 세미나에 참석한 네덜란드 참석단

네덜란드 방산산업연합회(NIDV), 응용과학연구소(TNO), 로빈 레이더, VSE 등 8개 핵심 기관과 기업이 참여한 진짜 '비즈니스 미팅'이었습니다.

네덜란드 사절단이 한국을 찾은 이유는 명확했습니다.

루벤 브레켈만스 네덜란드 국방장관이 작년 9월 방한했을 때 한 말이 모든 것을 설명해줍니다. "한국은 양질의 제품을 대규모로 생산할 능력이 있습니다"라고 그는 평가했습니다.

실제로 네덜란드가 주목한 것은 K-방산의 '가성비'와 '신속성'이었습니다.

같은 성능의 무기를 미국보다 저렴한 가격에, 유럽 업체들보다 빠른 납기로 공급받을 수 있다는 점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무기 소모가 급증하면서 빠른 보충이 절실한 상황에서 한국의 생산 능력은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HD현대중공업 무인항공모함에 꽂힌 네덜란드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마덱스에서 네덜란드 관계자들이 가장 오랫동안 머물렀던 곳은 HD현대중공업 부스였습니다.

특히 무인항공모함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지난 5월 28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5 마덱스'에서 네덜란드 방위보안협회(NIDV) 관계자들이 HD현대중공업의 무인항공모함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네덜란드가 무인 시스템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인구 1,700만 명의 작은 나라로서 인력 기반의 전통적 방산 체계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무인 항공기, 무인 함정, 무인 지상차량 등 첨단 무인 시스템을 통해 적은 인력으로도 강력한 방어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한 것입니다.

한국의 무인 시스템 기술은 이미 세계적 수준입니다. 특히 해상 무인 시스템 분야에서는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발전했습니다.

네덜란드처럼 해상 방어가 중요한 국가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기술이었을 것입니다.

32조원 국방예산의 행방을 정하는 중요한 만남


네덜란드의 국방예산 220억 유로(약 31조 4천억원)는 단순히 큰 숫자가 아닙니다.

이는 네덜란드가 앞으로 5-10년간 방산 분야에 투입할 핵심 자원입니다.

이 돈이 어느 나라 무기업체로 흘러가느냐에 따라 글로벌 방산 지형이 바뀔 수 있습니다.

네덜란드 사절단이 마덱스에서 집중적으로 살펴본 분야는 다연장로켓, 보병전투장갑차, 어뢰, 레이더 시스템 등이었습니다.

천무 다연장로켓

이들 무기 체계는 모두 네덜란드가 시급히 보강해야 할 분야들입니다.

특히 다연장로켓의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그 위력이 입증되면서 유럽 각국이 앞다퉈 도입하려고 하는 무기 체계입니다.

한국의 천무 다연장로켓은 이미 폴란드에 수출되어 그 성능을 인정받았고, 네덜란드도 이에 주목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유럽 방산 판도를 바꿀 한-네덜란드 협력


네덜란드와 한국의 방산 협력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무기 판매 때문만이 아닙니다.

네덜란드는 유럽연합 내에서 상당한 발언권을 가진 국가로, 네덜란드가 K-방산을 선택한다면 다른 유럽 국가들도 뒤따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네덜란드는 작년 한국과 '인공지능의 책임있는 군사적 이용에 관한 고위급회의'를 공동 주최하는 등 군사 기술 분야에서 한국과의 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왔습니다.

루벤 브레켈만스 네덜란드 국방장관이 지난 2024년 9월 서울에서 열린 ‘2024 인공지능의 책임 있는 군사적 이용에 관한 고위급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무기 구매를 넘어 기술 협력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네덜란드는 특히 레이더와 센서 기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이런 기술을 습득하고 네덜란드가 한국의 생산 능력을 활용한다면 윈-윈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러시아 위협에 대응하는 새로운 방산 파트너십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럽의 안보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독일, 폴란드에 이어 네덜란드도 방산 지출을 대폭 늘리면서 새로운 무기 공급원을 찾고 있는 상황입니다.

네덜란드에서 운용중인 레오파르트 전차

네덜란드가 한국에 주목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공급망 다변화'입니다.

미국 무기에만 의존할 경우 가격과 납기 면에서 불리하고, 유럽 내 업체들은 생산 능력에 한계가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충분한 생산 능력과 검증된 기술,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을 모두 갖춘 이상적인 파트너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브레켈만스 국방장관이 언급한 "항공우주, 레이더, 무인 시스템 등에서의 긴밀한 협력"과 "탄약과 미사일 분야에서의 협력 잠재력"은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닙니다.

실제로 네덜란드가 이들 분야에서 한국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러시아 위협에 대응하려는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K-방산이 유럽으로 진출하는 새로운 관문


네덜란드 사절단의 마덱스 참가는 K-방산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그동안 한국 방산업체들이 유럽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었던 이유 중 하나는 적절한 '교두보' 역할을 할 파트너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네덜란드는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이상적인 파트너입니다.

EU 회원국이면서 NATO의 핵심 구성원이고, 다른 유럽 국가들과의 네트워크도 강합니다.

네덜란드와의 성공적인 협력 사례가 만들어진다면 이를 바탕으로 독일, 프랑스 등 다른 주요 유럽 국가들로의 진출도 한결 수월해질 것입니다.

정부 소식통이 "첨단기술을 가진 네덜란드와의 실질적인 협력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한 것도 바로 이런 맥락에서입니다.

단순한 완제품 수출을 넘어 기술 협력과 공동 개발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결국 네덜란드 사절단이 마덱스에 나타난 이유는 단순합니다. 변화하는 안보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가장 효과적이고 현실적인 파트너를 찾던 중 한국이라는 답을 발견한 것입니다.

앞으로 이들의 협력이 어떤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질지 주목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