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민 한경기획 대표 “짧은 프렌차이즈 수명 늘리기 위해선 '디지털 전환'이 해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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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3.5년에 불과한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수명을 늘리기 위한 방법을 오랜 시간 고민했습니다. 폐업율을 낮추고, 본사와 가맹점이 상생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선 결국 데이터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더군요”.

디지털 전환(DX)이 오프라인 중심 산업인 외식 업계에도 번지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매장 운영에 타격을 입은 외식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서빙로봇, 키오스크 등 무인화 매장 도입에 나선 결과다. 특히 최근엔 ‘푸드테크(식품+기술)’에 대한 관심까지 높아지면서 DX에 대한 수요는 더 확대되고 있다.

‘청년다방’ 등 외식 브랜드를 운영하는 한경기획은 국내에서 외식 업체 DX를 리드하는 대표적인 업체로 꼽힌다. 외식 업체로서는 드물게 IT 전략 연구소까지 세워 직접 운영하며 자체 IT 시스템을 개발해 사업에 적용하고 있어서다. 외식 기업인 한경기획이 IT에 집중하는 건 코로나19와 고물가 등으로 외식업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는 지금, DX가 이들 사업의 지속성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한경민 한경기획 대표는 특히 프랜차이즈를 장기적으로 키우기 위해선 DX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 19일 한 대표를 서울 마포구 사옥에서 만나 이제 초기 단계에 들어선 오프라인 외식업계의 DX 흐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한경민 한경기획 대표(사진=한경기획)

한 대표는 “10년 넘게 외식 브랜드를 기획, 육성하면서 프랜차이즈를 장기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고, DX에서 해답을 찾았다”고 했다.

평범한 주부였던 한 대표는 2000년대 후반 외식 업계에 뛰어들었다. 치킨, 카페 등 여러 프랜차이즈 업장을 운영했지만 대부분 평균 3.5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폐업하는 외식업의 짧은 수명에 대해 염증을 느꼈다. 2010년 회사를 설립한 뒤에도 '사업을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외식업'에 대한 고민은 계속됐다. 그는 “프렌차이즈가 오래가기 위해선 결국 IT 기반 솔루션을 내재화 해 본사와 가맹점이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변화할 수 있는 상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했다.

실제로 최근 외식업계에선 디지털 경쟁력을 적용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코로나19 이후 무인화 매장이 일상화되고 배달 주문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업무 효율을 위해선 가맹관리, 배달관리 등의 디지털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기 때문이다. 그는 “코로나19로 오프라인 매장 운영의 효율성이 수익과 직결됐고, 배달 등 경영관리 전반에 IT 기술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며 “과거와 달리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까지 가능해지면서 외식업계에서도 IT 경쟁력을 중심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 하는것이 모두의 관심사가 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흐름을 포착한 한경기획은 남들보다 반발짝 앞서 디지털 전환을 준비했다. 지난해 1월 자체 IT 전략 연구소를 설치하고, 시스템 개발에 열중했다. 매년 연 매출(2022년 기준 390.5억원)의 약 7.7%에 해당하는 30억원 이상을 IT 서비스 연구개발(R&D) 및 운영 비용으로 쓴다. 그는 “IT 분야에 전문화된 인력 구성을 갖춰 IT 연구소를 열었고, 현재 ERP(전사적자원관리) 솔루션, 상권분석 등 다수의 빅데이터 기반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경민 한경기획 대표(사진=한경기획)

현재 한경기획의 IT 서비스는 ERP(전사적자원관리) 솔루션, 상권분석 시스템 등으로 이뤄져 있다. 예비 점주들이 창업 컨설팅, 상권 분석을 하는 것부터 가맹점주들이 상품과 리뷰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전부 DX한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한경기획이 보유한 자체 브랜드 ‘청년다방’, ‘은화수식당’ 등 5개, ‘고방채’ 등 6개의 인큐베이팅(엑셀러레이팅) 브랜드에서 각각 활용되고 있다.

한 대표는 “자체 개발한 ERP 솔루션으로 가맹점주와 본사 간 소통을 지원하고, 수퍼바이저가 가맹점 품질관리까지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창업자들이 정보를 얻거나, 가맹점주들이 매장을 손쉽게 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까지 모두 DX화 했다”고 설명했다.

DX 전략은 고스란히 매출로 이어졌다. 지난해에는 매출 390.5억원, 영업이익 3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실적이 각각 74.53%, 187.85% 증가하는 성과를 냈다.

‘테크 기반 F&B 컴퍼니 빌더’를 지향하는 한경기획은 DX 내공을 앞세워 한식 브랜드 ‘솔솥’, 카페·베이커리 브랜드 ‘파란만잔’을 엑셀러레이팅하기도 했다. 한 대표는 “’솔솥’은 상권분석 시스템을 활용해 매장을 늘려 올해 가맹점 100개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고, ‘파란만잔’은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해 테이스팅, 메뉴 개발 작업을 진행했다”며 “’파란만잔’의 경우 올해 중국 매장 오픈을 준비할 정도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한 대표는 “개인이 요리를 잘해서 식당을 운영하는 것과 프랜차이즈 사업은 전혀 다른 얘기”라며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한경기획이 보유한 IT 등 기술력과 자금을 통해 '빌딩'에 나서는 것이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향후 한경기획은 글로벌 사업도 확장할 계획이다. '청년다방' 등 국내 인기 브랜드를 해외에서 여는 것과 동시에 2021년 태국에 연 한식 전문 푸드코트(K-strEAT) 등의 사업을 통해 다양한 종류의 K-푸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한 대표는 “현재 한경기획의 대표 브랜드인 ‘청년다방’은 미국, 일본, 베트남 등에 매장을 보유하고 있고, 에피타이저 주점인 ‘치치’는 지난 4월 미국에 첫 진출했다”며 “3년 이내 연 매출 1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국내외 사업을 확장하고 있으며, 올해는 ‘파란만잔’을 비롯한 다양한 브랜드의 해외 매장 오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어 “향후 밀키트 및 굿즈 생산, 온라인 채널 공략을 통해 글로벌 사업 방향을 넓힐 계획”이라며 “궁극적으로는 프랜차이즈 본사 기능을 분리하고, 전문경영인을 발탁해 외식업계에서 차별화된 전문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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