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신약·기술 수출 거점으로…K바이오, 美자회사 운영전략 바꾼다

이재아 기자 2026. 5. 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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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회복·빅파마 기술도입 확산에
HLB·베리스모·네이처셀·에이비엘
현지 데이터 확보·FDA 승인 박차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코리아 2026' 현장. [출처=연합]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미국 현지 자회사를 글로벌 신약개발의 전초기지로 활용하며 사업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최근 미국 바이오 투자 심리가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글로벌 빅파마들의 기술도입(License-in) 수요가 다시 살아나면서 국내 기업들도 미국 현지 법인을 통한 임상·사업개발 역량 강화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과거에는 현지 네트워크 확보와 투자 유치 목적이 컸다면 이제 임상 개발과 FDA 대응, 기술이전 협상까지 미국 법인 중심으로 이뤄지는 사례가 늘어나는 분위기다. 국내 시장만으로는 기업가치 확대에 한계가 있는 만큼,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 직접 성과를 입증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세계 최대 시장 美…"현지 개발 경험이 경쟁력"

8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세계 의약품 산업의 중심지로 꼽힌다. FDA 규제 체계가 글로벌 기준 역할을 하는 데다 주요 다국적 제약사와 바이오 투자 자금, 임상시험 인프라가 집중돼 있어서다.

시장 성장세도 뚜렷하다. 미국 시장조사기관(Grand View Research)은 현지 의약품 시장 규모가 2025년 약 6453억달러 수준에 달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어 고령화와 바이오의약품 확대, 항암·희귀질환 치료제 수요 증가 등을 바탕으로 2030년에는 8839억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시장 환경 속에서 국내 기업들도 미국 자회사를 중심으로 현지 임상과 신약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단순 수출보다 미국 현지에서 직접 임상 데이터를 확보하고 FDA 허가 경험을 축적하는 전략이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코리아 2026' 현장. [출처=연합]

◆CAR-T·줄기세포·ADC…미국 임상 전면 배치

이에 국내 기업들도 CAR-T(키메라 항원수용체 T세포 치료제)·줄기세포·이중항체 ADC(항체약물접합체) 등 차세대 파이프라인 임상을 본격화하며 실질적 성과를 통한 존재감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HLB이노베이션은 미국 자회사 베리스모 테라퓨틱스를 통해 차세대 CAR-T 세포치료제 개발을 추진 중이며, 최근 대규모 자금 투자를 단행하며 임상 확대에 힘을 실었다.

베리스모는 자체 플랫폼 'KIR-CAR'를 기반으로 혈액암과 고형암 대상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NK세포 유래 수용체 기반 기술을 적용해 기존 CAR-T 치료제의 한계로 지적돼온 T세포 탈진 문제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회사는 최근 미국암연구학회(AACR 2026)에서 혈액암 치료제 'SynKIR-310' 관련 초기 데이터를 공개했다. 전임상 단계에서 기존 상용 CAR-T 치료제 대비 높은 항종양 활성을 확인했고, 초기 임상에서는 완전관해 사례도 보고됐다.

네이처셀은 미국 자회사 네이처셀 아메리카를 중심으로 자가 지방유래 중간엽줄기세포 치료제 '아스트로스템-AU'를 개발하고 있다. 최근 FDA로부터 성인 자폐 스펙트럼 장애 환자 대상 임상 1상 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으며, 향후 재생의료첨단치료제(RMAT) 지정도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해 8월 2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 제약·바이오·건강기능 산업 전시회'에서 참관객들이 부스 상담을 받는 모습. [출처=연합]

에이비엘바이오는 미국 자회사 네옥 바이오를 통해 이중항체 기반 항체약물접합체(ADC) 파이프라인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회사는 최근 추가 자금 투자를 단행했으며, 확보한 재원은 'ABL206'과 'ABL209' 임상 개발에 활용된다. 두 후보물질 모두 FDA로부터 임상 1상 IND 승인을 획득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미국 자회사 전략이 실질적인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초기 임상 진입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후기 임상 진척과 기술수출, 상업화 성과까지 연결돼야 글로벌 시장 내 존재감을 입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미국 법인 설립 자체는 특별한 일이 아니"라며 "결국 중요한 것은 현지에서 확보한 데이터와 글로벌 파트너십, 그리고 실제 매출로 이어질 수 있는 상업화 역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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