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에게도 MBTI가 있다면 P일까, J일까?
말은 습관의 동물, 처음을 잘 훈련하면 계획대로 한다
주위에 MBTI 과몰입자를 흔하게 볼 수 있다. 모든 행동을 MBTI와 연결 짓는다. 어느덧 그 방식이 익숙해져, 나 역시 궁금한 사람을 종종 유형으로 예상해보기도 한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말(horse)은 어떤 유형인가 궁금해졌다. 그렇다. 나는 상상을 좋아하는 'N'이 풍부한 사람이다.
일단 말은 l와 E가 혼재해 있는 것 같은데 굳이 고르자면 E에 한 표다. 특히 2세가 안 된 어린 말은 대부분 E 같다. 세상 모든 것에 눈이 땡그래지고 귀를 쫑끗거린다. 저 먼 곳에서 친구가 울면 바로 같이 반응해 준다. 사람이 오면 냄새를 킁킁 맡으려고 먼저 다가온다.
말은 보통 친구랑 함께 있어야 하는 군집 동물이다. 혼자 있으면 오히려 불안해져서 이상 행동을 보이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모태 '아싸'이다. 그렇게 동료와 함께 세상 편안하게 살아가며, 외부 환경에 호기심 많은 말은 E인 걸로 내 맘대로 판명해 본다.
둘째, 말은 N인가 S인가? 어렵다. 과연 직관인가 감각인가. 상상력까지 가는 뇌구조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되기에 말은 감각에 충실한 S라고 분류해 본다. 혹시, 내가 너희들의 무한한 영감과 상상력이 있는 걸 모르고 있었다면 미리 사과한다.
여튼간에 인간인 나의 머리로서는, 말에게 풀이란 그저 맛있는 음식으로 담백히 여겨주는 현실형 S로 보인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너희의 행복을 위해 맛있는 사료와 풀을 제때 제공해 준다.
셋째, 말은 T일까 F일까? 말은 상대의 감정을 중요시할까? 아니면 사실에만 입각할까? 말을 훈련시키다 보면, 사람의 음성에서 칭찬하는 톤이나 토닥임에 반응을 한다. 또한, 한번 싫거나 무서운 경험을 했으면, 그걸 되돌리기 엄청 어려울 만큼 순간의 기억이 오래가는 동물이다.
주사 맞는 게 한번 싫은 경험으로 남으면, 그게 아무리 안 아프고 어르면서 해줘도 다음에도 무조건 싫어하는 뒤끝 작렬의 동물이다. 그러므로, 아무래도 본인의 감정(기억)에 충실한 F에 가깝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마지막, 말은 충동적인 P보다는, 계획이 있는 J에 가깝다. 말은 습관의 동물이다. 정해진대로 잘 훈련하면 나중에는 시키지 않아도 그 계획대로 간다. 그날의 기분에 따라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처음 훈련이 그만큼 중요하다.
처음 머리에 굴레를 씌우는 날, 처음 사람이 올라타는 날, 처음 목욕 하는 날 등등 모든 것들을 아주 천천히 단계적으로 습관을 잡아놓으면, 말은 다 수용한다. 그러니 사람도 안심하고 말을 탈 수 있다.
여기까지가 파워 상상꾼이 멋대로 예측해본 말의 MBTI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했다. 그러므로 우리는 친구 좋아하고, 현실에 충실하고, 기억력 좋고, 습관을 따르는 말을 이해하고, 최대한 그 능력을 그대로 발휘하도록 옆에서 조력하면 된다.
궁합이 뭐 별거 있나. 상대를 제대로 파악하고 내가 그걸 기꺼이 맞춰주며 서로 만족하면 된 거지. 맞춰주기 싫으면 그 사람 그 자체로 인정하든가. 그것이 이 세상에서 '함께', 또 '각자' 살아가는 삶의 방식일 것이다.
#지식토스트
* 글쓴이 - 김아람
제주도에서 말을 치료하는 수의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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