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반영 아닌 민심 몰아가기? ‘대표성’ 떨어지고 ‘왜곡’은 커졌다

강윤서 기자 2026. 5. 29.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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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흔드는 여론조사의 함정…응답률·조사방식 따라 결과 ‘널뛰기’ 
업체·정치권·언론의 위험한 공생…‘착시효과’ 키우며 ‘클릭 장사’ 반복 

(시사저널=강윤서 기자)

선거철마다 후보 공약보다 정치권을 더 크게 흔드는 것이 있다. 바로 숫자다. '오차범위 내 접전' '골든크로스' '초박빙' 등 후보와 유권자를 모두 긴장케 하는 표현들이 선거판을 뒤덮는다. 언론은 여론조사 결과를 앞세워 판세를 해석하고, 정치권은 그 숫자에 따라 전략을 바꾸거나 단일화 명분을 찾는다. 유권자는 승패 여부를 가늠한다. 그 사이사이 끼어있는 '왜곡과 오염'은 쉽게 발견하기 어렵다. 신호와 소음이 뒤섞여 있는 데다, 숫자 자체가 너무 빠르게 소비되고 확대 재생산되기 때문이다. 6·3 지방선거가 일주일도 남지 않은 현시점 여론조사 업체-언론-정치권의 기묘한 공생관계, 그 악순환 구조를 되짚어봐야 하는 이유다.

ⓒChatGPT 생성 이미지

응답 편향·무응답의 함정…알면서도 눈감는다?

현재 실시되는 많은 여론조사의 첫 번째 한계는 '표본'이다. 조사기관은 전체 대상(모집단)을 전부 조사할 수 없기에 대표성을 갖춘 실제 조사 대상(표본 집단)을 추출한다. 이 표본은 연령·성별·지역 등을 인구수나 유권자 수에 비례하도록 맞춘다. 문제는 아무리 표본을 투명하게 추출했다고 해도 응답자의 정치적 적극성, 즉 응답률까지 완벽하게 보정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통상 전화면접조사 응답률은 10~20%, ARS조사 응답률은 그보다 더 낮은 10% 이하 수준으로 알려졌다. 유권자 대다수는 여론조사 전화에 응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누가 조사에 적극 응답할까. 조사방식마다 차이는 있지만 주로 정치 고관여자나 정치에 관심이 많은 유권자가 더 적극적으로 응한다. 반면 정치 무관심층은 전화를 끊거나 응답을 미루는 경향이 있다. 이때 말하는 '정치 고관여자'나 '정치에 관심이 많은 유권자'는 선거철마다 상황에 따라 보수층일 때도 있고 진보층일 때도 있다. 그때마다 특정 성향 응답층이 실제 유권자 분포보다 과다 반영되는 '응답 편향'이 생길 수 있다. 결국 응답률 자체가 낮은 데다 특정 성향의 응답자가 과도하게 잡히면 표본의 대표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여론조사가 전체 유권자의 평균 민심이라기보다 '조사에 응답한 사람들의 현재 의견'이라는 점을 착각해선 안 되는 이유다.

조사방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한계도 있다. ARS, 전화면접 등 조사방식이나 휴대전화 번호 무작위 추출(RDD) 등 표집 방식에 따라 다른 유형의 응답자를 붙잡는다. 전화면접원에게 응답 독려를 받는 조사냐, 아니면 기계음이 안내하는 ARS조사냐에 따라 응답자의 반응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응답률이 낮은 ARS 조사일수록 정치 고관여자 등 적극 응답층이 더 많이 추출된다고 본다. 예컨대 이달 초순께만 하더라도 대다수 여론조사 결과에서 보수 텃밭인 TK·PK조차 여권 후보가 우위를 보였지만, 최근 들어 접전 양상으로 바뀐 모습이다. 이에 '보수 결집'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그러나 이런 양상 역시 전화면접조사보다 ARS조사에서 더 나타난다는 점에서 보수층의 응답 편향이 반영된 결과라는 시각이 있다.

질문의 흐름도 주목해야 한다. 같은 질문이라도 조사 설계에 따라 응답은 달라질 수 있다. 이달 중 주요 언론사에서 공표한 대구시장 선거 지지율 관련 가상번호 전화면접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대다수 조사 결과에서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가 각각 40%대와 30%대에서 접전을 보였다. 이와 달리, JTBC-메타보이스 조사와 뉴스1-한국갤럽 조사에서만 두 후보 모두 40%대를 기록했는데, 그 배경에는 '재질문'이라는 설정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두 조사에선 지지하는 후보가 없거나 모르겠다고 응답한 유권자들에게 '그래도 누가 조금이라도 더 낫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식으로 한 번 더 질문했다.

'보통'이나 '모름·무응답' 선택지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도 조사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운영 평가를 물을 때 '잘한다'와 '못한다'만 제시하는 경우와 '보통'을 함께 제시하는 경우는 결과가 다르게 나온다. 후보 지지율 조사에서도 이름 배열, 정당명 표기, 무소속 후보 포함 여부가 응답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결국 여론조사의 숫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에는 아무리 중립성을 위한 장치를 활용하더라도 수많은 선택이 개입되는 셈이다.

(왼쪽 위부터)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 추경호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 ⓒ연합뉴스

'보도준칙' 무시하는 언론…자극적 제목 남발

유권자의 혼란을 가장 크게 키우는 것은 언론이다. 한국기자협회 등 5개 언론 단체는 2016년부터 선거여론조사보도준칙을 시행하고 있다. 보도준칙에 따르면, 저품질 조사를 반복하기보다 정확성과 공정성을 갖춘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또 오차범위 내 결과를 서열화하거나 과장해선 안 되며, 조사방식이 다른 결과의 단순 비교, 주관적 표현, 하위표본 과잉 해석도 경계해야 한다. 무엇보다 과학적 표집 과정을 거치지 않은 ARS 여론조사에 대해선 인용 보도는 물론, 의뢰나 기획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각종 언론보도에선 조사방식이 다른 결과를 나란히 놓고 "며칠 만에 지지율이 급등했다"며 단순 비교를 한다. 언론사에서 여론조사 전문기관에 전화면접조사보다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ARS조사를 의뢰하고 그 결과를 보도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는 보도준칙의 취지와 충돌할 소지가 있다. 보도준칙은 '조사 대상자의 선택이 조사기관에 의해 무작위로 이뤄지지 않는 방법, 즉 과학적 표집 과정을 거치지 않는 사람이 응답자로 참여하는 인터넷 여론조사 또는 ARS 여론조사'에 대한 기획이나 의뢰를 금지하고 있다. 중앙심의위원회에 등록된 여론조사라 하더라도 이런 사유에 해당되는 조사 결과는 인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했다.

오차범위 내 결과를 우열처럼 표현하는 문제도 흔히 발생한다. 가령 C후보가 36%, D후보가 34%를 기록했다면 통계적으로 신뢰구간에 따른 표본오차를 감안해 누가 앞선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경합"이나 "오차범위 내에 있다"고 보도하는 것이 정확하다. 그러나 기사에선 "오차범위 내에서 1, 2위를 차지했다"나 "C가 D를 앞선다"는 표현이 흔히 사용된다. 수치만을 나열한 제목도 종종 보인다. 이를 보면서 정치권은 해당 보도를 선거 전략에 활용하고, 유권자들은 실제 우세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오차범위 내 결과'라는 통계적 불확실성이 언론보도를 거치면서 확정적 사실처럼 소비되는 셈이다.

정치권은 공개적으로는 "못 믿을 조사"라고 비판하면서도, 저마다 유리한 숫자를 내세워 재생산하려는 분위기다. 특히 한국 정치에서 여론조사는 후보 선출 과정의 핵심 장치로 자리 잡았다. 공천 과정에선 후보 경쟁력을 따지고, 단일화 협상에서는 우열을 가리며, 전략 지역을 선정하는 데 활용된다. 경선 과정에서도 당원 투표와 함께 여론조사를 특정 비율로 반영해 최종 후보를 결정하는 방식이 일반화됐다. 이 과정에서 여론조사는 민심을 반영하는 도구가 아니라 민심을 몰아가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가령 지지율이 높은 후보에게는 대세론이 붙고, 낮은 후보에게는 사퇴론이 따라붙는 식이다.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여론조사 문제점을 두고 이제는 여론조사를 어떻게 의심하고, 어떻게 읽고, 어떻게 보도할 것인지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됐다. 정한울 한국사람연구원 원장은 통화에서 "여론조사 결과가 왜곡된 배경에는 기술·제도 차원보다 언론의 책임이 더 크다"며 "기사 클릭 수를 높이고 관심을 끌기 위해 ARS조사 결과를 보도하고, 오차범위 내 접전 등 난센스 같은 표현이 난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원장은 이어 "과연 이를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비관적인 입장이다. 언론사든 정당이든 금액대가 낮은 여론조사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제도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고 했다. 결국 선거 여론조사 자체가 선거 예측 조사가 될 수 없다는 점을 인지하고, 언론의 자정 작업이 활발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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