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낮에 1호선 타고 소요산 끝까지 갔다가
지금 돌아오는 길이에요.
서울의 낮 기온이 섭씨 27도까지 올라간 지난주.
서울 영등포역 인근 고시원에 거주하는 박 모씨는 벌써부터 무더워진 초여름 날씨를 피해 낮 동안 '이곳'으로 향했는데요. 과연 어디였을까요?
지하철을 타면 에어컨이 나오잖아요.
바로 '지하철'인데요. 박씨가 사는 고시원은 월세 30만원으로 개인 방에는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고시원 공용 복도에 벽걸이형 에어컨 2대가 설치돼 있지만, 낮 30도가 육박하는 지금에도 아직 가동하지 않고 한여름인 6월 중순부터 가동될 예정인데요.
해당 고시원 총무는 "6월 중순이어도 최근 전기요금이 올라 에어컨을 많이 사용할 수는 없을 것 같고 낮에 2~3시간 정도만 틀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평년보다 더 더울 것으로 예상되는 올여름.
전기요금까지 전년 대비 약 30% 인상되었는데요.
이런 상황에 서민층과 사회복지시설 거주자 등 에너지 취약계층의 고통이 한층 가중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동시에 에너지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덜어줄 정부 대책이 추가로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는데요.
실제로 올 2분기 전기요금 인상분이 지난 16일부터 반영되기 시작한 가운데, 요금 고지서가 나오면 취약계층의 생계비 부담이 그만큼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10만원이 뭐길래' 더위보다 요금이 무서운 이 곳
한낮 기온이 30도 이상으로 치솟으면서 해수면 온도까지 덩달아 높아진 상황. 이보다 온도가 더 올라간다면 1994년에 이은 역대급 폭염까지 예상되는데요. 이 가운데, 벌써부터 해수면 온도차가 1.1을 보이면서 동태평양 일대에서는 '엘니뇨 현상'까지 발생했는데요.
서울시 대표 쪽방촌이라고 불리는 용산구 동자동은 벌써부터 두려움으로 가득합니다.
윤용주 동자동사랑방 공동대표는 "예전에는 한여름에 에어컨을 틀어도 평소보다 7만~8만원 정도 더 내면 됐는데 올해는 10만원 이상은 내야 할 것 같다"고 예상했는데요.
"이 지역 월세가 25만원 선인데 최근에는 가스요금, 전기요금이 죄다 올라 비싼 곳은 35만원까지 인상됐다"고 전했습니다.
물가는 오르고, 원생은 줄고…그래도 '틀어야죠'
어린이집도 오른 전기요금으로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어린이들은 아직 온도에 민감해 냉방조절을 필수로 해줘야 합니다. 대부분의 어린이집에는 각 방마다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어린이집은 사회복지시설에 해당돼 전기요금을 30% 감면받기는 하지만, 줄어드는 원생 수와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인해 전기요금이 부담된다는 입장인데요.
강원미 한국가정어린이집연합회 회장은 "32평 기준으로 여름 전기요금이 한 달에 40만원 정도 나오는데 올여름은 이보다 훨씬 많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다"고 토로했습니다.
높아지는 물가, 올라가는 기온에… '쌓여가는 고지서'
공공요금 인상으로 큰 부담을 느낀 차상위계층 중 일부는 전기요금을 제때 납부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주택·일반용 전기요금 체납액은
704억 2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가량 늘어난 수치라고 합니다.
또한 양다영 서울연구원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소득계층별 부담 증가 정도가 가장 뚜렷하게 차이가 나는 공공요금은 '전기요금과 도시가스요금'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저소득층인 소득 1분위 가구가 고소득층인 소득 10분위 가구보다 부담이 2배 이상은 큰 것이죠.
지난 겨울에 이어 또다시 불거진 전기요금 대란.
아직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기도 전이지만 벌써부터 고시원, 쪽방촌, 어린이집 등 취약 계층이 있는 여러 곳에서 걱정으로 가득한데요.
공공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 에너지 취약계층에 대한 맞춤형 지원 정책이 하루 빨리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위 콘텐츠는 매일경제 기사
<"전기료 올라 에어컨 틀기 무서워" 찜통 고시원 벗어나 지하철 피신>을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이지안 기자 / 박보성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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