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즘, 오히려 기회"…LG전자 'B2B' 사업 10조 드라이브

백유진 2024. 10. 10.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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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사업으로 키우는 '전기차 충전', 2030년 매출 1조 목표
마이크로 LED·의료용 모니터 육성해 BS본부 10조 매출 달성
장익환 LG전자 BS사업본부장 부사장이 10일 평택 디지털파크에서 LG전자의 비즈니스 솔루션(BS) 사업을 설명하고 있다./사진=LG전자 제공

[평택=백유진 기자]경기도 평택시 LG디지털파크에 자리한 LG전자 '비즈니스 이노베이션 센터(이하 BIC)'는 LG전자의 다양한 B2B(기업간거래) 제품을 판매하는 거점이다. 이곳에서는 마이크로 LED, OLED 사이니지 등 차세대 디지털 사이니지를 비롯해 IT기기, 의료용 모니터, 전기차(EV) 충전기 등 B2B 제품을 직접 체험하고 거래선과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한다. LG전자는 전 세계 40여개국에서 현지 환경과 특성에 맞춰 BIC를 운영하고 있다.

충전기 안정성, 전기차로 직접 시험

LG디지털파크 내 올해 7월 새롭게 구축한 '실차시험소'는 LG전자 BS(비즈니스솔루션)사업본부가 신사업으로 추진 중인 전기차 충전기의 안정성 검증을 위한 공간이다. BS사업본부는 호텔, 매장, 기업, 학교 등 다양한 고객별 맞춤 상업용 디스플레이부터 LG 그램·모니터 등 IT기기, 상업용 로봇, 전기차 충전기 등 LG전자의 대표적인 B2B 제품과 솔루션 사업을 이끄는 본부다.

실차시험소에 들어서니 7·100·200kW 등 한국향 제품과 11·175kW 등 북미향 제품 등이 전시된 쇼룸이 나온다. 쇼룸을 지나니 LG전자 직원들이 약 100평 규모의 공간에서 실험을 진행하고 있었다. LG전자가 출시하는 국내외 모든 전기차 충전기로 전기차를 직접 충전해 화재안정성이나 전압·주파수 변환 안정성을 검증하는 곳이다. 

LG전자 실차시험소에서 전기차 충전기를 실제 차량과 연결해 충전 중 발생하는 다양한 상황을 테스트하는 모습./사진=LG전자 제공

이곳에는 총 350kW 급속 충전기 2대와 100kW 충전기 1대 등을 동시에 시험할 수 있는 총 3개의 시험 공간이 있다. 480kW 충전기를 위한 시험 공간도 내년 확장 공사를 준비 중이었다. 국내 시장을 타깃으로 한 100kW 충전기에는 현대차의 아이오닉6, 북미·유럽향 350kW 충전기에는 테슬라, BMW의 전기차가 테스트 중이었다. LG전자 관계자는 "실사용성 평가를 완벽하게 거치기 위해 실제 차량을 직접 구매해 검증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이 차량들은 충전기 바로 옆에 자리한 것이 아니라 모두 욕조 형태로 만들어진 공간에 분리돼 있었다. 이는 화재 발생 시 배터리를 완전히 침수할 수 있도록 침수 설비다. 화재 안정성을 점검하는 곳인 만큼 건물 외장재와 지붕은 최대 1시간의 화염에 견디는 내화 재질로 설계됐다. 또 전원변환장치를 통해 전압·전류를 임의 조정할 수 있어 과전압 시 대응도 가능하다는 게 LG전자 측 설명이다.

"캐즘, 경쟁사 따라갈 기회"

LG전자 BS사업본부는 미래 신성장 동력 강화를 위해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차세대 유니콘 사업으로 육성 중이다. 올 초 미국 텍사스에 충전기 생산 거점을 구축한 데 이어, 지난 6월 북미 1위 전기차 충전 사업자인 차지포인트와 사업 확장을 위해 손을 잡았다. 

최근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도 후발주자인 LG전자에게는 오히려 호재가 됐다. 시장에 늦게 뛰어든 만큼, 기술력이나 제품 경쟁력 측면에서 경쟁사를 따라갈 시간을 벌 수 있어서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장익환 LG전자 BS사업본부장은 "현재 전기차 시장 회복까지는 시간이 다소 필요한 상황인데, LG전자에는 그렇게 나쁜 상황은 아니다"라며 "시간을 좀 벌었다고 보고, 내년 말까지 최선을 다해 제품 라인업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LG전자가 국내(7kW 2종, 200/100kW) 및 북미(11kW, 175kW) 시장에서 운영 중인 완속·급속 전기차 충전기는 총 6종이다. LG전자는 연내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한 350kW 초급속 충전기 생산에 이어, 유럽향 7·30kW급 완속 충전기 2종을 출시하며 글로벌 시장으로 본격 확대에 나선다. 

장 본부장은 "현재 전기차 충전기 사업 1위는 스위스의 ABB인데, 내년까지 ABB와 대등한 수준의 제품 라인업과 품질, 신뢰성 레벨을 갖추도록 준비할 것"이라며 "원가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을 위해 원가 경쟁력도 이들과 맞출 것"이라고 언급했다.

LG전자는 전기차 충전기에 안전 사고 예방 관련 다양한 솔루션도 적용하고 있다. 최근 이슈가 된 화재 등을 의식한 조치다. 예를 들어 LG전자 전기차 충전기에 적용된 '충전 제어 시스템'은 화재의 원인이 되는 과충전을 방지한다. 급속의 경우 80% 이상, 완속은 100% 충전 시 차량 배터리에 더 이상 충전되지 않도록 차단한다. 

B2B 매출 '10조' 꿈꾼다​​​​​​

이를 통해 LG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미국 급속충전기 시장 내 8% 수준의 점유율을 확보, 글로벌 탑티어 업체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다. 아울러 BS사업본부는 2030년 전기차 충전기 사업 매출 1조원 달성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BS사업본부의 '10조원' 매출 달성과 수익성 개선에도 보탬이 될 전망이다. 이날 LG전자는 2030년 BS사업본부의 매출을 현재의 2배 수준인 10조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지난해 기준 BS사업본부의 연간 매출은 5조4120억원이다. 

다만 영업손실은 417억원으로 수익성은 부진한 상태다. 장 부사장은 "(전기차 충전기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는) 2030년에는 BS사업본부의 수익성도 전사 수준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제 B2B는 B2C 대비 외부 환경의 영향을 덜 받아 일단 궤도에 오르면 안정적 매출과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락인(Lock-in) 효과로 고객과 관계를 지속하며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그리는 것도 장점이다.

(왼쪽부터) LG전자의 차세대 마이크로 LED 사이니지와 'LG 매그니트(MAGNIT)'./사진=LG전자 제공

매출 10조원 목표 달성을 위해 LG전자는 호텔·병원 TV∙사이니지, 프리미엄 노트북 등 업계를 선도하는 캐시카우 사업을 강화하는 한편, 의료용 모니터∙전기차 충전기 등 유망 신사업을 육성해 지속 성장하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계획이다.  

업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시장 지위를 확보한 상업용 디스플레이 사업에서는 미래 디스플레이로 손꼽히는 마이크로 LED에 집중한다. LG전자의 마이크로 LED 제품인 'LG 매그니트'에 더해 생산 과정부터 화질까지 AI를 적용한 차세대 'LG 마이크로 LED'를 연내 출시할 계획이다.

IT 사업에서는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의료용 모니터 분야를 집중 육성한다. 5년 내 전 세계 3위 안에 드는 의료용 모니터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글로벌 의료용 모니터 시장 규모는 2030년 약 25억 달러(약 3조3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장 본부장은 "LG전자가 가전 사업을 통해 쌓은 집에서의 고객 경험을 다른 공간으로 확대하는 것이 우리의 방향"이라며 "공간을 어떻게 확대할지 고민해 고객을 잘 설득하면 2030년 매출 10조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백유진 (by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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