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퍼마켓 진열대에 놓인 반짝거리는 사과, 싱싱한 상추, 잘 손질된 오이. 보기엔 청결하고 신선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잔류 농약이 표면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수입 과일과 잎채소류는 재배·수확·운반·보관의 전 과정에서 살충제, 방부제, 왁스 코팅, 보존제 등이 다중으로 적용된다.
문제는 이 잔류 성분들이 단순히 물로 헹궈서는 완전히 제거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식약처 조사에 따르면 일반적인 세척으로는 전체 농약의 30~40% 정도밖에 제거되지 않으며, 일부는 피부로도 흡수될 수 있는 형태로 남아 있다.
오랫동안 먹어온 과일, 채소가 사실상 저용량 독성물질을 매일 섭취하는 경로가 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진짜 농약을 제대로 제거할 수 있을까? 아래에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기분이 아닌 실제 제거 효과’에 집중한 방법만 정리해본다.

1. 흐르는 물 세척, 10초면 무의미하다
많은 사람들이 과일이나 채소를 흐르는 수돗물에 몇 초간 헹구는 것으로 끝내지만, 이 방식은 농약 제거 효과가 사실상 미미하다. 잔류 농약은 대부분 지용성이거나 표면 코팅으로 덮여 있어 물과의 접촉만으로 분해되지 않는다. 식약처 자료에 따르면, 수돗물 단독 세척은 대부분의 유기농약 잔류율을 60~70% 이상 남기는 결과를 보였다.
특히 포도, 사과처럼 껍질이 얇거나 왁스 처리된 과일은 이 방법으로는 제거 효과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첫 단계는 수돗물에 담가 1분 이상 대기한 뒤, 물살을 세게 틀어가며 표면을 문질러주는 방식이다. 단순 헹굼이 아닌 ‘물리적 마찰’을 동반한 세척만이 농약 제거의 최소 기준이 된다.

2. 식초 세척은 단점도 많다, 살균과 제거는 별개다
흔히 알려진 방법 중 하나가 ‘식초 물에 10분 담그기’다. 식초의 산성 성분이 농약을 분해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실상은 절반의 진실이다. 식초는 살균 작용에는 강하지만, 농약 성분 제거에는 제한적 효과만을 보인다. 특히 지용성 농약이나 실리콘 계열 코팅제는 산성 용액에 반응하지 않고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식초 농도가 너무 높으면 일부 연한 잎채소나 과일 껍질을 손상시켜 영양소 손실과 조직 변성을 유발할 수 있다. 식초 물 사용 시에는 식초 1: 물 10의 희석 비율을 지키고, 세척 후 반드시 깨끗한 물로 2차 헹굼을 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식초는 살균에는 유용하지만, 전면적인 농약 제거 수단으로는 부족하다.

3. 가장 실효성 높은 방법은 ‘베이킹소다+물+물리적 문지름’
농약 제거에서 가장 효과적인 조합으로 꼽히는 것은 베이킹소다와 물의 혼합 용액이다. 베이킹소다는 약한 알칼리성이며, 농약의 화학 구조와 결합해 분해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실제로 미국 농무부(USDA)와 매사추세츠대 연구팀은 베이킹소다 용액이 사과 표면의 농약 중 티아벤다졸(TBZ), 포스메트(phosmet) 등을 80% 이상 제거했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방법은 간단하다.
물 1리터에 베이킹소다 1큰술을 녹인다
과일·채소를 10~15분간 담근다
스펀지나 천으로 부드럽게 문지른다
흐르는 물로 충분히 헹군다
이 방식은 물리적 자극 + 화학적 중화 + 침출 효과가 동시에 작용해, 가장 완성도 높은 농약 제거 방식으로 평가받고 있다.

4. 껍질을 벗기면 안전할까? 오히려 ‘내피’로 침투된 잔류가 문제
과일의 껍질을 벗겨내면 농약도 제거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는 표면 처리제에만 해당되는 경우가 많다. 일부 농약은 과일이나 채소의 유관 조직을 통해 침투하는 구조를 갖고 있어, 껍질을 벗겨도 실제 잔류 농약의 40% 이상이 과육 속에 남아 있다.
사과, 배, 고추, 방울토마토 등은 껍질 아래 조직까지 농약이 도달할 수 있기 때문에, 껍질을 제거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이럴 경우 앞서 설명한 베이킹소다 용액 세척 또는 전해수 세척기 활용 등 보다 적극적인 방법이 필수다. 다만, 수박처럼 껍질이 두꺼워 내부 침투가 어려운 식재료의 경우 껍질 제거만으로도 농약 노출은 대폭 줄일 수 있다. 따라서 식재료 특성에 맞는 제거법의 선택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