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다시 돌리는 원전시계… 美 ‘최악 사고’ 원전 재가동 결정
빅데이터-전기차 등 전력 수요 폭증… MS, 스리마일섬 원전과 20년 계약
‘미니원전’ SMR 공급원도 확보… 오픈AI, 초소형 원전 개발 기업 투자
유럽 탈원전 철회, 中-印도 확대
미국이 인공지능(AI) 붐과 전기차 전환 등으로 폭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1979년 원전 사고가 일어났던 스리마일섬의 원전 1호기를 2028년 재가동하기로 했다. 스리마일섬 원전 1호기는 사고 피해를 보지 않아 지속 운영되다가 2019년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가동이 중단됐다. 그 후 9년 만에 다시 가동하기로 한 것이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 중국, 인도 등도 안정적인 전력 확보를 위해 원전을 확대하기로 했다. 원전 붐이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인공지능(AI) 붐, 데이터센터 급성장, 전기차 전환 등으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면서 미국이 최악의 원전 사고가 일어났던 스리마일섬 원전을 재가동하기로 했다. 미국 빅테크들도 AI 개발에 필요한 막대한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원전 투자를 늘리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에 관심이 높았던 유럽뿐만 아니라 중국, 인도 등도 원전 확대에 나서면서 글로벌 원전 시장이 다시 ‘봄’을 맞고 있다.
● 미, 9년간 멈춰 세웠던 원전 재가동키로
20일(현지 시간) 미 펜실베이니아주의 스리마일섬 원전을 소유하고 있는 콘스텔레이션에너지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20년간 전력 판매 계약을 체결해 원전 1호기 재가동을 위한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가동 시점은 2028년으로, 스리마일섬 원전 1호기가 2019년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가동을 중단한 이후 9년 만이다.
1974년 운영을 시작한 스리마일섬 원전은 1979년 3월 미국 역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가 발생했던 곳이다. 조 도밍게스 콘스텔레이션에너지 최고경영자(CEO)는 “데이터센터를 포함해 미국의 글로벌 경제 및 기술 경쟁력에 중요한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원전만이 유일한 에너지원이다”라고 밝혔다. 1호기 재가동으로 최소 7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835MW(메가와트)가 생산될 예정이며, 34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도 SMR 스타트업인 오클로에 투자했다. 현재 오클로는 아이다호 국립연구소에 SMR 건설을 진행 중으로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클로는 SMR 중에서도 15∼50MW 규모의 초소형 SMR을 개발하고 있다. 올트먼 CE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화석연료에서 벗어나면서 동시에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선 원자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올해 3월 펜실베이니아주에 있는 데이터센터에 원자력 공급을 위해 6억5000만 달러(약 8700억 원)를 투자했다. 이 데이터센터는 근처의 ‘서스쿼해나 스팀 일렉트릭 스테이션’ 원전에서 직접 에너지를 공급받는다.
● 유럽, 중국, 인도 등도 원전 확대
미국 셰일가스 붐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으로 세계 원전 시장은 한동안 위축됐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반전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수년간 원전은 다른 에너지와의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지만 이제 상황이 역전됐다”고 표현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탈원전’을 선언했던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등 유럽권 국가들은 다시 원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2035년 원전 비율을 75%에서 50%로 낮추겠다”고 밝혔지만 2022년 신규 원전 개발 계획을 담은 에너지 정책 방향을 발표하며 사실상 탈원전을 폐기했다. 일본 역시 전력난이 심해지고 원전에 대한 호의적인 여론이 형성되며 올해부터 원전 가동량을 조금씩 확대하고 있다.
과학기술 신흥국으로 분류되는 중국과 인도도 원전 건설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에만 대형 원전 5기를 착공했다. 인도 정부 역시 2022년 10년간 자국의 원전 설비용량을 3배 확대한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도 12일 경북 울진 신한울 3, 4호기의 건설을 8년 만에 허가하며 탈원전 정책 폐기를 알렸다. 동시에 기업 및 수출 수요가 큰 ‘혁신형 SMR(i-SMR)’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허균영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탈탄소 추세와 빅테크의 원전 수요가 만나며 원전 시장이 다시 개화했다”며 “우리나라도 뒤처지지 않게 선제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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