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0원 실화냐” [현대차](https://www.hyundainews.com/rele

유럽 전기차 시장은 지금 물러설 곳이 아니라 반드시 지켜야 할 전장이다. 2월 유럽 신차 등록대수는 97만9321대로 전년 동월 대비 1.7% 늘었고, EU 기준 배터리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하이브리드를 합친 전동화 차량 비중은 67%까지 올라왔다. 같은 달 유럽 EV 판매도 21% 증가했다. 현대 아이오닉 9 같은 대형 전동화 모델과 기아 EV3 같은 대중형 전략차가 왜 계속 중요해지는지, 그리고 왜 중국 브랜드가 이 시장에 사활을 거는지가 숫자로 드러난 셈이다. ReutersReuters

현대 아이오닉 9

현대 아이오닉 9 / 사진=현대자동차

문제는 중국차가 유럽의 관세 장벽을 정면으로 부수기보다, 아예 돌아 들어가는 길을 너무 빨리 찾아냈다는 점이다. EU는 중국산 전기차에 기본 10% 관세 외에 추가 관세를 부과해 왔지만, 2월에는 폭스바겐의 중국 생산 전기 SUV인 쿠프라 타바스칸이 최소가격과 연간 물량 제한을 조건으로 관세 면제를 받아냈다. 더 중요한 건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중국 완성차 업체들도 같은 방식의 개별 협상에 뛰어들었고, 최대 35.3%의 추가 관세조차 이제는 절대 장벽이 아니라 ‘협상 가능한 비용’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겉으로는 관세가 살아 있는데, 실전에서는 관세가 공짜처럼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 있다. ReutersReuters

현대 아이오닉 9

현대 아이오닉 9 / 사진=현대자동차

여기에 두 번째 우회로는 더 노골적이다. 중국 업체들은 유럽의 중국산 전기차 관세가 배터리 전기차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파고들어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비중을 키우고 있다. 실제로 2월 유럽 시장에서 전동화 수요는 빠르게 늘었고, 규제는 오히려 일부 완화 압박을 받고 있다. 즉 유럽은 전기차 시장이 커지는데도 규제의 칼끝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고, 중국 업체는 그 틈새를 제품 믹스로 메우고 있다. 한국 업체가 수익성 때문에 한 발 한 발 신중해지는 순간, 중국 브랜드는 차종 포트폴리오 자체로 규제를 우회해 판매량을 끌어올리는 구조다. ReutersReuters

세 번째는 생산지 전략이다. EU가 추진 중인 ‘메이드 인 EU’ 규칙은 보조금 수혜를 위해 배터리를 제외한 부품 원가의 70%를 역내에서 조달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그런데 브뤼셀 내부에서도 터키를 포함할 경우 중국 업체가 터키에 공장을 세워 낮은 인건비와 에너지 비용을 활용하면서도 사실상 유럽 우대 체계 안으로 들어오는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공개적으로 나왔다. 현대차 역시 터키를 중요한 생산 거점으로 활용해 왔지만, 같은 지도 위의 이점을 중국차가 더 공격적으로 쓰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관세는 국경에서 막는 장치인데, 중국차는 생산기지를 바꿔 국경의 의미 자체를 흐리고 있다. Reuters

BYD 아토 3

BYD 아토 3 / 사진=BYD

기술 전개 속도까지 감안하면 위기감은 더 커진다. BYD는 3월 유럽 투입을 공식화한 덴자 Z9GT를 앞세워 다시 한 번 판을 흔들었다. 이 차는 BYD 설명 기준으로 1회 충전 최대 800km를 제시했고, 10%에서 70%까지 5분, 영하 30도에서도 20%에서 97%까지 12분 충전을 내세웠다. 여기에 1500kW급 플래시 충전기 설치까지 유럽에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가격만 싼 게 아니라 충전 속도와 열관리, 인프라까지 한 번에 밀어붙이는 방식이다. 현대 아이오닉 9이 차급과 공간, 완성도로 정면 승부를 건다면, 중국 업체는 ‘더 빨리 충전되고 더 싸게 들어오는 차’라는 훨씬 직관적인 언어로 소비자를 흔들고 있다. Reuters

그렇다고 현대차그룹이 손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그룹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한국에 125조2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고, 2월 25일에는 투자 확대 기대감 속에 현대차 주가가 10.5%, 기아가 15% 급등했다. 엔비디아 AI 칩 확보, 자율주행·로보틱스 연계, 2028년 연 3만대 로봇 생산능력 목표까지 내세운 흐름만 보면 누구보다 크게 베팅한 쪽도 현대차그룹이다. 하지만 시장이 지금 보여주는 신호는 냉정하다. 공장과 플랫폼에 막대한 돈을 쏟아도, 상대가 관세를 협상으로 누그러뜨리고 생산지를 바꾸고 차종 믹스로 규제를 피해가면 투자 규모만으로는 승부가 안 난다. ReutersReuters

기아 EV3

기아 EV3 / 사진=기아

실제로 중국차의 확장 속도는 이미 숫자로 찍히고 있다. 2월 유럽에서 BYD는 전년 동월 대비 판매가 두 배 이상 뛰었고, 시장점유율 1.8%로 테슬라와 사실상 같은 수준까지 붙었다. 지리차는 2026년 해외 판매 목표를 64만대로 제시하며 전년 대비 50% 확대를 못 박았다. 결국 유럽 전기차 전쟁의 질문은 더 이상 “중국차가 들어올 수 있느냐”가 아니다. 이미 들어왔고, 관세와 규제의 빈틈까지 계산하고 있다. 이제 남은 질문은 하나다. 현대 아이오닉 9과 기아 EV3로 대표되는 한국차가, 중국차의 ‘관세 공짜 전략’이 마진을 무너뜨리기 전에 얼마나 빨리 원가와 현지화, 충전 경험, 상품성의 네 축을 다시 조여 올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싸움에서 늦으면 손해는 단순한 판매 감소로 끝나지 않는다. 유럽에서 무너진 가격 질서는 결국 한국 본사 손익계산서까지 그대로 번진다. ReutersReut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