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는 진짜 어렵다. 하지만 쉽다.

공부는 인간이 추구하는 성취 중 가장 안정적인 결과를 보장하는 활동입니다. 특히 청소년기의 6년 동안 쌓아 올린 학문적 성과는 평생 동안 우리 삶을 지탱할 학벌이라는 형태로 구현됩니다. 이는 단순한 이력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삶의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중요한 축입니다.

어떤 분야에서든 최고에 도달한다는 것은 인간의 의지와 한계를 시험하는 도전입니다. 이는 단순한 노력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으며, 타고난 재능이라는 예외적 요소가 필수적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최고가 극히 드물다는 사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공부라는 영역에서는 조금 다른 이야기가 가능합니다.

적당히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라면, 한국에서는 인서울 대학, 미국에서는 상위 50위권 대학에 진학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들은 재능이 극단적으로 뛰어난 사람이 아니더라도 꾸준한 노력으로 이러한 성과를 이룰 수 있습니다. 이 수준에 도달한 사람들은 대체로 중위권 이상의 안정된 삶을 살아갈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공부가 가진 고유의 유연성 덕분입니다.

반면, 운동선수는 어린 시절부터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재능과 노력이 부족하다면 진학이나 선수 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어린 나이에 은퇴라는 벽에 부딪히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이들의 선택지는 현실적으로 매우 제한적이며, 이를 극복하는 것은 더욱 고된 일이 됩니다.

예를 들어, 공부로 전국에서 3,000등을 기록한 학생은 중위권 수준의 안정된 삶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지만, 운동으로 3,000등을 기록한 학생은 고등학교 진학조차 어렵습니다. 이 차이는 단순히 경쟁의 강도뿐만 아니라, 졸업 후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공부의 독보적인 유연성에서 기인합니다.

“공부를 잘한다”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저희 가족의 기준을 빌리자면, 공부만으로 생활비와 주거비 등을 포함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면 공부를 잘하는 것이고, 학비를 내고 공부를 해야 한다면 공부를 못하는 것으로 간주합니다. 아이비리그 출신인 저는 어디서는 엄친아가 될 수 있었겠지만, 집에서는 “외화 낭비의 주범”으로 놀림 받습니다.

짧게 말씀드리면, 평범한 삶의 궤적 속에서 공부는 가장 손쉽고 효율적으로 가능성을 넓히는 도구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공부의 세계에서 최고의 권위자가 된다는 것은 인간이 넘어서야 할 또 다른 경계임을 느끼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