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의 역습…COS는 어떻게 '하이엔드'가 됐나

최수진 2025. 11. 28.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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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S, 생로랑·미우미우 이어 영향력 높은 브랜드 3위
SPA 브랜드 최고 순위…명품 제치고 상위권
고품질, 미니멀리즘 디자인 등이 인기 요인
접근 가능한 가격대로 MZ세대 고객 확보

생로랑, 미우미우, 더로우, 프라다, 보테가베네타….

올해 3분기 글로벌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다고 평가받은 패션 브랜드들이다. 매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언급량, 포털 검색량 등을 종합한 결과다. 통상 글로벌 인지도가 높은 명품 브랜드들이 상위권을 차지하는 게 당연한 결과다.

올해는 이런 브랜드들 사이에 SPA(기획부터 생산, 유통까지 모든 과정을 한 회사가 관리) 브랜드 코스(COS)가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SPA는 대량 생산으로 단가를 낮추는 특성 탓에 명품처럼 브랜드 파워를 갖기 어렵다. 코스는 이런 상황에서도 주요 명품을 제치고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로 선정됐다. 

 ◆ 명품 이긴 SPA 브랜드가 된 COS

글로벌 패션플랫폼 리스트(Lyst)가 올해 3분기 패션 브랜드 순위를 발표했다. 1위는 프랑스 명품 생로랑이 차지했으며 이탈리아 브랜드 미우미우가 2위에 올랐다. 리스트는 분기별로 패션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높은 브랜드 20개를 선정한다.

3위는 2007년 런던에서 시작된 하이 스트리트(SPA) 브랜드 코스다. 미국 더로우(4위), 이탈리아 프라다(5위), 이탈리아 보테가베네타(7위) 등을 제쳤다. 코스가 스웨덴 패션그룹 H&M이 전개하는 SPA 브랜드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순위는 매우 이례적이다. &M그룹은 핵심 브랜드 H&M 외에도 코스, 앤아더스토리즈, 아르켓 등을 보유하고 있다. 코스의 가격대는 H&M 대비 3~4배 높은 10만~20만원대로, 경쟁사로는 스페인 패스트패션 브랜드 마시모두띠가 있다.  

코스는 전분기 대비 4계단 상승했다. 글로벌 검색량이 147% 증가하면서 순위를 끌어올렸다. 2024년 4분기에 마지막으로 출시한 청키 캐시미어 스웨터가 3분기 가장 인기 있는 아이템 중 하나로 다시 인기를 얻은 영향이다. 

코스는 지난해 4분기 처음으로 순위권(17위)에 이름을 올렸으며 올해 초부터 이미지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올 1분기 순위에서 11계단 오른 6위를 차지했다. 당시 리스트는 “스트리트 브랜드가 처음으로 10위권 내에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SPA 브랜드가 명품을 제치고 높은 순위에 오른 것은 이례적이다. 대량생산 체제로 수익성을 개선하는 사업 특성 탓에 충성도가 낮고 이미지 역시 고급화와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신 품질이 떨어진다는 문제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SPA 브랜드에 대한 고객들의 기대는 ‘가격’이 전부”라며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면 바로 실망하게 된다. SPA 브랜드가 좋은 이미지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 고품질·미니멀리즘·접근성

SPA 브랜드인 코스의 약진은 달라진 전략의 영향이다. 명품과 대중 브랜드 중간 단계의 이미지를 확보한 게 가장 큰 요인이다. 

코스는 2021년 9월 영국 런던에서 브랜드 최초의 패션쇼를 개최했다. SPA 브랜드는 패션쇼를 열지 않는다. 세계관과 시즌의 주제를 알리고 트렌드를 만들기 위해 패션쇼를 여는 명품과 달리 SPA 브랜드는 대량생산과 대량판매가 중심이다. 또 트렌드를 선도하기보다는 이미 만들어진 트렌드를 빠르게 따라가고 빠르게 생산해내는 게 SPA의 핵심이다. 이 같은 요인으로 명품과 비즈니스 모델이 다른 SPA 브랜드는 패션쇼를 여는 실익이 크지 않다. 

그럼에도 코스는 꾸준히 패션쇼를 열고 있다. 올해는 4월 아테네에서 봄여름 컬렉션의 런웨이쇼를 개최했고 9월에는 가을겨울 컬렉션을 공개하기 위해 미국 뉴욕에서 패션쇼를 열었다. 리스트는 “코스는 명품 브랜드 가치에 필적하는 런웨이 패션쇼를 연다”며 “접근성과 명품 열망의 교차점에 있는 코스의 입지를 공고히 해주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영국 가디언 역시 “코스가 패션쇼를 여는 것은 패스트 패션이라는 평판을 벗어나려는 시도”라며 “하이 스트리트 브랜드들은 고객 충성도를 확보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고 있고 코스는 새로운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다음으로는 ‘가격’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HSBC에 따르면 명품업계 평균 가격은 2019년 대비 52% 상승했다. 보그는 명품 가격 상승이 소비자들의 사고방식을 바꾸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그는 “명품 가격이 오르면서 유니클로, 갭, 바나나 리퍼블릭과 같은 중저가 브랜드가 뜨고 있다”며 “10년간 외면했던 브랜드들이지만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중저가의 대안 브랜드들이 명품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며 “패션이 현실로 돌아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니멀리즘 디자인’도 통했다. 해외에서 코스는 SPA 브랜드면서 동시에 ‘미니멀리즘 브랜드’로 유명하다. 단조로운 디자인과 무채색을 주로 사용하는 게 특징이다. 명품업계에서 2023~2024년 유행한 스텔스 럭셔리, 로고리스(상표가 보이지 않는) 유행과 맞닿아있다. 

코스 역시 “우리는 오래 입을 수 있도록 뛰어난 품질과 모던한 스타일을 추구한다”고 강조한다. 명품의 심플한 디자인을 차용하면서도 가격은 접근 가능하다는 점은 젊은층이 좋아하는 ‘실용성’을 충족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울러 코스는 MZ세대가 선호하는 가치소비(개인의 신념과 가치관에 따라 제품을 선택하는 소비)에 부합한 사업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 

코스는 패스트패션 브랜드지만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있다. 패션쇼를 위해 제작한 모든 의상을 유기농·재활용 소재를 사용하는 게 대표적이다. 또 중고 의류를 활용해 한정판 데님 캡슐 컬렉션 ‘COS 리메이드’를 선보이기도 했다. 

최근 틱톡에서는 코스의 ‘클린 컷 티셔츠’가 관심을 받기도 했다. 100% 유기농 면소재를 사용하고 심플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Z세대들은 이 제품을 ‘완벽한 흰색 기본 티셔츠’라고 칭한다. 한 틱톡 인플루언서는 45달러의 코스 티셔츠와 15달러의 유니클로 티셔츠를 비교하면서 “코스가 더 가성비 좋다”고 평가했는데 이 영상은 10만 회 이상의 조회수와 7만 건이 넘는 좋아요를 받았다. 하퍼스바자는 “이 제품이 너무 완벽해서 5개를 샀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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