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선은 고단백 저지방 식품으로 건강한 식단에 자주 등장하지만, 조리 방법에 따라 건강에 유익할 수도, 해로울 수도 있다. 특히 높은 온도로 생선을 구울 때 표면에 갈색으로 탄 부위에서는 프리라디칼(자유 라디칼)이라는 유해 화합물이 생성되는데, 이 성분이 장기간 체내에 축적될 경우 세포 손상과 암 유발 가능성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최근 연구에 따르면, 생선을 굽기 전에 비타민C를 약간 뿌려주면 이러한 유해물질이 줄어든다는 결과가 나왔다. 비타민C가 프리라디칼의 불안정성을 억제하고, 안정된 화합물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왜 그런 작용이 일어나는지, 과학적인 원리를 함께 살펴보자.

프리라디칼은 세포를 공격하는 불안정한 분자이다
프리라디칼은 전자가 짝지어지지 않은 상태로 존재하는 매우 불안정한 분자다. 이들은 안정성을 찾기 위해 주변 분자로부터 전자를 빼앗는데, 그 과정에서 정상 세포나 DNA에 손상을 입히고 염증 반응을 일으키며, 장기적으로는 암세포로 전환될 위험도 커진다. 특히 고온에서 단백질과 지방이 열분해될 때 이런 프리라디칼이 많이 생성된다.
생선의 기름기 있는 부위나 탄 부위에서 이런 유해한 화학 반응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것이다. 우리 몸에는 이런 프리라디칼을 제거하는 항산화 시스템이 있지만, 섭취량이 많거나 해독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그래서 조리 과정에서부터 이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비타민C는 전자를 제공해 프리라디칼을 안정화시킨다
비타민C(아스코르빈산)는 대표적인 수용성 항산화제이다. 프리라디칼이 전자를 찾기 위해 주변 세포를 공격하기 전에, 비타민C가 먼저 전자를 제공해 이들을 안정된 상태로 전환시켜준다. 이 과정을 통해 프리라디칼은 더 이상 다른 분자와 결합하려 하지 않게 되고, 그만큼 체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줄어든다.
생선을 구울 때 겉면에 비타민C를 뿌리는 것만으로도, 조리 중 발생하는 유해물질의 양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열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특성을 가진 비타민C는, 단시간 고온에서도 일정 수준의 항산화 기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조리에 활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조리 과정에서 일어나는 산화 반응을 억제한다
생선이 구워지는 동안 일어나는 화학 반응 중 하나가 ‘지질 산화’이다. 기름기 많은 생선이 고온에 노출되면 지방산이 산화되며 알데하이드나 프리라디칼과 같은 2차 산화 생성물이 생긴다. 이 물질들은 맛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인체 내에서 염증을 유발하고 세포 손상에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조리 전에 비타민C를 활용하면 이 산화 반응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비타민C는 산화된 지방산과 결합하거나, 산화 반응 초기 단계에서 라디칼을 제거함으로써 문제의 근원을 차단한다. 이로 인해 생선의 풍미도 보존되고, 건강에도 덜 해로운 상태로 조리할 수 있게 된다. 말 그대로 항산화의 첫 방어선 역할을 해주는 셈이다.

생선의 탄 부위는 발암성 물질이 집중된 구역이다
많은 사람들이 생선 구이의 겉면이 바삭하고 갈색으로 탄 부분을 선호하지만, 이 부위는 바로 HCAs(헤테로사이클릭 아민)이나 PAHs(다환방향족탄화수소) 같은 발암 유발 화합물이 집중된 지점이다. 이 물질들은 고온에서 단백질이 불완전 연소되며 생성되는데, 프리라디칼도 함께 존재한다.
이처럼 조리 과정에서 생긴 화합물은 체내에서 해독 과정이 필요하고, 축적될 경우 간이나 신장 기능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겉이 심하게 탄 부위는 가급적 제거하고, 조리 전후로 항산화 작용을 도울 수 있는 재료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비타민C는 이런 부위에 선제적으로 작용해 손상을 줄일 수 있다.

조리 전 레몬즙 한 방울이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이 된다
실제로 레몬즙이나 라임즙처럼 비타민C가 풍부한 재료를 조리 전에 살짝 뿌리는 것만으로도 생선의 유해 화합물 생성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 이는 복잡한 조리법을 바꾸지 않고도 적용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다. 레몬즙은 산 성분까지 포함돼 있어 생선의 비린내를 잡고, 풍미를 더해주는 역할도 함께 한다.
건강을 위한 작은 습관으로 조리 전 약간의 비타민C를 활용하는 것만으로, 장기적으로 암이나 염증성 질환의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자주 구운 생선을 섭취하는 식습관을 가진 사람이라면 꼭 실천해볼 만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