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패러다임 전환기] ①국민은행, '신뢰'를 판다…新금융당국과 발빠른 '동행'

/이미지 제작=박진화 기자

이환주 KB국민은행장이 새롭게 출범한 금융당국의 '소비자 중심 금융' 기조에 맞춰 단순한 규제 준수를 넘어 근본적인 경영철학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연초부터 밝힌 '신뢰를 파는 은행'이라는 비전을 토대로 종합적인 내부통제 체제를 강화하면서다.

국민은행은 데이터와 기술을 기반으로 금융사기를 예방하고, 핵심성과지표(KPI)를 단기 영업실적 중심에서 고객보호와 내부통제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조직개편, 기술 도입, 성과평가 혁신이라는 세 축을 바탕으로 정부의 금융정책 기조에 맞추려는 전략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소비자보호 인력과 조직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KB금융그룹 차원에서 전사적 소비자보호 가치체계를 수립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취임 이후 △생산적 금융 △소비자 중심 금융 △신뢰 금융 등 세 가지 방향성을 제시하고 금융산업의 역할과 책임을 강하게 요구함에 따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 중심 금융은 금융 서비스의 기획·제공·감독 등 모든 단계에서 금융소비자의 권익과 편의를 최우선에 두는 것으로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증진하고 건전한 시장질서를 구축하기 위해 제정된 금융소비자보호법이 근간이다.

이 행장은 소비자 보호 수준을 더욱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은행의 고객 10만명당 민원이 9.4건으로 5대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었고 전년(6.8건)보다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의 총 민원건수도 지난해 3237건으로 전년(2321건)보다 39.5% 늘어 은행권 최다 수준을 나타냈다.

이 행장이 1월2일 취임사에서 '신뢰'를 다섯 번이나 강조하면서 "단순히 금융상품을 파는 은행을 넘어 고객과 사회에 신뢰를 파는 은행이 돼야 한다"고 말한 이유로 여겨진다.

이의 일환으로 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서 소비자보호그룹을 은행장 직속에 두고 소비자보호 총괄책임자(CCO)의 위상을 높였다. 행장이 위원장을 맡는 '금융소비자보호내부통제위원회'도 CCO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 준법감시인 아래 상시감시, 책무관리 전담조직을 별도로 설치해 금융사고 예방과 내부통제 관리체계를 더욱 촘촘히 구축했다. 이와 함께 전국 13개 지역그룹에 부점장급과 팀장급 내부통제 전담인력을 배치해 현장밀착형 내부통제 체계를 확립했다.

한편 국민은행은 영업점 KPI에서 고객 중심 분야에 30점(고객보호 20점, 윤리경영 10점)을 배정해 불완전판매 재발 방지에 나섰다. KPI는 1050점 만점으로 △고객 중심(30점) △고객Biz(560점) △재무성과(390점) △기타(70점) 등 네 분야로 구성돼 있다.

고객 중심 배점이 낮은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통제에 실패하면 최대 310점까지 감점될 수 있다. 이는 다른 구성요소보다 감점 규모가 커 영업실적으로 KPI 점수를 올리는 것보다 고객 중심 분야에서 한 번 실수할 경우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국민은행은 데이터와 기술을 기반으로 고객경험을 관리하고 금융사기를 예방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은행권 최초로 순고객추천지수(NPS)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고객경험을 정량적으로 측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서비스 개선전략을 수립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관리체계를 구축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은행은 급증하고 있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고 고객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보이스피싱 피해예방' 체계도 전면 개편했다. 이에 따라 보이스피싱 모니터링 전담인력을 기존 11명에서 25명으로 대폭 증원했다. 이들은 범죄유형을 분석해 집중 탐지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이를 바탕으로 8월 한 달 동안 사기계좌 1306건, 피해금액 약 225억원을 예방하는 성과를 거뒀다. 국민은행은 전담직원 증원 및 조직개편, 시스템 고도화 등이 완성되면 계좌 이체 전 예방 효과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도 인공지능(AI)에 기반한 신분증 판별 기술 적용 업무를 확대하는 등 비대면 금융거래 과정에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삼고 전사 차원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금융당국의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제도를 점검하고 개선할 예정으로, 소중한 고객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직원 모두 최선을 다하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