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대지 않은 30년의 시간, 자연이 복원한 신비로운 습지

도보 3.6km~10.1km 총 4코스
65세 이상은 열차도 무료
출처 : 고창 문화관광 (운곡람사르습지)

한여름에도 흙길을 걷는 이들이 있다. 계곡도, 바다도 아닌 습지를 찾아 나선다. 그곳은 에어컨보다 서늘하고, 도시보다 조용하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채 30년 넘게 방치된 땅에서 다시 살아난 생명이 만든 장소다.

원래는 계단식 논이었다가 냉각수 공급을 위해 조성된 저수지로 인해 마을 전체가 이주하면서 폐경지가 된 곳이다.

하지만 그 방치의 시간이 오히려 생태계 회복의 계기가 됐고, 지금은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보호지역으로 이름을 올렸다.

여름이면 가시연꽃이 피고, 물웅덩이마다 멸종위기종이 출현한다. 흔한 관광지보다 조용하지만, 생태적 가치와 풍부한 관찰 요소가 오히려 더 깊은 인상을 남긴다.

출처 : 고창 문화관광 (운곡람사르습지)

이곳은 단순한 습지가 아니라, 생태학·지질학·역사자원이 복합된 복원형 생태계다. 지금부터 전북 고창의 ‘운곡람사르습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운곡람사르습지

“1.93㎢ 산지형 습지에 4개 탐방코스, 해설 프로그램도 운영”

출처 : 고창 문화관광 (운곡람사르습지)

전북 고창군 아산면 운곡서원길 15에 위치한 ‘운곡람사르습지’는 해발 고도가 비교적 높은 지역에 형성된 산지형 저층습지다. 면적은 약 1.93㎢로, 자연상태로 복원된 습지로는 규모가 상당하다.

과거에는 마을 주민들이 계단식 논으로 경작하던 곳이었지만 1980년대 영광원자력발전소 건설 과정에서 운곡저수지가 조성되며 인근 9개 마을 주민들이 집단 이주했다.

이후 사람이 떠난 땅은 30여 년간 손길이 닿지 않은 채 방치됐고, 이로 인해 현재는 자연 복원이 이루어진 대표적인 습지 생태계로 평가받는다. 인공적으로 만든 공간이 자연에 의해 원시 생태로 전환된 사례로, 국제적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다.

이 습지의 생태적 가치는 단순한 녹지 면적이나 습지 구조에 그치지 않는다. 운곡람사르습지에는 안덕제, 운곡제 같은 자연형 둠벙이 존재하고, 이 물웅덩이들은 생태연못과 연결돼 있다.

출처 : 고창 문화관광 (운곡람사르습지)

물은 고창천을 따라 인천강, 곰소만으로 흐르는 수계에 속한다. 둠벙 주변에는 양서류와 조류, 곤충, 포유류까지 다양한 생물종이 서식한다.

현재까지 기록된 생물은 약 850여 종에 이르며, 그중에는 멸종위기 야생동물로 분류된 수달, 담비, 삵, 팔색조, 붉은배새매 등이 포함돼 있다.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도 서식 중이다. 다양한 생물종이 공존하는 이 환경은 보호지역이자 연구공간으로서의 가치를 동시에 지닌다.

운곡람사르습지는 2011년 국가습지보호지역 지정과 람사르협약 등록을 시작으로, 2014년 국가생태관광지역, 2017년 전북서해안 국가지질공원 인증까지 획득했다. 습지 자체뿐 아니라 주변 지형과 문화유산까지 연결돼 관리되고 있다.

출처 : 고창 문화관광 (운곡람사르습지)

이를 체계적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탐방객을 위한 이동수단과 코스도 마련돼 있다. 습지를 오가는 친환경 탐방열차는 하루 7회 편도로 운행되며, 초등학생 이하 1천 원, 중학생 이상 2천 원의 요금이 부과된다.

65세 이상은 무료 이용이 가능하다. 열차는 탐방안내소(친환경주차장)와 운곡습지 생태공원을 잇는 3.3km 구간을 약 15분간 운행한다.

도보 탐방을 원하는 이들을 위한 코스도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1코스는 3.6km로 약 1시간 30분이 소요되며 생태연못과 조류관찰대, 소망의 종 등 대표 지점을 지나게 된다.

2코스는 9.6km로 약 3시간, 3코스와 4코스는 각각 10.1km로 3시간 이상 소요된다. 코스에 따라 고인돌 유적지, 청자도요지, 전망대, 물맞이폭포 등 다양한 지질·문화자원을 연계할 수 있어 단순한 산책 이상의 체험이 가능하다.

출처 : 고창 문화관광 (운곡람사르습지)

전문 해설을 원하는 방문객은 자연환경해설사와 지질공원해설사를 사전에 예약할 수 있으며 별도의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운곡람사르습지는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입장료는 없다. 단, 탐방열차는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 설날에는 운행하지 않는다.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한 여러 규칙이 적용되므로 방문 전 안내사항을 숙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창의 여름을 자연과 함께 보내고 싶다면, 인위적 손길이 사라진 뒤 더 가치 있어진 이곳을 직접 걸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