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EREV(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 카드를 꺼내들며 도요타 아키오 회장과의 친환경차 주도권 경쟁에 본격 나서고 있다. 전기차 캐즘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두 거물이 각각 다른 전략으로 시장 선점에 나선 것이다.

▶▶ 정의선의 'EREV 승부수', 2026년 북미 시장 선점 나서
정의선 회장은 전기차 시장 침체에 맞서 EREV라는 새로운 무기를 준비하고 있다. EREV는 평소에는 순수 전기차처럼 배터리로 200~300km를 달리지만, 장거리 주행 시 엔진이 발전기 역할을 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방식이다.
현대차는 2026년 말 북미와 중국에서 EREV 양산을 시작해 2027년부터 본격 판매에 돌입한다. 북미 시장에는 현대와 제네시스 브랜드의 D급 SUV를 우선 투입해 연간 8만대 이상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국에서는 경제형 C급 플랫폼을 활용한 EREV로 연간 3만대 이상 판매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기존 엔진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배터리 용량을 약 30% 축소해 동급 전기차 대비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비교해도 경쟁력 있는 가격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 아키오의 '차세대 하이브리드' 맞불, 수소까지 연료로 활용
도요타 아키오 회장은 차세대 소형 엔진 개발로 맞불을 놓고 있다. 스바루, 미쓰비시와 공동 개발하는 이 엔진은 디젤, 가솔린, 수소를 모두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혁신적 기술이다. 배터리와 조합해 하이브리드 차량에도 적용 가능하다.
두 회장은 지난해 10월과 11월 두 차례 만나 수소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정의선 회장은 "수소를 이야기해서 같이 잘 협력하려고 한다"고 밝혔고, 아키오 회장도 "인프라 관련해서는 경쟁보다 협조가 필요하다"며 협력 의지를 드러냈다.
▶▶ 글로벌 완성차 업계 '하이브리드 2.0' 경쟁 가속화
전기차 전환 속도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차세대 하이브리드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볼보는 전기로만 200km를 달릴 수 있는 ER-PHEV 시스템을 개발해 신형 XC70에 탑재한다고 발표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2027~2028년까지 내연차 경쟁력 유지를 위해 투자를 늘렸다고 밝혔고, 사우디 아람코는 르노-지리 합작사에 1조1200억원을 투자해 내연기관 시장 지속성에 베팅했다.
▶▶ 4~5년 과도기 전망, 시장 주도권 향방 주목
업계는 친환경차 전환 과도기가 4~5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차량 구동 시스템 개발에 수천억 원이 들고 투자 회수에 최소 4~5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의선과 아키오 두 회장의 기술 경쟁은 단순한 기업 간 경쟁을 넘어 미래 자동차 산업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분수령이 되고 있다. EREV와 차세대 하이브리드 중 어느 기술이 시장에서 더 큰 호응을 얻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Copyright © 저작권 보호를 받는 본 콘텐츠는 카카오의 운영지침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