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물파산 선고받았는데…AI 때문에 엎친 데 덮쳤다

전하연 기자 2026. 5. 30.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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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지구, 물파산 선고받다

● 인류의 절반, 물 부족에 놓였다

지난 1월 20일 국제연합(UN) 산하 물·환경·보건연구소는 ‘글로벌 물 파산’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 위기와 과도한 물 사용으로 지구의 물이 줄어들어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UN 연구팀은 이를 ‘물 파산’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지도에서 붉게 칠해진 지역일수록 깨끗한 물이 부족하다. UN 제공 

물 파산이란 자연에서 채워지는 물의 양보다 사람이 사용하는 물의 양이 더 많고 빙하와 습지 등에 저장된 물까지 빠르게 줄어드는 상태입니다. 1970년대 이후 유럽연합의 전체 면적에 해당하는 습지가 사라졌고 1990년대 이후 전 세계 대형 호수의 절반에서 물이 줄었습니다. 

이에 연구팀은 기존에 주로 사용하던 ‘물 부족’이나 ‘물 위기’ 같은 표현으로는 현재 상황의 심각성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약 82억 명 중 약 40억 명이 1년에 최소 한 달 이상 물 부족을 겪습니다. UN 연구팀은 목욕이나 보건 활동에 쓸 깨끗한 물이 부족한 상황을 물 부족으로 분류했습니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농업, 산업 등에 쓰고 남았거나 위생에 안 좋은 물로 씻는 경우가 많습니다.

(왼쪽부터)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사이의 호수. 1960년대까지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호수였다. 소련 정부가 농업용수를 얻기 위해 아랄해로 흐르던 물의 흐름을 바꾸며 호수의 물이 줄어들었다, 브라질과 볼리비아, 파라과이에 걸친 세계 최대 규모의 습지. 사람들이 가축을 기르고 농사지을 땅을 얻기 위해 습지에 불을 질러 4분의 1 이상이 타 버렸다. 가뭄도 겹치며 습지의 수분이 말라버렸다. NASA,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북아프리카, 중동, 남아시아, 미국 남서부 지역은 물이 심각하게 부족한 곳으로 꼽힙니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은 인구가 늘고 심각한 가뭄으로 사람들이 깨끗한 물을 구하기 어려워졌습니다.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는 사람들이 지하수를 과하게 써 땅이 매년 수십 cm씩 내려앉고 있습니다.

물 파산은 우리나라처럼 물이 비교적 풍부한 나라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물 부족이 심한 지역 대부분은 주요 농업 생산지입니다. 이곳의 농산물 생산량이 줄면 식량 가격이 올라갈 수 있습니다. 물이 부족한 나라가 물이 풍부한 나라로부터 깨끗한 물과 농산물을 공급받는 데 의존하면 장기적으로 이들 국가의 물까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카베 마다니 UN 물·환경·보건연구소 소장은 이메일 인터뷰에서 “깨끗한 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방법이 마련되지 않으면 물 파산은 더 빠르게 퍼지고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기를 때 많은 양의 담수가 사용된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물파산 이유는 뭘까?

● 지구의 공기 흐름이 달라졌다

물 파산의 가장 큰 원인은 지구의 기온 상승입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늘면서 지구의 평균 기온이 오르고 있습니다. 지구에서는 적도 근처의 뜨겁고 습한 공기가 올라가고 위도 약 30°에서 내려가는 ‘해들리 순환’이 일어납니다. 

적도에서 올라온 공기는 많은 비를 내린 뒤라 수증기가 적습니다. 이 공기가 내려가는 위도 약 30°는 건조한 경향이 있습니다. 기후 위기로 적도의 공기가 더 뜨거워져 순환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습니다. 그 결과 적도의 공기가 더 먼 위도까지 올라갔다가 내려가며 건조한 지역이 늘고 있습니다.

제트기류도 변하고 있습니다. 제트기류는 북극의 찬 공기와 적도의 따뜻한 공기의 온도 차이로 인해 부는 강한 바람입니다. 그런데 북극의 기온이 오르면서 두 지역 간 온도 차이가 줄었고 제트기류의 속도가 느려졌습니다. 이에 특정 지역에 제트기류가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크리스티안 프란츠케 기초과학연구원 교수는 “어떤 지역에서는 비가 계속 내려 홍수가, 다른 지역에는 비가 오지 않아 가뭄이 심해지는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뚜렷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 농업과 산업에 많은 물 쓴다

전 세계 담수의 약 70%는 농업에 쓰입니다. 기후 위기로 강과 호수의 물이 줄어들자 대수층에서 물을 끌어다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대수층은 암석, 모래, 자갈층 사이에 물이 채워진 구조입니다. 

대수층에 빗물이 스며들어 지하수가 만들어집니다. 문제는 대수층에 물이 채워지는 속도보다 지하수를 사용하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것입니다. 2000~2022년 사이 전 세계 1693개 대수층 중 71%에서 지하수의 물 높이가 낮아졌습니다. 지하수를 과도하게 퍼올리다 보니 땅속이 비게 되면서 땅이 내려앉는 ‘지반 침하’ 현상도 발생합니다.

데이터 센터를 식힐 때 많은 물이 필요하다 AI 생성이미지

최근에는 인공지능(AI) 사용이 늘어나면서 AI 서비스에 필요한 데이터를 저장, 처리하는 데이터 센터의 물 사용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데이터 센터는 서버에서 나오는 열을 식히기 위해 냉각수를 사용합니다. 대형 시설의 경우 하루에 약 수십만 L의 물을 씁니다. 

예를 들어 GPT-3를 학습시키는 데에는 약 70만 L만큼의 냉각수가 필요합니다. 이에 데이터 센터가 있는 미국 남서부 지역 등이 심각한 물 부족을 겪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크리스티안 프란츠케 교수는 “데이터 센터의 냉각수는 증발한 뒤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비로 내린다”며 “지역별 물 불균형이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해수담수화의 원리. UNIST, AI 생성이미지

○ 물파산 과학으로 해결하자

● 대기와 바다에서 물을 얻다

지구에 있는 물의 약 97.5%는 바닷물이며 담수는 약 2.5%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바닷물을 담수로 바꾸는 ‘해수 담수화’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바닷물에는 염분이 들어 있어 짠맛이 납니다. 바닷물을 담수로 바꾸려면 염분을 제거해야 합니다. 염분을 없애는 대표적인 방법은 증발법입니다. 바닷물을 끓여 수증기로 바꾼 뒤 온도와 압력을 낮춰 다시 물로 응축하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이 방식은 바닷물을 끓여야 해서 많은 양의 전력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UNIST 연구팀은 태양광만으로 바닷물을 증발시키는 장치를 개발했습니다. 연구팀은 망간, 구리, 크롬을 섞어 태양광을 잘 흡수하는 소재를 만든 뒤 이를 해수 담수화 장치 표면에 코팅했습니다. 

그 결과 태양광 패널 1m² 당 한 시간에 약 4.1L의 물을 만들어냈습니다. 장지현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는 “전기를 공급하는 시설을 설치하지 않아도 돼, 열악한 환경에서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공기 중 수분을 모아 물을 만드는 ‘대기 수분 포집’ 기술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대기에는 약 13조 L의 수증기가 있을 걸로 추정됩니다. 이를 모아 액체로 바꾸면 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지난해 노벨화학상을 받은 오마르 야기 교수는 ‘금속 유기 골격체(MOF)’를 활용한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MOF는 스펀지처럼 표면에 매우 작은 구멍이 난 물질입니다. 낮은 온도에서 구멍 속에 수분을 머금었다가 온도가 올라가면 이를 내보내는 특성이 있습니다. 

지난 4월 14일 고려대를 찾은 오마르 야기 교수는 강연에서 “MOF는 건조한 사막 등에서 수분을 모아 깨끗한 물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MOF의 원리. Johan Jarnestad/The Royal Swedisg Academy of Sciences, Atoco, GI 제공

과학 기술의 발전과 함께 일상에서 물 사용을 줄이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카베 마다니 UN 물·환경·보건연구소 소장은 “샤워 시간을 줄이는 등 개인의 작은 실천이 모이면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미래 지구에서 살아갈 어린이들이 물 문제에 관심을 두고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습니다.

※관련기사
어린이과학동아 5월 15일, 지구 물 바닥났다…물파산

[전하연 기자 y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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