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Lab] 주식이요? '비상금' 아닙니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이혁기 기자 2024. 12. 5.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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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부부 재무설계 4편
비상금 안 모으는 직장인들
한탕 꿈꾸며 주식에 올인
만약을 위해 비상금 필요하나
투자상품은 비상금이 아냐
바로 인출 가능한 수단 필요

요즘 젊은 직장인 중에선 비상금 통장을 만드는 이들이 별로 없는 듯하다. 조금이라도 돈이 생기면 주식이나 펀드에 몰아넣는다. '한탕'을 바라는 마음에서일 텐데, 그러면 갑작스럽게 돈이 필요한 상황이 생겼을 때 대처하기 어렵다. 급한 마음에 카드론이나 대출이라도 받는다면 손해는 더 커진다. 비상금이 선택이 아닌 필수인 이유다. 더스쿠프와 한국경제교육원㈜이 비상금 모으는 법을 소개한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언제든 인출 가능한 비상금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매월 80만원씩 신용카드 빚을 갚고 있는 민병진(가명·40)씨와 양민희(가명·37)씨 부부. 자녀(7)를 키우느라 맞벌이에서 외벌이로 전향하면서 소득이 급격히 줄었고, 이를 메우기 위해 부부가 신용카드 사용 빈도를 늘리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켜졌다. 리볼빙과 카드론 등 잘못 썼다간 빚더미에 앉을 수도 있는 신용카드 상품도 망설임 없이 사용했다. 다행히도 아내가 재취업에 성공하면서 소득은 원상 복귀했지만, 신용카드를 남용해서인지 큰돈을 모으지 못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아무 때나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나쁜 버릇이 부부의 몸에 배었다. 아내는 신용카드를 늘려서 더 많은 할인 혜택을 받자고 하지만, 남편은 이제 그만 '카드의 악몽'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다. 하지만 현재 지출 수준을 소득이 감당하기 어려워 신용카드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부부는 이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자를 찾아와 도움을 요청했다.

지금까지의 상담 진행 상황은 이렇다. 필자가 파악한 부부의 월소득은 총 600만원이다. 중견기업을 다니는 남편이 350만원, 중소기업 직장인 아내가 250만원을 번다. 지출로는 정기지출 563만원, 1년에 걸쳐 쓰는 비정기지출 68만원, 금융성 상품 33만원 등 664만원이다. 한달에 64만원씩 적자가 발생했다.

부부는 지출을 확 줄이는 것으로 적자 문제를 해결했다. 총 181만원을 절약해 64만원 적자를 117만원 흑자로 바꿔놨다. 한달에 80만원씩 빠지던 신용카드 할부금을 '제로'로 만든 게 가장 큰 수확이었다. 이참에 민씨 부부도 3~4개의 신용카드를 쓰던 걸 1개로 줄이기로 약속했다.

이제 부부의 미래를 설계할 시간이다. 상담 초기에 부부는 신용카드 할부금을 전부 털어내는 것만을 목표로 삼았는데, 지출을 줄이는 과정에서 할부금을 모두 상환해 조기에 목적을 달성했다. 하지만 부부가 여기서 멈춰선 안 된다. 이제 부부의 인생 전반을 아우르는 솔루션을 찾아야 한다. 부부가 수중에 모아둔 돈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자녀 양육과 노후 준비 등 만만찮은 재무 이벤트들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재무 이벤트는 가급적이면 여러개를 동시에 준비하는 게 좋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이런 이유로 부부는 자녀 양육비를 마련하는 것과 노후를 준비하는 것 등 2가지 목표를 다시 세웠다. 현재 주택담보대출(잔여 2억원)을 받아 자가 아파트(시세 4억1000만원)에서 살고 있으니 집을 마련하는 건 목표에서 제외했다.

먼저 자녀 양육비를 마련하기 위해 부부는 20만원씩 납입하고 있던 적금 액수를 70만원으로 50만원 늘렸다. 양육비나 월세 등 단기간에 마련해야 하는 재무 목표는 수익성보단 안전성을 꾀해야 하므로 적금이 적격이다.

부부의 노후를 준비하는 방법으로는 개인형퇴직연금(IRP)을 준비했다. IRP는 세금 공제에 특화돼 있다. 연간 급여가 5500만원(종합소득 4500만원) 이하는 납입액의 16.5%, 5500만원 초과면 13.2%를 공제받을 수 있다. 많이 납입할수록 이득인 건 분명하지만, 부부의 수중에는 그럴 만한 여유가 없으니 한달에 30만원만 넣기로 했다.

필자는 부부에게 비상금 통장도 만들자고 조언했다. 민씨가 상담 중 "자녀를 키울 때 비상금 몇백만원만 있었더라도 신용카드에 손을 대지 않았을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던 게 기억이 나서였다. 소액이라도 비상금 통장에 넣어두고 있으면 그런 악순환을 반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비상금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무엇보다 보관 수단의 안전성과 접근성이 좋아야 한다. 주식에 몽땅 넣어두고 '비상금'이라고 부르는 건 잘못된 판단이다. 원금 손실의 우려가 있는 데다, 급한 상황에서 곧바로 현금화할 수 없다는 단점도 있어서다.

이런 이유로 부부는 '인터넷전문은행' 계좌를 비상금 통장으로 삼았다. 이 통장은 시중은행의 통장과 다를 게 없다. 인출·송금이 자유롭고, 스마트폰 앱과 연동돼 있어 접근성도 뛰어나다. 잘 찾아보면 괜찮은 이자를 주는 상품도 있으니 적극 활용하면 좋다. 부부는 이 계좌에 월 20만원씩 납입하기로 결정했다.

남은 17만원은 적립식 펀드에 넣었다. 이것 또한 비상금 용도로 쓸 생각인데, 나름 수익성을 추구하기 위해 투자상품으로 골랐다. 적립식 펀드의 장점은 '유연성'이다. 소액으로도 펀드를 시작하고, 원하면 어느 때든 납입을 중단할 수 있다.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부부는 우량주 위주로 구성한 펀드에 가입해 안전성을 극대화했다. 이를 꾸준히 모니터링하면서 투자 감각을 익히기로 했다. 물론 투자상품인 만큼 원금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은 늘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

이렇게 부부의 재무설계가 모두 끝났다. 부부는 117만원을 자녀 교육비 마련(적금 50만원), 노후 준비(IRP 30만원), 비상금 통장 마련(인터넷전문은행 20만원), 적립식 펀드 17만원 등에 잘 분배했다.

사실 117만원으론 미래를 탄탄하게 대비했다고 보긴 어렵다. 그래도 부부가 아직 젊으니 월급이 어느 정도 오르면 지금보다는 한층 더 수월해질 것이다. 중요한 건 그때까지 지금의 절약·저축 습관을 잃지 않는 것이다. 부부가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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