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밥알 크기”…경북지역 자두농가에 무슨 일?

김광동 기자 2026. 5. 8.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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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온·잦은 강우로 착과율 극히 저조
“정부차원 자연재해 보상 대책 필요”
경북 안동시 남후면 무릉리의 이승희씨(사진 가운데) 자두 과수원에서 이용호 남안동일직자두작목반 사무국장(오른쪽)과 자두농가 남년호씨가 냉해를 입은 자두나무를 살펴보고 있다.

“올 농사는 이것으로 끝인가 보네요….”

7일 오전 경북 안동시 일직면 망호2리의 한 자두 과수원. 이 곳에서 농사를 짓는 남년호씨(72)는 15년생 자두나무 70여 그루의 착과 상태를 살펴보다 이렇게 탄식했다. 남씨는 이 곳을 포함, 모두 7272㎡(2200평)에서 자두 농사만 짓는데 전체 착과율이 채 10% 도 안된다고 한다.

남씨는 “정상적인 상태라면 지금쯤 한 뼘 간격으로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려, 한창 솎아내야 할 때”라며 “그나마 열매를 맺은 것도 자라면서 낙과할 가능성이 높아 올해는 농사를 그냥 접고 놀러다니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을 흐렸다.

이 과수원에서 10여㎞ 떨어진 안동시 남후면 무릉리의 이승희씨(69) 자두밭도 상황은 비슷했다. 수령 13년생 300여 그루 전체에 밥알 크기의 작은 열매만 매달려 있을 뿐 체리만한 정상과는 드문드문 보였다. 힘겹게 수정이 이뤄졌어도 밥알 크기까지 자라고 성장이 멈춰 고사가 진행중이었다.

이씨는 “보통 한 그루에 700~800개만 남기고 모두 열매솎기(적과)에 들어가야 하는데, 올핸 한 그루에 달린 정상과가 100개도 안돼 적과 작업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했다. 

체리 크기의 자두 정상과와 수정이 잘 안돼 밥알 크기에서 성장을 멈춘 열매.

안동·의성·청송 등 경북 북부 자두 주산지 농가 대부분이 남씨와 이씨처럼 개화기 냉해(저온피해)로 인한 결실률 저하로 속을 끓이고 있다. 자두꽃이 필 무렵인 4월 중순께 몇 차례 저온 현상이 찾아왔고, 비 까지 자주 내리며 농가들이 직격탄을 맞은 것.

올해는 특히 자두 개화 시기가 평년보다 1주일 가량 빨랐는데, 꽃이 활짝 핀 이후 갑자기 아침 기온이 영하 3~4℃로 곤두박질 쳐 꽃술에 얼음 조각이 붙어있는 것을 봤다는 농가도 많다. 암술이 얼어 수정 자체가 불가능해졌다는 것. 

안동시 임동면 대곡리의 길중성씨(54)는 “개화한 후 과수원에 수정용 호박벌을 풀어 넣고 꽃가루를 구입, 인공수분까지 했는데도 결실률은 5% 미만”이라며 “결실과도 저온 피해를 입은 이상 자라면서 중간에 낙과하거나 기형과가 될 확률이 높아 걱정이 태산같다”고 하소연 했다.

의성군 봉양면 도리원(화전리)의 신동혁씨(59)도 “해마다 개화기 불규칙한 기온으로 골머리를 썩다 올해는 꽃이 피기 전부터 냉해 경감제를 4차례나 살포했는데도 꽃 만개 후 2일 동안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수정이 되지 않았다”며 “현재 자두나무 75그루 전체에 가물에 콩나듯 열매가 드문드문 매달려 모두 수확해봐야 딸 아이 혼자 먹을 양도 안될 것 같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개화 이후 냉해로 열매를 맺지 못하고 고사가 진행중인 자두나무 가지.

자두 농가들은 올해 이상기후에 따른 냉해로 큰 피해를 입었다며 정부 차원에서 자연재해에 준하는 보상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한 목소리로 요구하고 있다.

이용호 남안동일직자두작목반 사무국장(67)은 “120여 작목반원 가운데 80% 이상이 냉해로 큰 타격을 받았는데,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한 농가는 절반이 안되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정부에서 자두농가에게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피해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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