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밥알 크기”…경북지역 자두농가에 무슨 일?
“정부차원 자연재해 보상 대책 필요”


“올 농사는 이것으로 끝인가 보네요….”
7일 오전 경북 안동시 일직면 망호2리의 한 자두 과수원. 이 곳에서 농사를 짓는 남년호씨(72)는 15년생 자두나무 70여 그루의 착과 상태를 살펴보다 이렇게 탄식했다. 남씨는 이 곳을 포함, 모두 7272㎡(2200평)에서 자두 농사만 짓는데 전체 착과율이 채 10% 도 안된다고 한다.
남씨는 “정상적인 상태라면 지금쯤 한 뼘 간격으로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려, 한창 솎아내야 할 때”라며 “그나마 열매를 맺은 것도 자라면서 낙과할 가능성이 높아 올해는 농사를 그냥 접고 놀러다니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을 흐렸다.
이 과수원에서 10여㎞ 떨어진 안동시 남후면 무릉리의 이승희씨(69) 자두밭도 상황은 비슷했다. 수령 13년생 300여 그루 전체에 밥알 크기의 작은 열매만 매달려 있을 뿐 체리만한 정상과는 드문드문 보였다. 힘겹게 수정이 이뤄졌어도 밥알 크기까지 자라고 성장이 멈춰 고사가 진행중이었다.
이씨는 “보통 한 그루에 700~800개만 남기고 모두 열매솎기(적과)에 들어가야 하는데, 올핸 한 그루에 달린 정상과가 100개도 안돼 적과 작업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했다.

안동·의성·청송 등 경북 북부 자두 주산지 농가 대부분이 남씨와 이씨처럼 개화기 냉해(저온피해)로 인한 결실률 저하로 속을 끓이고 있다. 자두꽃이 필 무렵인 4월 중순께 몇 차례 저온 현상이 찾아왔고, 비 까지 자주 내리며 농가들이 직격탄을 맞은 것.
올해는 특히 자두 개화 시기가 평년보다 1주일 가량 빨랐는데, 꽃이 활짝 핀 이후 갑자기 아침 기온이 영하 3~4℃로 곤두박질 쳐 꽃술에 얼음 조각이 붙어있는 것을 봤다는 농가도 많다. 암술이 얼어 수정 자체가 불가능해졌다는 것.
안동시 임동면 대곡리의 길중성씨(54)는 “개화한 후 과수원에 수정용 호박벌을 풀어 넣고 꽃가루를 구입, 인공수분까지 했는데도 결실률은 5% 미만”이라며 “결실과도 저온 피해를 입은 이상 자라면서 중간에 낙과하거나 기형과가 될 확률이 높아 걱정이 태산같다”고 하소연 했다.
의성군 봉양면 도리원(화전리)의 신동혁씨(59)도 “해마다 개화기 불규칙한 기온으로 골머리를 썩다 올해는 꽃이 피기 전부터 냉해 경감제를 4차례나 살포했는데도 꽃 만개 후 2일 동안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수정이 되지 않았다”며 “현재 자두나무 75그루 전체에 가물에 콩나듯 열매가 드문드문 매달려 모두 수확해봐야 딸 아이 혼자 먹을 양도 안될 것 같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자두 농가들은 올해 이상기후에 따른 냉해로 큰 피해를 입었다며 정부 차원에서 자연재해에 준하는 보상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한 목소리로 요구하고 있다.
이용호 남안동일직자두작목반 사무국장(67)은 “120여 작목반원 가운데 80% 이상이 냉해로 큰 타격을 받았는데,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한 농가는 절반이 안되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정부에서 자두농가에게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피해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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