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각 실험할 때 99%는 이해 못했던 이유

이 사진을 보라. 어릴적 과학 시간에 배운 혀 지도라는 건데 혀의 각 부위별로 느끼는 맛이 다르다는 거다. 그런데 이게 다 거짓말? 유튜브 댓글로 “혀 지도가 진짜 거짓말인지 알려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해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혀의 특정 위치에서 특정 맛을 느낀다고 그려놓은 이 지도는 잘못된 그림이다. 맛은 혀 전체에서 느끼는 것이기 때문에 명확한 구분선을 그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예미경 대구가톨릭대학교 이비인후과 교수]
"혀 지도는 '딱 지도상에 쓴맛은 뒤에 닿아야만 느낀다' 이렇게 그려놨는데 잘못된 정보를 계속 인용하다 보니까… (미각)수용체의 개념이 없더라도 (실험) 해보면 알거든요, 그 부분만이 아니라도 다른 맛을 느낀다고는 아는데…"

90년대 교과서에 실려 혼란을 가져왔던 이 지도는 새로운 연구들이 발표되면서 점차 사라져서 2000년대 중반쯤부터는 아예 학교에서도 이 내용을 언급하지 않는다. 현재 중학교 과학 교과서에서는 맛봉오리 속 맛 세포에 자극이 되면 미각 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되어 맛을 느끼게 된다고 되어있었다.

[A중학교 생물 선생님]
"교과서에서도 지금 그렇게 가르치지 않고 있어요 . 맛지도라고 하는 표현 자체가 없어졌고 전반적으로 (맛을) 느끼는 기관이다, 그 정도로만 가르치고 있거든요. 아이들은 유튜브나 이런 데서 잘못 나와 있는, 혹은 학원에서 얼핏 들어가지고 와서 말하거나 물어보는 친구들도 있긴 하더라고요. 그러면 이거는 옛날 이론이다. 이 정도만 말하고 넘어가고…."

이 혀 지도가 옛날 교과서에 실릴 만큼 유명해졌던 이유는 무려 100년이 넘는 오랜기간동안 한 실험에 대한 오역이 그대로 정설처럼 굳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처음 혀 지도가 그려진 건 1901년 한 실험 때문이다

이 논문의 저자는 7명의 동료들과 혀에 단맛, 쓴맛, 신맛, 짠맛을 실험했는데, 7명 중 5명이 공통으로 더 맛이 잘 느껴지는 혀의 부위를 표시해 논문을 발표했다. 말 그대로 ‘맛의 민감성’, 즉 상대적으로 더 맛을 잘 느끼는 부위를 표시한 거였다. 그런데 이게 특정 부위가 아니면 맛이 아예 안 느껴진다고 잘못 알려지기 시작해 한국 교과서에까지 실린 거라고 한다.

하지만 혀에서 느끼는 맛은 개인에 따라 얼마나 더 민감하게 반응하느냐의 정도 차이는 당연히 있을 수 있다.

[왱]
"맛에 대한 민감도는 맞는 얘기인가요?"

[예미경 대구가톨릭대학교 이비인후과 교수]
"그렇죠. 개인차가 굉장히 큰 감각입니다. 미각이"

2000년대 후반부터는 감칠맛도 기본 맛으로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감칠맛은 굳이 풀어쓰자면 음식이 입에 당기는 맛, 왠지 모르게 자꾸 먹고싶게 하는 맛 정도일텐데 이걸 단맛 짠맛 신맛 쓴맛의 ‘4원미’ 이외에 5번째 맛으로 인정하느냐는 논쟁이 길었지만 별개의 수용체로 느끼는 맛으로 과학적인 인정을 받았다.

[A중학교 생물 선생님]
"(예전에는) 단맛, 쓴맛, 신맛, 짠맛 이렇게 네 가지로 가르쳤었는데, 이제는 하나를 더 추가해서 ‘감칠맛’이라는, MSG 맛이라고 하는 맛을 집어넣고 그래서 5가지 맛이라고…"

취재하다 알게 된 건데 최근엔 제6의 미각 후보로 지방 맛, 금속 맛, 탄수화물 맛, 깊은 맛, 물맛 등이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중에서도 ‘지방 맛’은 말 그대로 살이 찌는 기름 맛 같은 거라고 하는데, 최근 한 연구에서는 이걸 못 느끼는 사람은 살이 더 많이 찐다는 결과도 있었다.

탄수화물의 은은한 단맛이나, 철분제를 먹을때 살짝 나는 쇠맛 같은 금속 맛이나, 물마다 다른 물 맛 같은 것도 생활속에서 느낄 수 있는데, 왜 공식적인 ‘맛’으로 인정이 되지 않는 걸까?

[예미경 대구가톨릭대학교 이비인후과 교수]
"후각하고의 콜라보레이션으로 느끼는 후각은 수용체의 종류가 굉장히 많아요. 우리가 이론적으로는 수만 가지 냄새를 구분할 수 있다(고하는데) 미각은 다섯가지밖에 없잖아요."

또 이렇게 5~6개 정도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수용체들은 혀에만 있는 건 아니라고 했다. 코나 기도, 소화관 등 우리 몸 전체에 널리 분포해 있다고 하는데, 예미경 교수님은 쓴맛 수용체가 코에 많지 않은 사람은 박테리아 감염에 더 취약하다는 연구를 하기도 했다. 이렇게 맛을 느끼는 미각 수용체들은 단순히 ‘맛’만을 느끼게 하는 게 아니라 우리 몸 전체에 다양한 영향을 주고 있는 거다.

[예미경 대구가톨릭대학교 이비인후과 교수]
"코에는 박테리아 감염이랑 좀 관계가 있다고 그렇게 알려져 있어요. 쓴맛 수용체 유전자가 유전적으로 민감한 사람이 있고, 안 민감한 사람이 있거든요. 쓴맛을 못 느끼는 사람이 그람 음성균에 대해서 더 감염이 취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