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산 최장수 고슴도치 발견…시민과학의 힘

수백 명의 시민으로 이뤄진 시민과학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과정에서 유럽에서 가장 오래 생존한 것으로 기록된 고슴도치가 발견됐다. 이 고슴도치는 16세로 이전에 가장 오래 산 고슴도치의 기록은 9년이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수명이 5~10년인 고슴도치의 30%가 1년 안에 사망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고슴도치는 멸종위기종은 아니지만 최근 개체수가 급감하는 종 중 하나다. 영국 고슴도치보존협회에 따르면 이번 세기 들어 20세기에 비해 고슴도치 개체수가 최대 50% 감소했다. 연구자와 환경운동가들은 고슴도치 개체수를 모니터링하고 야생 고슴도치를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덴마크에서 '고슴도치 박사'로 통하는 소피 룬드 라스무센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원은 2016년부터 시민과학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400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덴마크 전역을 돌아다니며 고슴도치 사체를 수습하고 분석해 사인을 찾고 있다. 이들은 죽은 고슴도치 약 697마리를 찾았고 사체의 턱뼈에 있는 성장선을 조사해 고슴도치의 나이와 사인을 알아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동물' 2월 10일자에 발표됐다.

라스무센 연구원은 고슴도치의 턱뼈 성장선을 분석해 고슴도치의 나이를 추정했다. 고슴도치는 겨울잠을 자는데 이때 칼슘 대사가 느려지면서 턱뼈에 성장선이 생긴다. 가장 나이가 많은 고슴도치는 16세였다. 지금까지 유럽에서 발견돼 기록된 고슴도치 중 가장 오래 살았다. 13세와 11세까지 산 고슴도치도 발견됐다. 모두 이전의 최고기록(9세)을 넘어서는 결과다. 이번 분석을 통해 고슴도치가 10년을 넘게 살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됐지만 고슴도치 평균 수명은 약 2세에 불과했다. 프로젝트를 통해 수집된 고슴도치의 30%는 태어난지 1년 안에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인은 교통사고가 가장 많았다. 길을 건너다 차에 치여 죽은 경우가 56%였다.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은 고슴도치의 짝짓기 철인 7월에 가장 많았다. 고슴도치가 짝을 찾기 위해 자신의 서식지를 벗어나 먼 거리를 걷다가 사고를 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동물의 공격을 받은 뒤 재활센터에 입소했다가 죽는 경우는 22%였고 나머지 22%만이 야생에서 자연사했다.
라스무센 연구원은 "고슴도치가 2세 이상까지 살아남는다면 자동차나 포식자 같은 위험요소를 피하는 법을 배웠을 것이고 그 결과 16세까지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로 고슴도치는 수컷이 암컷보다 오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컷의 평균 수명은 2.1년, 암컷은 1.5년으로 24%가량 차이가 났다. 라스무센 연구원은 "고슴도치는 영역동물이 아니라 수컷이 싸우는 경우가 거의 없는 반면 암컷은 혼자 새끼를 키우는 습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교통사고로 사망할 확률은 수컷이 더 높았다. 수컷이 암컷보다 활동 범위가 더 넓어 도로에 접근할 가능성도 더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고슴도치들은 최근 개체수가 감소하며 유전적 다양성이 낮아졌고 결과적으로 많은 개체수가 근친 교배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라스무센 연구원은 "놀랍게도 이번 분석에서 근친 교배가 고슴도치의 예상 수명을 줄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생물 보존의 관점에서는 긍정적인 소식"이라고 말했다.

[이영애 기자 ya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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