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속에 버틴다"…'티메프 사태' 100일, 피해자들의 절규 [스프]
김형래 기자 2024. 10. 10. 11:48
[더 스피커]
비주류란 이유로, 마이크를 가지지 못했던 사람들의 스피커가 되는 저널리즘.
지난 7월 23일, 늘 그렇듯 아침부터 몹시 더웠던 여름날 온라인 커뮤니티에 '티몬 본사 문에 내부 수리로 임시 휴업한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회사 측은 사옥 1층 카페 배수관 교체 문제로 일반 임직원 근무는 평소대로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미 보름 전부터 판매금 정산이 계속 밀린 데다 전날 티몬 측이 입점 판매자들에게 무기한 정산 중단을 선언했다는 소식이 퍼져 나가고 있었기 때문에 누구도 믿지 않았습니다.
곧바로 달려간 티몬 본사는 잠겨 있었고, 안에는 분명 인기척이 있었지만 아무리 불러도 누구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본사 앞을 서성이다 만난 한 이용자는 호텔 가족 식사권을 환불받으러 왔지만, 직원들이 자신을 보자마자 도망치기 바빴다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굳게 잠긴 유리문을 두드리면서 '일이 커지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다음 날은 위메프 본사에서, 그다음 날은 티몬 별관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졌고, 그게 1조 5천억 원 넘는 피해를 낸 '큐텐 정산 지연 사태'가 수면 위로 드러난 시점이었습니다.
8월 21일, 정부는 경제관계장관 회의를 열어 피해자 지원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이날 대책의 핵심은 피해 판매자 자금 지원. 티몬과 위메프로부터 정산을 받지 못한 피해 판매자들이 줄줄이 부도가 날 수 있으니 일단 정부가 저리로 돈을 빌려주겠다는 겁니다. 이를 위해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약 6천억 원, 제주를 제외한 16개 지방자치단체에서 긴급경영안정자금 1조 원 이상을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당시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총 피해 금액이 1.3조 원대였으니 그보다 더 큰 유동성을 공급하면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행정안전부가 민주당 천준호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기준 각 지자체가 실제로 집행한 대출 금액은 203억 원, 목표액의 2% 정도에 불과합니다.
지원 사업에 참여한 15개 지자체(제주는 지원 금액 없음, 울산은 지원 사업 철회) 가운데 대구, 광주, 강원, 충남의 4곳은 아예 신청자 자체가 없었습니다. 또 대전, 세종, 충북, 전남의 4곳은 신청자는 있었지만, 지원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지원금 집행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절반 이상인 8곳의 지원 금액이 '0'인 겁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전체 피해액 1.3조 원 가운데 87%가 수도권에서 발생했는데, 정작 지자체가 준비한 전체 자금 1조 원 중 서울, 경기, 인천의 몫은 2천25억 원으로 전체의 20%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80%의 지원금이 사실상 피해자가 거의 없는 곳에 배정돼 있는 셈입니다.
지원금 액수도 문제입니다. 현재 각 지자체의 개별 지원금 한도는 1~5억 원 정도로, 소액 피해를 본 소상공인을 다수 지원하겠다는 형태입니다. 그런데 정작 금감원 집계를 보면, 전체 피해액의 88%가 숫자로 2.1%에 불과한 1억 원 이상 피해자들에게 집중돼 있습니다. 애초에 지원 제도의 방향 자체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8월 6일, 피해 판매자 300여 명이 처음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국회에 모였습니다. 그날 대표를 맡은 신정권 비대위원장에게 지난 두 달 동안 뭔가 나아진 게 있냐고 묻자, 쓴웃음이 돌아왔습니다.
현재 피해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견딜 수 있는 유동성 지원입니다. 비대위는 "뭔가를 더 해달라고 요구한 적은 한 번도 없다"라며, 앞서 정부가 약속했던 금액만이라도 제대로 대출받을 수 있도록 창구를 단일화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100일 가까운 시간 동안 크게 달라진 건 없습니다. 비대위는 지난 출범식에서 '정확한 피해 상황 파악'과 '책임자 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티몬과 위메프의 피해액은 어느 정도 정리됐지만, 큐텐 그룹 내 6개 사(큐텐, 큐익스프레스, 티몬, 위메프, AK몰, 인터파크커머스) 전체 피해 파악은 여전히 현재 진행 중입니다. 책임자 규명도 마찬가지입니다.
10월 10일, 이 글이 출고되는 날 법원에서는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립니다.
검찰은 큐텐 경영진이 1년 전부터 이미 티몬과 위메프가 판매자들에게 정산 대금을 지급하는 게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걸 알고 있었음에도 상품권 할인 판매를 계속하도록 지시했고, 티몬 위메프 자금을 대여금 등의 형식으로 큐텐그룹 계열사로 빼돌렸다고 구속영장청구서에 명시했습니다. 구 대표가 애초부터 자금을 빼내려 자본 잠식 상태인 '티메프'를 인수했다는 겁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비주류란 이유로, 마이크를 가지지 못했던 사람들의 스피커가 되는 저널리즘.
지난 7월 23일, 늘 그렇듯 아침부터 몹시 더웠던 여름날 온라인 커뮤니티에 '티몬 본사 문에 내부 수리로 임시 휴업한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회사 측은 사옥 1층 카페 배수관 교체 문제로 일반 임직원 근무는 평소대로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미 보름 전부터 판매금 정산이 계속 밀린 데다 전날 티몬 측이 입점 판매자들에게 무기한 정산 중단을 선언했다는 소식이 퍼져 나가고 있었기 때문에 누구도 믿지 않았습니다.
곧바로 달려간 티몬 본사는 잠겨 있었고, 안에는 분명 인기척이 있었지만 아무리 불러도 누구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본사 앞을 서성이다 만난 한 이용자는 호텔 가족 식사권을 환불받으러 왔지만, 직원들이 자신을 보자마자 도망치기 바빴다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굳게 잠긴 유리문을 두드리면서 '일이 커지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다음 날은 위메프 본사에서, 그다음 날은 티몬 별관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졌고, 그게 1조 5천억 원 넘는 피해를 낸 '큐텐 정산 지연 사태'가 수면 위로 드러난 시점이었습니다.
'1조 원+a' 지자체 지원금 약속했는데 집행률은 고작 2%?
행정안전부가 민주당 천준호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기준 각 지자체가 실제로 집행한 대출 금액은 203억 원, 목표액의 2% 정도에 불과합니다.
지원 사업에 참여한 15개 지자체(제주는 지원 금액 없음, 울산은 지원 사업 철회) 가운데 대구, 광주, 강원, 충남의 4곳은 아예 신청자 자체가 없었습니다. 또 대전, 세종, 충북, 전남의 4곳은 신청자는 있었지만, 지원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지원금 집행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절반 이상인 8곳의 지원 금액이 '0'인 겁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전체 피해액 1.3조 원 가운데 87%가 수도권에서 발생했는데, 정작 지자체가 준비한 전체 자금 1조 원 중 서울, 경기, 인천의 몫은 2천25억 원으로 전체의 20%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80%의 지원금이 사실상 피해자가 거의 없는 곳에 배정돼 있는 셈입니다.
지원금 액수도 문제입니다. 현재 각 지자체의 개별 지원금 한도는 1~5억 원 정도로, 소액 피해를 본 소상공인을 다수 지원하겠다는 형태입니다. 그런데 정작 금감원 집계를 보면, 전체 피해액의 88%가 숫자로 2.1%에 불과한 1억 원 이상 피해자들에게 집중돼 있습니다. 애초에 지원 제도의 방향 자체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지원할 수 없는 돈을 피해 대책이라고 발표한 것은 국민을 속인 겁니다. 5%에 육박하는 높은 이자율을 낮추고, 하루 만에 신청이 마감된 중소기업진흥공단 대출 규모를 늘리는 등 지금이라도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천준호ㅣ민주당 의원(국회 정무위)
"하루하루 대출 메우기 벅차... 어떻게든 올해 넘기려 노력"
8월 6일, 피해 판매자 300여 명이 처음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국회에 모였습니다. 그날 대표를 맡은 신정권 비대위원장에게 지난 두 달 동안 뭔가 나아진 게 있냐고 묻자, 쓴웃음이 돌아왔습니다.
"주변에서도 그 질문을 제일 많이 하는데 거기에 답변드리는 게 제일 불편합니다. 솔직히 바뀐 게 없거든요. 다들 하루하루 대출을 메우려 버티고 있습니다. 벌써 석 달째니까 올해의 4분의 1을 고통 속에서 보내고 있는데, 남은 4분의 1을 잘 막아내야 올해가 넘어가겠죠. 어떻게든 노력하고 있는데 현금 유동성이 막힌 피해자들이 연말에 2차, 3차 도산으로 연결될까 걱정입니다."
현재 피해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견딜 수 있는 유동성 지원입니다. 비대위는 "뭔가를 더 해달라고 요구한 적은 한 번도 없다"라며, 앞서 정부가 약속했던 금액만이라도 제대로 대출받을 수 있도록 창구를 단일화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100일 가까운 시간 동안 크게 달라진 건 없습니다. 비대위는 지난 출범식에서 '정확한 피해 상황 파악'과 '책임자 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티몬과 위메프의 피해액은 어느 정도 정리됐지만, 큐텐 그룹 내 6개 사(큐텐, 큐익스프레스, 티몬, 위메프, AK몰, 인터파크커머스) 전체 피해 파악은 여전히 현재 진행 중입니다. 책임자 규명도 마찬가지입니다.
검찰 "큐텐, '정산 불능' 알고도 금감원에 허위 보고·로비 시도"
검찰은 큐텐 경영진이 1년 전부터 이미 티몬과 위메프가 판매자들에게 정산 대금을 지급하는 게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걸 알고 있었음에도 상품권 할인 판매를 계속하도록 지시했고, 티몬 위메프 자금을 대여금 등의 형식으로 큐텐그룹 계열사로 빼돌렸다고 구속영장청구서에 명시했습니다. 구 대표가 애초부터 자금을 빼내려 자본 잠식 상태인 '티메프'를 인수했다는 겁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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