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도 주가도 전망도 '빨간불'..암울한 한국 반도체
전문가 58.6% "현 상황, 내후년에도 지속될 것"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한국 경제의 대들보인 반도체 산업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내달 초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가운데 예상보다 악화된 성적표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어서다. 주가도 덩달아 연일 신저가 행진을 펼치고 있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반도체 다운 사이클이 내년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K-반도체'가 긴 부진의 터널로 진입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27일 시장조사업체 트랜드포스에 따르면, 3분기 낸드플래시와 D램 가격이 각각 평균 13~18%, 10~15%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IT 제품 수요 부진에 따른 결과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크게 밑돌 것이라는 전망이 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컨센서스)는 전년 동기 대비 20% 감소한 12조7076억원이다. 전분기 14조970억원보다 1조원 이상 줄어든 수치다. 13조원을 웃돈 기존 전망보다도 내려갔다. 특히 반도체 부문 이익은 메모리의 출하 부진과 스마트폰 평균판매가격(ASP) 급락 영향으로 2분기 10조원에서 3분기에는 7조원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5조원대 영업이익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메모리 비중이 90% 이상인 SK하이닉스의 상황은 더욱 암울하다.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전년 동기 대비 38% 줄어든 2조5050억원으로 집계됐다. 3개월 전 전망치인 4조6495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SK하이닉스는 전체 매출의 97%가 D램·낸드에서 나와 영향이 더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주가도 연일 하락세다. 2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장중 5만3500원까지 떨어졌다. 6거래일 연속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다. SK하이닉스 역시 8만500원까지 내려가며 5거래일 연속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한국 증시의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27일 종가 기준 한 달 새 각각 9.6%, 13% 하락했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업황 악화가 3분기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목표주가를 일제히 낮추고 있다.
전문가 58.6% "현 상황, 내후년에도 지속될 것"
향후 전망은 더욱 좋지 않다. 트랜드포스는 오는 4분기 낸드플래시 가격이 15~20%가랑 추가로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3분기에 가격이 13~18% 하락한 상황에서 하락폭이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D램 역시 4분기에 13~18% 더 떨어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TV와 컴퓨터 등 세트(완성품) 판매가 감소하고, 이로 인해 메모리 수요가 줄면서 가격도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재고 물량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상반기 재고자산은 지난해 말 대비 각각 30%, 33%가량 증가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코로나19 특수 때 비축했던 부품 재고가 오히려 기업들에 이중으로 부담이 되고 있다"며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이 가격 방어 차원에서 출하를 제한하면서 보유 재고가 더 증가하고 가격 하락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시장이 본격적인 하락세(다운 사이클)에 접어들었지만 업황 개선 시기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발표한 국내 반도체 전문가 30인 설문조사에서 가장 많은 전문가들이 현 상황이 '내후년 이후에도 지속될 것(58.6%)'으로 전망했다. 이어 '내년까지(24.1%)', '내년 상반기까지(13.9%)', '올해 말까지(3.4%)' 순으로 내다본 전문가가 많았다.
어규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메모리 가격 급락이 가시권에 진입하면서 3분기를 기점으로 실적 하락세는 불가피하다"며 "반등 시기는 내년 2분기 이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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