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Story] KT 위즈 손동현

행운의 조각

야구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아홉 번의 이닝을 막아야 한다. 과거엔 한 명의 선발 투수가 온전히 한 경기를 틀어막는 일도 비일비재했으나, 점점 여러 명의 투수가 ‘함께’ 이닝을 나눠서 던지는 양상이 일반화되고 있다. 그럴수록 자신이 맡은 이닝을 확실하게 막는 것이 자신에게도, 팀에게도 꼭 필요한 일. 그리고 이상적인 분업화가 이뤄지며 선두 싸움을 주도하는 KT 마운드에는 언제나 자신의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는 손동현의 존재가 있다. 팀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2023년부터 필승조로 급부상한 이후로 매년 팀 내 등판 횟수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그. 클로저 박영현을 필두로 우규민, 주권, 스기모토 코우키 등 KT가 맞춰 놓은 조각들 속에, 손동현 역시 행운을 불러오는 조각으로서 오늘도 팀의 승리를 지키기 위해 마운드에 오른다.

Editor Mingyu Kim Photo KT wiz

#잠깐의 쉼표

독자분들에게 인사하면서 인터뷰 시작해 보겠습니다. (8월 10일 인터뷰)
안녕하세요, KT 위즈 투수 손동현입니다. 저번 인터뷰가 2023년 시즌이 끝난 다음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오랜만에 인사를 드리네요. 열심히 인터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최근 리그가 중단될 정도로 더운 날씨가 지속됐어요. 여름은 잘 이겨 내고 있나요?
진짜 덥더라고요. 8월 첫째 주만 하더라도 괜찮았는데, 지금은… 사실 7월 말에 부산이랑 창원에서 연이어 경기를 치를 때도 정말 더웠지만, 그때는 참고 경기를 해야 했던 시기였잖아요. 그래도 이렇게 짧게나마 휴식기도 생기고, 잘 먹고 잘 자면서 여름을 나고 있습니다. 사우나도 열심히 하고요.

153호(24년 1월 호) 인터뷰 당시에는 보양식으로 집밥을 열심히 먹는다고 했는데, 요즘처럼 심한 더위에 추가된 다른 보양식도 있나요?
여전히 집밥을 잘 먹어요. 그리고 원정 경기 갈 때마다 그 지역에서 좋다고 알려진 음식들을 먹어 보는데, 이번에는 광주에서 흑염소 고기를 먹었어요. 제춘모 투수 코치님의 친구분이 하시는 식당이 있거든요. 맛있어서 요새는 갈 때마다 형들이랑 늘 출석 도장을 찍는 곳입니다.

폭염으로 경기가 취소된 기간에는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있어요?
기본적으로 훈련 일정이 있지만, 날씨 때문에 시작하는 시간이 조금 늦고, 저희는 또 휴식일이 하루 있었던 터라 확실히 여유 시간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친구들이랑 용인 쪽에 있는 계곡에 가서 발 한번 담그고 왔습니다.

요즘처럼 더운 날씨에는 돔구장이 더 늘어났으면 하는 생각도 들 듯한데, 그라운드에서 직접 뛰는 선수들의 마음은 어때요?
경기하기에는 확실히 돔구장이 괜찮죠. 하지만 우리나라에 돔구장이 한 곳밖에 없다 보니까 크게 실감이 나진 않네요. 더운 날에 고척스카이돔에서 뛰면 쾌적하다는 느낌을 받는데, 야외에서 경기할 때는 또 그 현장만의 맛이 있잖아요? 그래서 날씨가 맑을 때는 야외에서 하는 걸 훨씬 선호해요.

체력 관리를 위해 트레이닝 파트에서 특히 신경을 써 주는 부분이 있나요?
철저하게 관리해 주시죠. 일단 경기하는 날엔 엄청 일찍부터 치료실을 열어 주셔서 충분히 몸을 회복할 수 있게 하고요. 그리고 홈구장 사우나 샤워실에 얼음을 준비해 주시는데, 모두가 쓸 수 있게끔 정말 큰 얼음을 매일매일 양껏 넣어 주세요. 축구선수들이 쓰는 얼음주머니 있잖아요. 그걸 쓰면 근육 회복에도 엄청나게 도움이 돼서 선수들이 진짜 좋아해요.

#1등 마법사들

KT가 뜨거운 후반기를 보내면서 1위를 탈환하기도 했어요. 팀 내부에서 봤을 때 분위기는 어때요?
잘할 때나 못할 때나 항상 분위기에 큰 편차가 없다는 게 저희 팀의 매력인데, 요즘은 유독 지고 있어도 지지 않겠다는 느낌이 있어요. 특히 KT는 주전 선수 중에 베테랑 선배님들의 비중이 큰 편이잖아요. 그 선배님들이 후배들에게 먼저 다가와 주시면서 신구조화가 잘 이뤄진다는 생각도 들고요. 야수조, 투수조 구분 없이 모든 팀원이 서로를 챙겨 주면서 잘 뭉친 덕분에 이런 성적을 낼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올해 김현수가 팀에 합류했어요. 평소 후배들에게 적극적으로 조언을 해 주는 선배로 정평이 나 있는데, 투수조에도 마찬가지인가요?
장난을 정말 자주 치세요. 이를테면 “투 스트라이크인데 왜 한가운데 던지냐?!”라거나, “야, 쫄았냐?”라는 식으로요. 근데 그런 말씀을 경기 도중에, 마운드에 있을 때도 하시더라고요. 훨씬 연차가 높으신 선배님이 그렇게 먼저 말을 걸어 주시면, 후배들도 지지 않고 맞대응하면서 장난을 걸고요. 그러면서 벽이 허물어지니까 후배들도 야구에 관해서 스스럼없이 질문할 수 있게 되고, 선배님도 친절하게 알려 주세요.

최원준은 ‘공주(공포의 주둥아리)’로 유명하잖아요. 옆에서 봐도 정말 그렇던가요?
확실히 말을 많이 하시죠. 근데 제가 느끼기에는 그게 다 시답잖은 얘기가 아니라 온통 야구 얘기뿐이에요. 작년까지는 저랑 맞대결도 해 봤으니까, 원준이 형은 타자 입장에서 제 투구에 관한 피드백을 상세하게 해 주세요. “너는 직구랑 포크볼을 쓰니까, 타석에서는 이런 식으로 대처를 하게 된다”, “타자들을 잘 상대하려면 이런저런 방식으로 바꿔 보면 어때?”라면서요. 이런 말을 등판을 마칠 때마다 해 주시는데, 정말 큰 도움이 돼요. 듣다 보면 형이 야구에 대한 열정이 진짜 높다고 느끼고요.

스기모토가 팀에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고 들었어요.
팀에서 몇 없는 동갑내기 친구고, 같은 중간 투수다 보니까 불펜에서 함께 대기하는 시간이 길잖아요. 그럴 때 사적인 얘기도 나누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챙겨 주게 됐어요. 그리고 27살이면 외국에서 혼자 선수 생활을 하기엔 그리 나이가 많은 편은 아니잖아요. 특히 원정 경기에서는 스기모토가 혼자 방을 쓰다 보니 제가 더 적극적으로 챙기려고 해요. 밥 먹으러 갈 때도 일부러 함께 가자고 하고요. 스기모토가 이곳 생활에 잘 적응해서 잘해야 팀 성적도 좋아질 테고, 제가 주자를 남기고 내려올 때 스기모토가 뒤에서 막아 줄 수도 있으니까요.

스기모토와 대화할 때 쓸 수 있는 일본어 표현이 생겼나요?
아직 없어요. 여전히 일본어를 아예 못 써서 콩글리시로 대체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스기모토가 콩글리시로 말해도 꽤 알아들어요. 근데 한국 생활을 몇 개월 해서인지 한국말로 해도 조금은 알아듣더라고요? 말하는 건 못해도 듣는 실력은 확실히 늘었어요.

‘내가 스기모토를 살렸다’라는 생각엔 여전히 변함이 없나요?
제가 살렸다기보다는 조금 도움을 준 거라고 하겠습니다. (웃음) (위즈티비를 보니까 스기모토가 본인 대신 소형준을 1등으로 뽑아서 서운한 눈치던데요?) 그건 그랬죠. 이게 야구에 관한 조언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이 편안해야 야구가 잘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저는 그런 부분에서 도움을 준 거고요. 그러니 제가 형준이보다는 위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근 오원석, 이상동이 ‘영표 스쿨’의 수강생이 됐던데, 본인도 수강 신청 할 의향이 있나요?
영상에만 나가지 않았을 뿐이지, 지금도 자주 들어요. (고)영표 형이 항상 관찰하는 걸 즐겨 하시거든요. 그리고 잠깐 관찰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오랜 기간 쭉 봐 오시면서 좋았을 때랑 나빴을 때 뭐가 달라졌는지 알려 주세요. 투구 밸런스가 무너지는 게 보이면 캐치볼 할 때마다 얘기해 주시고요. 가끔은 코치님만큼이나 세심하게 피드백을 주실 때도 있어요.

본인이 먼저 질문을 할 때도 있어요?
그럼요. 스스로 별로라고 느껴지면 “형, 저 오늘 어땠습니까?”라고 질문해요. 그러면 영표 형도 계속 절 지켜보셨으니까, 어떤 느낌을 받으셨는지 답을 해 주세요.

한화 이글스 장유호(개명 전 장지수)와는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어요. 친구가 올해 데뷔 8년 만에 첫 승을 거뒀을 때 기분이 어땠어요?
유호가 늦게 꽃을 피운 케이스라 뭉클했어요. 지난겨울에 함께 한강 바람을 맞으면서 캐치볼도 한 만큼 제 일처럼 기뻤고요. 또 고등학생일 때부터 힘든 시간을 같이 보냈으니 더 그랬죠. 그래서 첫 승 올린 날에 연락도 하고, 나중에 수원으로 원정 왔을 때 밥도 먹었어요.

#리마인의 퍼포먼스

걸그룹 ‘리센느’의 팬으로 유명하잖아요. 시구 지도 현장에서 떠나질 못하던데, 왜 지켜보기만 한 거예요?
제가 직접 지도해 드릴 수도 있긴 했는데, 그냥 조용히 지켜보는 걸 선택한 거죠. (그렇다기엔 그다지 조용하진 않던데요?) 절제하려고 했는데, 팬심에 저도 모르게 말이 자꾸 나오더라고요.

등장곡으로 데이식스 원필의 ‘행운을 빌어 줘’를 쓰고 있어요. 응원의 메시지가 많은 노래로 알려져 있는데, 혹시 마음에 드는 구절이 있나요?
앗, 그렇게까지 생각해 보진 않았어요. 그냥 그 노래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고, 원래 데이식스분들의 노래를 즐겨 듣다 보니 골랐던 거라서요. 특정 노랫말이 꽂힌다거나 한 건 아니었어요.

올스타전에서 응원단장 퍼포먼스를 보여 줬잖아요. 입단 동기인 전용주와 함께 출전 선수들의 응원가 안무 영상도 찍었는데, 제일 외우기 힘들었던 건 뭐였어요?
삼성 라이온즈 김도환 선수 응원가요. 동작이 엄청나게 다양해서 너무 어렵더라고요. 마침 도환이랑 제가 친구 사이인데, 영상을 찍고 나서 개인적으로 연락도 보냈어요. 넌 응원가 동작이 왜 이렇게 어렵냐고. 근데 도환이는 자기가 만든 게 아니니까 “그게 내 잘못은 아니잖아”라고 하더라고요. (반대로 쉬운 편에 속했던 응원가는 뭐였는지 궁금해요.) 아무래도 저희 팀 선수들 응원가는 익숙하니까 쉬웠어요. 평소에 봐 온 게 있던 덕분인지 대부분 한 번에 몸에 익힐 수 있었어요.

함께 영상을 촬영한 전용주는 어떤 스타일의 친구인가요?
용주는 야구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아요. 야구선수여서 다행인 스타일? (장난) 용주가 원래 말도 없고 묵묵한 편이라서 다른 일을 했다면 쉽지 않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안 그래도 ‘전용주가 조용한 스타일이라서 얼마나 애썼을지 감도 안 온다’라는 댓글이 달렸더라고요.
실제로 용주가 촬영 전에 걱정을 엄청나게 하더라고요. 자기는 춤 같은 건 한 번도 춰 본 적이 없다고 하면서요. 근데 애매하게 하는 것보다는, 아예 그렇게 못 췄기 때문에 더 재밌던 것 같기도 해요.

워낙 열심히 춤을 춘 만큼 올스타전 이후에도 응원가가 들리면 몸이 반응하지 않을까 했는데, 실제로도 그랬어요?
부정은 못 하겠네요. 예전에도 익숙한 응원가가 나오면 입으로 흥얼거리곤 했는데, 이젠 몸도 움찔거리게 됐어요. (휴식일에는 김주일 응원단장 대신에 단상에 서도 되겠다는 반응도 있었어요.) 그래도 전 야구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스스로 노래와 춤 중에는 어느 쪽에 더 재능이 있다고 느껴요?
그래도 노래가 낫죠. 제가 몸을 잘 못 쓰거든요. 배운 동작은 어떻게든 따라 하려고는 하는데, 웨이브라든가 조금만 어려운 동작이 나와도 몸이 확 뻣뻣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이왕 하나만 고르자면 노래로 하겠습니다.

#티격태격 아웅다웅

주권 선배와는 유독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자주 보이더라고요.
권이 형이랑 장난을 제일 많이 쳐요. 권이 형도 잘 받아주시고, 유머 코드가 잘 맞거든요. 그리고 둘이서 티격태격하고 있으면 규민 선배가 보면서 웃고 지나가세요. “쟤네 또 장난치고 있네~” 이런 느낌이죠.

보통 누가 먼저 장난을 거는 쪽이에요?
아무래도 저죠. 제가 권이 형을 좋아하니까 일부러 더 오버해서 다가가고, 형이 받아 주는 패턴이 반복돼요.

149호(23년 9월 호)에 본인의 열렬한 팬인 고다희 어린이의 사연이 실린 적이 있어요. 본인도 위즈티비에 언급한 적이 있는 팬인데, 여전한가요?
네! 요즘도 야구장에 자주 찾아와서 퇴근길에 종종 얼굴 보고 인사해요. 처음 봤을 땐 진짜 어렸는데, 지금은 제법 컸더라고요. 이 친구도 마찬가지지만, 어린이 팬들을 보면 그렇게 귀엽고 예쁘게 보일 수가 없어요.

그래서인지 허경민 선배의 딸 서우의 ‘최애 삼촌’ 2등으로 뽑혀서 진심으로 아쉬워하더라고요.
살짝 속상했어요. (진심) 서우한테 쏟은 시간이 많았거든요. 그렇게 열심히 놀아 줬는데… (1등이 되기 위해서 앞으로 어떻게 어필할 계획이에요?) 서우가 야구를 좋아하거든요. 주말마다 야구를 보러 오니까, 그때마다 더 열심히 놀아 주고 야구 잘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죠.

최근 KT가 애니메이션 ‘원피스’와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했는데, 선수단의 반응이 뜨거웠다는 기사를 봤어요.
사실 전 원피스를 안 봐서 상대적으로 감흥이 덜했어요. (머쓱) 근데 옷 디자인은 예쁘게 나와서 저도 민소매 옷은 개인적으로 살 정도였어요. 특히 원피스를 보는 형들은 마케팅팀 직원분들 보고 선수들한테 옷 하나씩 주면 안 되냐고도 하셨어요.

컬래버레이션 소식에 제일 신났던 선수는 누구예요?
용주요. 그 친구가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거든요. 올스타전에서도 애니에 나오는 캐릭터 분장하고 나오기도 했을 정도니까요.

원피스를 안 봤다고 했을 때 동료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한데요?
저 보고 부럽다는 사람들이 꽤 있어요. 아직 하나도 안 봤으니까, 볼 게 많이 남아서 부럽다는 거죠. 한번은 “넌 아직 인생을 몰라”라는 얘기까지 하더라고요.

갈비 전문점 브랜드인 ‘가보정’이 팀의 공식 스폰서 중 하나잖아요. 혹시 선수단 할인도 제공되나요?
아직 할인 혜택은 없어요. 대신 회식하러 갔을 때 서비스를 주신다거나 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저희도 그런 혜택이 있으면 어떨까 싶긴 한데… 앞으로 기대해 봐도 되겠죠? (흐흐)

#다음엔 우승 소감과 함께!

어느덧 프로 데뷔 8년 차 시즌을 보내고 있어요. 연차가 쌓일수록 달라진다고 느끼는 점이 있나요?
예전에는 제가 할 것만 하면 됐는데, 이젠 그렇지 않다는 거요. 점점 어린 친구들도 더 들어오고, 제가 챙겨야 하는 포지션이잖아요. 그동안 워낙 모범적인 형들을 보고 자라서 그런지 후배들을 잘 챙기고 싶다는 욕심이 드는데,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책임감도 느껴지고요. 1년씩 연차가 쌓이면서 그런 마음이 더 커지곤 합니다.

2년만 지나면 데뷔 10년 차잖아요. 이렇게 숫자가 커지는 걸 실감하는 순간도 있나요?
크게 신경은 쓰지 않으려고 해요. 그리고 일단 저조차도 전성기가 오지 않았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래서 10년 차에 가까워진다고 해서 아직은 그렇게 와닿지는 않아요.

올 시즌 KT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한다면 3년 만이에요. 2023년과 비교했을 때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투구하는 모습을 상상해 본 적이 있나요?
팀이 2021년에 우승했을 때 상무에 있었던 터라 아직 우승을 못 겪어 봤어요. 그래서 2023년엔 막연히 ‘한국시리즈에서 공을 던지면 어떤 느낌일까?’ 이런 생각만 했어요. 당연히 그때도 우승하고 싶다는 욕심은 있었지만, 한국시리즈를 ‘맛보기’만 했던 거죠. 하지만 이젠 한 차례 경험한 무대니까, 이번엔 진짜 꼭 우승 한번 해 보고 싶어요.

저번 인터뷰 때 선배들로부터 ‘3년은 꾸준히 해야 지금의 자리가 진짜 내 것이 되는 거다’라는 조언을 들었다고 했어요. 지금은 본인의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고 느끼나요?
여전히 부족해요. 프로는 항상 경쟁이라고 보거든요. 올해만 해도 아시아 쿼터라는 제도가 생기면서 외국인 불펜 투수가 늘어났고요. 그리고 갈수록 더 위력적인 공을 던지는 투수도 늘어나는 데다 우승을 목표로 하는 팀이면 FA로 선수를 영입하기도 하잖아요. 그런 걸 고려했을 때 프로에서 자신 있게 자기 자리가 있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네요.

마지막으로 본인을 응원하는 팬분들과 <더그아웃 매거진> 독자들에게 인사 남기면서 인터뷰 마칠게요.
3년 전에는 준우승을 하고 찾아뵀는데, 오늘 출연한 걸 기점으로 긍정적인 기운을 받아서 한국시리즈까지 갔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다음에 인터뷰할 때는 우승까지 한 다음에 우승 소감을 얘기할 수 있는 자리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여러분은 마법이 있다고 믿는가. 극적이고, 이성적으로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질 때면 우린 그것에 행운, 기적, 더 나아가 마법이라는 이름을 붙이곤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런 행운은 쉽사리 찾아오지 않는다는 게 세상의 이치. 그렇기에 우리는 언젠가 찾아올 기적 같은 순간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 오늘을 살아간다. 팀이 정상에 오르고, 그 가운데에서 내가 한 명의 주역으로 당당하게 서 있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말이다.

3년 전, 첫 한국시리즈를 준우승으로 마무리하며 아쉬움을 삼켰던 손동현 역시 마찬가지였다. 우승이라는 목표를 바라보는 그가 앞으로 몇 번이나 희망을 품고, 몇 번이나 좌절을 맛보게 될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이미 내 것이었다고 여긴 자리조차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묵묵히 팀에 헌신하며 자신의 몫을 해온 그에게 행운이 따라 주기를. 그의 2026년이, 마법 같은 일이 벌어졌던 한 해로 기억되길 응원해 본다.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6년 185호 (9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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