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17) - 에르타 알레 활화산 분화구 ^^^^^^^
우리들의 캐리어는 아디스아바바의 호텔에 맡기고
여행사에서 제공한 보스톤 백 크기의 가방을 받아 1박 캠핑용품을 챙겼다.
만땅 충전한 폰, 카메라와 고프로의 여분 배터리, 손전등, 마스크..
노지 캠핑이라 씻을 수 없기에 세안용 물티슈, 휴지, 비닐봉투..
혹시라도 베드 버그가 있을 경우를 대비해서 한국에서 헌 옷을 챙겨 왔다.
버려도 아깝지 않을 낡은 파자마와 티셔츠, 속옷류와 아침에 갈아 입을 옷.. 등을 비닐봉투에 넣고 묶었다.
그리고 삼각대도 챙겼다.
고가의 삼각대를 사 놓고는 내내 장롱콕이었는데 이제야 바람을 쏘이게 되다니..
인천 공항에서 여행사 부스에서 나눠준 군용 비상식량 2개도 가방에 넣었다.
베이스 캠프에서 마련한 음식을 이전 여행팀이 잘 먹지 않아서 군용식을 준다고.
군용식 요리 법도 배웠는데 개봉하고 넣고 섞고 기다리면 김이 모락모락 나오는게 신기했다.
결국 군용식은 먹지 않고 마지막 날에 두 개 모두 인솔자님께 반납했다.
일행이 개봉한 제육볶음밥 군용식을 한 숟가락 먹어 봤는데 맛이 꽤 괜찮았다.
에티오피아 서부 아파르 지역에 위치한 에르타 알레 산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활화산이다.
무려 3천만 년 전에 마그마가 아프리카 대륙을 가르며 솟아 올랐다.
'에르타 알레' 라는 산 이름은 현지에서 살고 있는 아파르족에 의해서 명명되었다.
에르타 알레는 아파르 언어로 "연기 나는 산'이라는 뜻이고
'지옥으로 가는 관문'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에르타 알레 산에는 두 개의 용암호가 있다.
북쪽의 커다란 용암호는 현재 휴화산이고
남쪽에 있는 작은 타원형의 용암호는 활화산이다.
장구한 세월 동안 섭씨 1200도에 이르는 불을 뿜어내고 있는
세계에서 단 하나 뿐인 거의 영구적이라고 할 수 있는 활화산이다.
용암호에 있던 암석 판이 갈라지면서 용암 분수를 지속적으로 분출하고 있다.
에르타 알레 활화산은 스트롬볼리식 분화를 하는데
스트롬볼리식 분화란,
용암에 피각이 생길 시간적 간격이 없을 정도로 작은 폭발이 연달아 일어나
계속해서 용암을 분출하는 화산을 말한다.
에르타 알레 화산은 해발 613 m로 고도가 낮은 편이다.
낮에는 더웠고 밤에는 춥지도 덥지도 않았다.
텐트에 도착하자마자 텐트의 바깥 둘레에 기피제를 빙 둘러가며 뿌렸다.
남녀 각각의 화장실용 텐트, 샤워 텐트가 마련되어 있었지만 먼 거리라 사용하지 않았다.
에르타 알레 산으로 올라가는 도중에 촬영한 석양.
에티오피아는 가는 곳마다 로컬가이드가 나온다.
에르타 알레에서는 로컬가이드가 아니고 총을 맨 지역방위군이 우리를 인도했다.
에르타 알레 산 정상이다.
해는 지고 있었고.
저 멀리 작은 봉우리에서 연기가 피어 오르는 분화구 두세 개가 보였다.
현지 여행사 대표님이 촬영하기 좋은 곳이 있다며
돌집을 돌아서 조금 더 높은 곳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해가 떨어지자 분화구의 붉은 용암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용암을 분출하는 분화구는 대략 4~5개 정도였던 것 같다.
그 중에 두 곳은 봉우리가 솟아 있었고 나머지는 바닥 쪽에 붉은 점으로 보였다.
분화구는 너무 멀었다.
뭐.. 너무 머네.. 쩝.. 살짝 실망하고 있는데~!
아래 쪽 시커먼 용암 분지 위를 대여섯 명의 외국인들이 분화구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일행 중 한 분이 "저 사람들도 가는데 우리도 가면 안 되나?" 라고 의견을 제시했고.
인솔자는 처음부터 "위험해서 절대 안 된다."고 했었다.
아. 내가 또 누군가~?
마음 먹으면 직진하는 실행의 아이콘이 아니던가! ㅋㅋ
가고 싶은 사람을 수소문하니 나 포함 3인이다.
현지 여행사 대표님께 가서 요청했다.
"세 명이 분화구에 가고 싶어하는데 인도해 주실 수 있느냐?"
여행사 대표님이 "노 프라브럼. 오케이~!" 라고 흔쾌히 승락하셨다.
출발하려는데 때 맞춰서 인솔자님이 오셨다.
"절대 안 된다! 위험해서 안 된다! 본사에서 이건 절대 안 된다고 못 박았다!"
"12시간 30분 비행기 타고 또 국내선 타고 종일 오프로드 달려서 왔다."
"우리가 에티오피아를 다시 또 올 수 있겠느냐?"
나 포함 3인의 강한 어필에 못 이겨 인솔자께서 마지못해 승락하셨다.
분화구로 가는 인원은 처음엔 3인이었는데 이제 반 이상이 따라 가겠단다.
출발 대열이 형성되자 두세 명만 남고 대부분 가는 것으로 결정 되었다.
분화구까지는 용암이 흘러내린 시커먼 분지를 20분(?) 정도 걸었던 것 같다.
시커먼 바닥은 비스킷처럼 와삭거리며 표면이 부서진다.
마치 영화 '인디아나 존스'에 나오는 동굴처럼.
해리슨 포드와 여주인공이 동굴에 들어갔고 바닥에서 뭔가 바삭바삭 부서지는 소리가 들린다.
그 부서지는 것이 곤충이라는 걸 확인하고 여주인공이 난리법석을 떠는 장면이 생각났다.
와사삭~ 와사삭~
우리는 제일 큰 분화구에 도착했다.
유황 냄새가 매캐하다.
준비해 간 마스크를 썼다.
마스크를 준비해 간 사람이 나 말고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모두들 이마에 장착한 헤드 랜턴의 불빛때문에 고개를 돌릴 때마다 부분적 광해가 있었지만
삼각대를 급하게 펼치고 신속하게 촬영했다.
분화구까지는 불과 4~5 미터 거리다.
귀국해서 사진을 열어 보니, 마그마가 분출하는 궤적이 보인다.
어제는 마그마가 멋지게 솟아 올랐다고 하는데 만약 오늘 저 마그마가 조금 더 멀리 분출했다면
우리의 머리에 구멍을 낼 수도 있었겠다.. 라고 생각하니 아찔하다.
왜 본사에서 '절대 접근 불가!' 라고 했는지 고개가 끄덕여지면서 이해가 된다.
일행들은 미니 헤드 랜턴을 이마에 붙이고 있다.
나는 남편이 사준 랜턴을 가져 왔는데 출국하기 며칠 전 여행이었던 굴업도에서 시험 사용했는데 조도가 밝아서 좋았다.
맨 앞에는 로컬 가이드인 군인이 우리를 인도하고
두 번 째는 현지 여행사 대표, 세 번 째로 내가 섰다.
여행사 대표님은 랜턴이 없었고 로컬 가이드인 군인은 손전등의 불빛이 희미했다.
군인 아저씨의 손전등은 '사각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손으로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며 충전하는 방식의 작은 손전등이다.
여행사 대표님과 군인 아저씨 두 사람을 밝혀주면서 뒤따라갔다.
https://youtu.be/E59uQxqAVrM?feature=shared
여행사 대표님께서 분화구에 갈 때와 올 때 모두
나의 삼각대를 로컬 가이드인 군인 아저씨께 들게 하셨다.
팁을 드려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드릴 찬스가 없었다.
활화산을 다녀오니 본부석에만 등이 켜져 있었고 텐트촌 쪽은 깜깜했다.
내일 아침에 드려야지.. 했는데 산을 내려오자마자 바로 퇴근하셨다고.
이 분께 팁을 드리지 못했던 점이 지금까지도 마음에 걸린다.
본부석에는 식탁이 마련되어 있었고 뷔페식으로 음식이 차려 있다.
야채 볶음, 샐러드, 치킨, 안남미 쌀밥.. 을 조금 먹고
언제나 만만한 바나나로 배를 채웠다.
텐트로 돌아와 잠을 청했다.
내일 새벽 4시에 기상해서 출발해야 한다.
몸은 무척 고단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살픗 잠이 들었다가 깼다.
별 사진이나 찍어 볼까..?
삼각대를 들고 텐트 밖으로 나갔다.
화산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에 보았던 은하수가 보이지 않는다.
잠이 덜 깼나..? 은하수는 어디로~?
화산을 내려올 때는 분명히 하늘 가운데 떡하니 은하수가 있었다.
중천에 펼쳐져 있는 은하수는 그 때 처음 보았다.
화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폰으로 촬영한 중천에 뜬 은하수이다.
아쉬운대로 삼각대에 카메라 올리고 별 사진을 촬영했다.
달이 밝아서인지 본부석의 불빛 때문인지 별 사진은 별로다.
별 사진 보정법은 따로 있다는데.. 알아 보기엔 할 일이 너무 많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