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장사했는데 이런 적 처음" 중국이 쏘아올린 폭탄

한때 'K패션의 메카'로 불리던 서울 동대문 패션타운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맥스타일의 경우 공실률이 86%에 달해 2,653개 점포 중 단 370개만이 영업을 지속하고 있다. 디자이너클럽(77%), 굿모닝시티(70%)도 절반 이상의 점포가 문을 닫았으며, 혜양엘리시움(44%), 헬로에이피엠(37%) 등의 공실률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동대문 상권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올해 1분기 13.6%로, 서울 평균(9.1%)을 크게 웃돌고 있다.

"예전에는 전국에서 전세 버스를 대절해 물건을 떼가려는 소매상으로 붐볐는데, 지금은 텅텅 비었다"라고 한 상인은 말했다. 심지어 임대료 없이 관리비만 내라고 해도 임차인을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 중국 C커머스의 초저가 공습

동대문 패션타운의 몰락은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작됐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의 급성장으로 방문객이 줄어들었고, 2016년 사드 사태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중국인을 비롯한 관광객 유입이 끊겼다. 엔데믹 이후에도 회복은 요원한 상황이다.

최근에는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 중국 이커머스(C커머스) 기업들의 초저가 공세가 새로운 위협으로 떠올랐다. 여기에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중 하나인 징동닷컴까지 한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동대문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징동닷컴은 최근 인천과 이천에 자체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본격적인 한국 공략에 나섰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동대문에서 유통되는 옷의 절반 이상이 중국산으로 대체된 데다 알리와 테무에서 비슷한 옷을 싸게 주문할 수 있는데 누가 동대문을 찾아오겠냐"고 말했다.

▶▶ 동대문 패션 생태계의 붕괴

동대문 패션타운의 위기는 단순한 경기 불황을 넘어 구조적인 문제와 경쟁력 상실에서 비롯되고 있다. 사드 보복 사태로 중국 상인들이 동대문 대신 광저우 옷 도매 시장으로 발길을 돌렸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까지 올라 일부 공장주들이 문을 닫았다.

과거 아이디어만 들고 오면 원단과 봉제까지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었던 '올인원 패션 패키지 플랫폼'으로서의 기능을 동대문이 더 이상 수행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섬유패션산업 전체 인력은 12만 8,516명으로 전년 대비 2.7% 감소했다.

특히 중국 광저우·항저우 도매시장의 품질이 향상되면서 중국은 물론 동남아시아 바이어들까지 동대문으로 향하던 발길을 끊고 있다. 도매상의 주요 고객이었던 국내 소매상도 중국 도매상과 이커머스로 눈을 돌리고 있다.

▶▶ 브랜드 경쟁력 강화로 활로 모색해야

전문가들은 동대문 상권이 활기를 되찾으려면 '저가·속도' 중심의 기존 유통 방식에서 벗어나 브랜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단순히 트렌드에 맞춰 옷을 생산하는 방식보다 일관된 콘셉트와 브랜드 정체성을 갖춘 브랜딩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동대문 패션산업 경쟁력이 약화한 만큼 패션타운 상가에 문화시설 등을 들여 상권을 되살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행법에 판매·운수시설로 명시된 용도 외에 문화·집회·운동시설 등을 추가하도록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국내 의류제조사들이 시장을 급격히 떠나며 중국산 옷이 국내에 유통되고 있고, 소비자들은 이런 싼 옷을 산 뒤 후회하는 구조"라며 "원단, 봉제 등 동대문의 근간이 되는 인프라에 대한 지원을 통해 이들이 중국을 이길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출 시간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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