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된 일상, ‘워너 브롱크호스트 : 온 세상이 캔버스’ 전시 [Review]

조회 4342025. 4. 1. 수정

일상의 순간들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화가, 워너 브롱크호스트는 “모든 이가 자신 또한 하나의 예술품임을 깨닫기를”이라는 메시지를 관객에게 던진다. 이번 전시는 그의 작품 세계를 직접 걷고, 바라보고, 참여하며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허무는 경험으로 관람객을 이끈다.

일상을 예술로 바꾸는 붓질
워너 브롱크호스트

ⓒwerner_bronkhorst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현대 미술가 워너 브롱크호스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나 현재는 호주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전 세계 사람들과 예술을 나누고 싶다”는 꿈을 품었던 그는 호주와 영국 등의 세계적인 주요 도시에서 수차례 전시를 열고, 포르쉐를 비롯한 다양한 글로벌 기업과 협업을 통해 그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다.

브롱크호스트의 작업은 ‘일상의 순간들을 예술로 담아내는 회화’로 알려져 있다. 두텁게 올린 물감층 위에 거칠고 생생한 질감을 만들어 낸 뒤, 그 위에 작은 붓으로 미니어처처럼 정교한 인물들을 그려넣는다. 이 대비적인 표현 방식은 평범한 일상이 지닌 고유한 서사와 감정을 포착하고, 이를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올리는 그의 철학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현재 그는 인스타그램 팔로워 110만 명을 보유하고 있으며, 완성된 작품은 물론 그 안에 담긴 과정과 고민까지 사진과 영상으로 공유한다. 대중들은 한 편의 작업이 완성되기까지의 흐름을 지켜보며, 화면 너머 작가의 생각과 감정을 함께 읽어내게 된다. 그의 인스타그램은 단순한 홍보 수단을 넘어, 예술과 일상이 자연스럽게 교차하는 또 하나의 캔버스 역할을 한다.

캔버스 위를 걷는 당신의 순간
워너 브롱크호스트 : 온 세상이 캔버스

ⓒgroundseesaw

그의 작품을 아시아 최초로 서울에서 만나볼 수 있다. 종로구 그라운드시소에서 진행 중인 '워너 브롱크호스트: 온 세상이 캔버스' 전시회를 통해서다. 그라운드시소 공식 인스타그램은 ‘온 세상이 캔버스이고, 우리가 그 위를 걸어 다니는 주인공이라면 어떨까요?’ 라는 문장으로 이번 전시의 방향성을 드러내고 있다. 전시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우리는 캔버스 안에 그려진 작은 인물들처럼 워너 브롱크호스트의 작품 세계 속 주인공이 된다.

전시는 총 세 개 층에 걸쳐 이어진다. 2층에는 작가의 작업 공간 일부가 재현되어 있고, 3층에서는 작가의 작품 세계와 철학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를 상영한다. 4층은 다양한 포토 스팟이 있어 인증 사진을 남기기 좋다.

밀도 높은 몰입을 위한 관람 포인트

1. 원화가 주는 거친 텍스처

워너 브롱크호스트의 ‘SAIL AWAY’. 작품을 옆에서 바라보면 물감의 입체감이 한층 살아난다 ⓒDen

이번 전시는 원화와 프린팅 작품으로 구성됐다. 2층에 전시된 작품은 모두 프린팅이며, 3층과 4층에는 원화와 프린팅 작품이 함께 배치돼 있다. 원화 작품이 따로 표기되어 있지 않지만, 작품을 구분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원화가 주는 거친 질감의 텍스처는 한 눈에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프린팅은 평면적인 반면, 원화는 캔버스 위 거친 질감이 도드라진다. 특히, 옆에서 바라보면 두껍게 쌓아올린 물감의 입체감이 확연히 드러난다.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화풍을 시도해왔고, 그 실험 끝에 지금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완성했다. 앞으로도 다양한 재료와 방식을 탐구해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2. 감각적으로 디자인된 전시 공간

워너 브롱크호스트의 ‘SNOWFLAKES’ 설명 패널 위에는 회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 중 하나로 보이는 캐릭터 스티커가 붙어 있다. 거칠게 연출된 벽면은 마치 캔버스의 질감을 확장한 듯한 인상을 주며, 회화와 현실의 공간이 맞닿는 감각적인 전시 연출을 완성한다. ⓒDen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관객은 공간 그 자체에 몰입하게 된다. 층을 오르며 만나는 계단 벽면에도 작품이 이어져 있어, 작가의 세계가 하나의 흐름처럼 이어진다. 작품 설명 옆에는 때때로 등장하는 작은 미니어처 캐릭터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전시 공간의 다양한 장치들로 인해 관람객은 단순한 감상자가 아니라, 작품 속 장면에 들어선 인물처럼 스스로가 예술의 일부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는 “모든 이가 자신 또한 하나의 예술품임을 깨닫길 바란다”는 작가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

작품별 전시 테마에 맞춰 인테리어 된 전시 공간 일부. ⓒDen, werner_bronkhorst

3층 ‘Forbidden Grass’는 전시장 전체가 실제 잔디밭처럼 연출되어 있다. 관객은 초록빛 인조 잔디 위를 직접 걸으며, 마치 작품 속 인물처럼 광활한 초원을 자유롭게 거니는 경험을 하게 된다. 4층의 ‘WET’은 물이라는 테마를 따라 일종의 수영장처럼 구성돼 있다. 흰색과 붉은색이 교차되는 레인과 파란 타일로 만든 좌석 등이 놓여 있으며, 일상적인 오브제들이 회화적 세계와 교차하며 독특한 몰입감을 만든다. 공간을 이루는 바닥과 구조물, 설치 하나하나가 회화의 연장선으로 작동하며, 관객은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작품 안을 걷는 체험'을 하게 된다.

3. 일상의 조각으로 완성하는 작은 캔버스

관객이 엽서를 직접 만들 수 있는 ‘Our Moment’ 섹션. ‘각자의 순간을 담아보세요. 그 작은 행위가 곧 특별한 이야기가 됩니다.’라는 문구가 있다. ⓒDen

전시를 모두 관람한 후 마지막 공간에서는 한 사람당 한 장의 엽서와 세 장의 스티커가 제공되어 나만의 작품을 완성해볼 수 있다. 엽서는 물, 잔디 밭, 거리 등 총 다섯가지 배경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작가 특유의 거칠고 두껍게 쌓아올린 질감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미니어처 스티커에는 작은 붓으로 시간을 들여 표현한 디테일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어떤 엽서를 고르고, 스티커를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엽서가 탄생한다. 엽서 뒷면의 QR 코드를 스캔하면 "멈춰서 바라보면, 평범한 일상도 아름다운 예술이 됩니다.(All it takes is a little pause to see the beauty in the ordinary)” 는 문구가 감상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4. 마음을 사로잡은 하나의 작품

에디터는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 하나를 골라 그것을 기준으로 삼아 전시를 관람한다. 그 작품과 다른 작품을 비교해 가면 전시를 관람하다 보면 작품을 더욱 깊이 있게 관람하게 된다. 전시의 마지막, 뮤지엄 숍에 도착했다면 그 작품과 관련된 굿즈가 있는지 찾아보는 일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자신의 취향이 대중적인지 확인하는 작은 재미이기도 하다.

‘Hangang Out’ ⓒDen

이번 전시에서 에디터가 고른 작품은 ‘Hangang Out’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되는 여섯 점의 작품 중 하나로, 한강이라는 상징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그려냈다. 작품 속 사람들은 모두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서로 연결되어 살아간다. 작가가 계속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사람들이 소중히 여기지 않고 쉽게 지나쳐버리는 일상의 작은 순간이다. 작가는 사람들이 삶을 조금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기쁨과 아름다움을 발견하길 바란다고 한다.

ⓒDen

예술은 단지 눈으로 감상하는 그 짧은 순간에 머물지 않는다. 삶의 층위가 조금 더 다채로워지는 방식으로 일상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어떤 책을 읽기 전과 후가 다른 것처럼 미술 작품은 아주 조용하게, 그러나 확실하게 우리 안에 자리를 잡는다. 워너 브롱크호스트의 이번 전시는 오는 9월 14일까지 이어진다.

ㅣ 덴 매거진 Online 2025년
에디터 안우빈 (been_1124@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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