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무인기사건 노동신문·TV·라디오에 모두 공개…적대적 2국가 '정당화'

CBS노컷뉴스 김학일 기자 2024. 10. 12.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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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12일 '한국 무인기가 3일 동안 세 차례 평양 상공을 침범해 전단을 살포했다'는 내용의 외무성 중대성명을 북한 주민들이 보고 듣는 노동신문과 TV, 라디오 등 대내매체에 공개했다.

북한 외무성 중대성명은 이번 무인기 사태를 "중대한 정치군사적 도발"로 간주하며 "대한민국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최후통첩으로서 엄중히 경고"한다고 했는데, '우리 남부국경선 부근'과 '공화국 영공' 등의 표현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기본 전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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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그동안 내부 매체선 대북전단 보도 전하지 않아
'평양 상공 뚫렸다'는 부정적 파급 감수하면서 공개
'남부 국경선'과 '공화국 영공' 등 2국가 전제 성명
영토신설과 통일지우기 등 내부 정당화에 활용할 수도
북한 외무성은 11일 저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중대 성명을 발표하고 "한국은 지난 3일과 9일에 이어 10일에도 심야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시 중구역 상공에 침범시켜 수많은 반공화국 정치모략 선동 삐라(대북전단)를 살포하는 천인공노할 만행을 감행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에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청사구역 상공에서 삐라를 살포하는 적무인기"라고 쓰여 있다. 연합뉴스


북한은 12일 '한국 무인기가 3일 동안 세 차례 평양 상공을 침범해 전단을 살포했다'는 내용의 외무성 중대성명을 북한 주민들이 보고 듣는 노동신문과 TV, 라디오 등 대내매체에 공개했다.

주민들을 상대로 한국에 대한 적개심을 고조시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기한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설득·확산시키는데 이 사건을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주권사수, 안전수호의 방아쇠는 주저 없이 당겨질 것이다'라는 제목의 외무성 중대성명을 1면에 실었다. 조선중앙TV와 라디오 중앙방송도 소식을 전했다. 보도와 함께 평양 노동당 본부 청사 상공에 포착된 무인기와 대북전단 묶음 통, 대북전단 사진도 함께 공개했다.

북한은 그동안 내부매체에서는 대북전단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보도는 이례적이다.

북한이 '한국 무인기에 평양 상공이 뚫렸다'는 보도가 미칠 수 있는 부정적 파장까지 감수하면서까지 관련 사실을 공개한 한 데는 일정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최근 적대적 2국가에 따라 남북육로 완전 차단과 요새화 선언 등 한국과의 국경선을 새로 축조하면서도 지난 7일과 8일 열린 최고인민회의의 헌법수정에서는 영토조항 신설과 '통일' 및 '동족' 지우기 등 관련 언급이 없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이 영토조항과 통일 지우기 등 중요한 헌법 수정을 하기에는 아직 주민들에 대한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북한 외무성 중대성명은 이번 무인기 사태를 "중대한 정치군사적 도발"로 간주하며 "대한민국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최후통첩으로서 엄중히 경고"한다고 했는데, '우리 남부국경선 부근'과 '공화국 영공' 등의 표현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기본 전제로 하고 있다.

이에 북한은 이번 사건을 적대적 두 국가론의 주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는 영토조항 신설과 '통일' 및 '동포' 지우기 등에 대한 주민들의 동의를 확보하고 내부적인 정당성을 확산시키는 데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북한은 전날인 11일 국방성이 아닌 외무성 명의의 중대 성명을 통해 "한국은 지난 3일과 9일에 이어 10일에도 심야 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시 중구역 상공에 침범시켜 수많은 반공화국 정치모략 선동 삐라를 살포하는 천인공노할 만행을 감행했다"며, "대한민국이 또다시 무인기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영공에 침범시키는 도발행위를 감행할 때에는 두 번 다시 이와 같은 경고는 없을 것이며 즉시 행동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합참은 "사실여부를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합참은 당초 "우리 군에서 보낸 것은 없다"고 부인하며 "민간에서 보낸 것인지는 확인을 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가 이후 '전략적 모호성'을 띠는 답변으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 법제사의 국정감사에서 관련 질의를 받고 "국가안보상, 작전보안상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도 "북한 내부에서 했을 수도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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