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감사하다”며 떠났던 그 3할 타자, 코치로 찍어놓고 있었다… SSG, 신규 코치 3명 영입

김태우 기자 2024. 10. 15.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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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SG는 15일 이명기, 세리자와, 이영욱 코치(왼쪽부터)를 신규 영입했다고 밝히며 코칭스태프 개편에 나섰다 ⓒSSG랜더스
▲ SK에서 프로 지명을 받아 2017년 트레이드까지 인천에서 뛴 이명기는 뛰어난 콘택트 능력과 주루 능력을 겸비한 리드오프로 각광을 받았다 ⓒ스포티비뉴스DB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맞잡은 손은 까칠했다. 손에서는 온통 물집이 잡혀 있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방망이라는 희망을 끝까지 놓지 않고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즌 중반 2군에서 뛰던 시기 만난 이명기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스스로도 예전만한 입지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몇 경기 무안타를 쳐도 타석 기회를 보장받는 시기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현역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직감한 이명기는 후회 없이 뛰어보겠다는 생각으로 마지막 시즌에 임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예전 성적이 나오지 않았고, 팀에는 젊은 외야수들이 계속 성장 중이었다.

이명기는 올 시즌 1군 4경기 출전에 그쳤다. 퓨처스리그에서 나름대로 좋은 타격감을 보여주며 5월 7일 1군에 올라왔다. 결과적으로는 이게 마지막 기회가 됐다. 제한된 기회에서 4경기 총 8타석에 들어섰으나 안타를 치지 못했다. 출루도 하지 못하고 희생번트만 하나 기록했다. 다시 2군으로 내려간 이후로도 좀처럼 타격감이 올라오지 않았다. 항상 정교한 타격으로 3할을 기대할 수 있었던 그 모습과는 다소 동떨어져 있었다. 그렇게 한계를 실감한 이명기는 현역 은퇴를 결심했다.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야 할 때라고 여겼다.

이명기는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겠다고 구단에 통보했다. 은퇴 선수 명단에 올라 프로야구 선수로서의 경력을 마감했다. 때로는 화려하게, 때로는 잡초처럼 야구를 했던 이명기는 1군 통산 1037경기에서 타율 0.305, 1104안타를 남긴 채 현역을 접었다.

인천고 시절부터 콘택트 능력 하나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던 이명기는 2006년 SK(현 SSG)의 2차 8라운드(전체 63순위) 지명을 받고 입단했다. 초창기에는 기회가 잘 주어지지 않았지만, 이명기의 콘택트 능력을 눈여겨본 이만수 당시 감독이 기회를 줬다. 이명기는 그 기회를 잘 잡았다. 2013년 26경기에서 타율 0.340을 기록하며 눈도장을 받았다. 큰 부상으로 시즌을 접는 불운이 있었지만, 2014년과 2015년 계속해서 기회를 확장하며 리드오프로서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2015년에는 137경기에서 타율 0.315, 164안타를 기록하며 드디어 알을 깨고 나왔다.

그런 이명기는 2017년 KIA와 트레이드 때 명단에 포함돼 이적했고, KIA의 리드오프로 활약하며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큰 힘을 보탰다. 이명기는 트레이드 당시 나름의 충격도 있었지만, 그래도 “응원해주신 팬들에게 감사하다”며 훗날을 기약하고 팀을 떠났다. 후유증은 길지 않았다. 2017년 115경기에서 타율 0.332를 기록하며 맹활약해 팀 내 주전 선수로 자리를 잡았고, 2018년 120경기에서 0.302를 기록하며 3할 타자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2019년 이우성과 트레이드로 다시 NC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뒤에도 여전한 타격 능력을 뽐냈다. 2019년 139경기에서 타율 0.293, 2020년 136경기에서 타율 0.306을 기록했다. 그리고 NC에서 또 한국시리즈 우승을 맛봤다. 나름 앞장 서서 받은 한국시리즈 반지가 두 개다.

▲ 구단을 떠난 지 7년이 지났지만 SSG는 이명기의 성실한 태도와 소통 능력, 선한 성품을 기억하고 있었고 코치직을 제안했다. ⓒ스포티비뉴스DB

하지만 이후 팀 내 입지가 좁아지기 시작했고, 2023년 한화 입단 후에는 발목을 크게 다쳐 수술을 받아야 했다. 재활에만 4~5개월 진단이 나온 중상이었다. 이후에는 예전의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결국 이는 아쉬운 은퇴로 이어졌다. 그러나 통산 타율 3할의 저력, 그리고 항상 성실했던 모습, 그리고 선한 성품은 그를 일찍 지도자의 길로 끌어들였다. 친정팀 SSG가 손을 내밀었다.

SSG는 보도자료를 내고 “SSG랜더스(대표이사 민경삼, 이하 SSG)가 다가오는 25시즌을 대비해 3명의 신규 코치를 영입했다”면서 “신규 코치는 ‘세리자와 유지’ 前 두산베어스 배터리코치, ‘이영욱’ 前 구단 전력분석원, ‘이명기’ 前 한화이글스 선수다. 신규 코치들은 16일(수)부터 팀에 합류할 예정이며, 보직은 추후에 결정될 예정이다”고 15일 공식 발표했다.

SSG는 “세리자와 코치는 KBO리그 13년 경력의 베테랑 코치로 검증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더불어 과거 SSG에서도 4년간(2010~11년, 2021~22년) 배터리코치를 담당하며 SSG 선수단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가지고 있다”면서 “이영욱, 이명기 코치는 구단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했고 수년간 활약하는 등 구단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선수들과 소통에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구단은 이영욱, 이명기 코치가 커리어 내내 보여준 수준급 기량과 성실한 자세가 향후 코치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선임 배경을 밝혔다.

세리자와 코치는 근래까지만 해도 SSG의 배터리 코치로 일했고, 이영욱 코치는 올해 전력분석원으로 일하며 구단과 접점을 만들어왔다. 그래서 가장 의외의 이름은 이명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2017년 트레이드로 팀을 떠난 뒤 지금까지 특별한 인연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명기의 현역 시절 기량과 성품을 눈여겨 본 SSG가 은퇴 이후 제안을 했고, 이명기는 이를 받아들이며 다시 인천으로 돌아왔다.

SSG는 트레이드 당시에도 이명기가 팀을 떠나는 것을 굉장히 아쉬워했다. 당시 코칭스태프의 전력 구성 기조상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SSG는 이명기가 훗날 현역을 떠나더라도 구단에서 뭔가 일을 같이 할 수 있을 것이라 봤다. 선수단 및 프런트와 소통 능력이 뛰어나고, 무엇보다 인천과 SSG에 대한 이명기의 로열티가 강했다. 떠날 당시부터 훗날 코치감이라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SSG는 이 평가를 잊지 않고 있었다.

이명기 또한 인천행에 대해 굉장히 전향적인 생각을 이전에도 많이 드러내 왔다. KIA 이적 후에도 한동안 가족들을 인천에 두고 떨어져 살기도 했던 이명기가 고향으로 돌아와 지도자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팬들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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