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에게 잘해주지 마!…아프리카에도 번지는 ‘남초 커뮤니티’[컨트롤+F]


남성 우월·여성혐오 정서를 공유하는 온라인 남성 공동체 ‘매노스피어’(manosphere·남성 중심 커뮤니티)가 아프리카에서도 확산하고 있다. 북미·유럽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도 남성 공동체에 관한 비판적 탐구와 우려가 수면 위로 올라오는 형국이다.
6일 가디언·CNN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최근 아프리카 여러 국가에서 여성혐오를 전파하는 남성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이들은 엑스(옛 트위터), 유튜브, 틱톡 등 소셜미디어에서 활동하며 팔로워를 끌어모은다. 서양에 앤드루 테이트가 있다면 케냐, 나이지리아, 에티오피아, 짐바브웨,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도 유사한 인물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아프리카 매노스피어의 주요 논리도 서구 매노스피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일각에서는 아프리카계라는 정체성을 반영한 ‘블랙 매노스피어’, ‘레드 필’(red pill·소위 ‘빨간 약’을 먹고 눈을 떴다는 의미)이라는 용어를 쓰기도 하지만, 강한 남성성을 추구하며 여성에 적대적이라는 근본적인 특성은 같다. 가디언은 “남성 중심 커뮤니티(매노스피어)는 데이트나 건강 관리와 같은 남성의 고민을 다룬다고 주장하는 느슨한 네트워크이지만, 종종 해로운 여성혐오적 태도를 조장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케냐의 아메릭스는 자신을 ‘남성의 건강과 복지’에 관한 생식 건강 전문가라고 소개하는 한편, 30대 이상 싱글 여성을 “위험 신호”라고 부르며 “사회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남자뿐”이라고 주장한다. 그의 주요 메시지는 “여자에게 잘해주지 말라”, “오늘날 결혼한 남성 80%는 불행하다. 그들은 노예화됐다”, “현대의 여성 중심적인 세계에서 남성은 궁극적인 패배자” 등으로 구성된다. 그의 팔로워는 엑스 230만명·페이스북 16만명에 달한다.
나이지리아의 아그바 존 도는 여성의 성적 순결을 강조하고 페미니스트를 공격하며 추종자를 모았다. 그를 비롯한 매노스피어 인플루언서 3인의 팔로워는 엑스에서만 160만명이 넘는다. 짐바브웨 출신으로 엑스 팔로워 70만명을 보유한 샤다야 나이트도 유명 여성 가수의 남편이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을 두고 “남성성의 상실”이라고 비난하며 입길에 올랐다.
[플랫]가짜 공동체 ‘매노스피어’, 남성은 보이지 않는 적 대신 페미니즘을 겨눴다
실제 위협으로 나타나는 매노스피어

이러한 현상은 최근 수년 동안 심화됐다. 수니타 카미냐 유엔여성기구 동·남아프리카 담당관은 약 5년 전부터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연이은 연구와 데이터는 아프리카 대륙 전역에서 이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일관되게 보여준다”고 가디언에 밝혔다. 아위노 오케치 SOAS대 교수도 “여성을 비하하는 블로그와 유튜브 채널이 여성 살해를 포함한 물리적 폭력으로 이어지는 직접적 관련이 있다. 이는 남성이 여성을 살해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하는 언어에서 드러난다”고 밝혔다.
[플랫]“여성살해 멈춰라” 케냐 여성들의 ‘다크 발렌타인’
CNN은 2020년 1월1일부터 2024년 3월31일까지 케냐의 매노스피어를 분석한 결과 엑스, 틱톡, 유튜브 등의 플랫폼에서 ‘소이 보이(soy boy·남성성이 부족한 남성을 비하하는 표현)’, ‘레드 필’ 등의 키워드가 널리 확산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여성에게 우호적인 남성을 뜻하는 ‘심프(simp)’는 원래 케냐에서 잘 쓰이지 않았던 단어였음에도 불구하고 2021년 8만건 이상 사용됐다. 케냐는 2023년 남성 우월주의 관련 단어와 문구 사용 빈도에서 전 세계 상위 10위권에 들었다.
CNN은 “케냐 남성 커뮤니티 전반에 ‘돈 없는 남자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신념이 널리 퍼졌다. 또한 남성이 사회적 불평등, 젠더 불평등의 진정한 피해자라는 이야기가 흔하다”고 전했다.
[플랫]중동, 아프리카에서도 임신중단은 ‘뜨거운 감자’
이러한 매노스피어의 확산으로 여성들이 겪는 위협은 피부로 와닿고 있다.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활동하는 활동가 미그위는 내담자들이 ‘예전엔 자상했던 남편이 갑자기 나를 비하하기 시작했으며, 예전엔 안 했던 말을 한다’는 취지로 상담한다고 CNN에 밝혔다. 그가 접한 사례에서 한 남편은 “난 알파 메일이야, 난 왕처럼 대접받아야 해”라고 했다. 그는 이러한 남편들이 매노스피어 인플루언서들의 콘텐츠를 접해왔고, 그것이 아내에 대한 시각을 바꿔놨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고등학교에서 강의해본 결과 “여성과 소녀에 대한 적대감이 이전까지 경험해 본 적 없는 수준이다. 15세 남학생들이 여성을 마치 쓰고 버릴 물건처럼 취급하며 매우 저속한 언어를 사용하는 것에 충격받았다”고 CNN에 전했다. 한 활동가는 “‘남성은 이런 모습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바꾸는 데에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바로 그 고정관념이 많은 남성과 여성을 파멸로 이끌고 있다”고 밝혔다.
매노스피어·인셀 등 남성 공동체에 관한 고찰 이어져

아프리카의 매노스피어 확산은 그간 관련 논의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지역에서도 뒤틀린 남성성과 여성혐오적 공격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드러낸다. CNN은 “서구 사회가 이 문제를 고심했다는 점은 많이 논의됐지만, 케냐처럼 각 지역을 대표하는 국가를 포함해 남반구 여러 국가에서 남성우월 운동의 목소리가 성장하고 증폭되고 있다는 사실은 종종 간과된다”고 전했다.
알자지라 영어 채널은 케냐의 매노스피어 현상을 다룬 영상에서 “뉴욕에서 나이로비에 이르기까지 매노스피어의 확산에는 패턴이 있다. 철 지난 전통 혹은 다른 가부장적 체제를 영광스럽게 생각하는 남성 커뮤니티가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앞서 서구권에선 이러한 남성 공동체의 실태가 수면 위로 떠 올랐다. 지난해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의 시간>은 ‘인셀’(비자발적 독신) 문제를 다루며 반향을 일으켰다. 인셀은 여성과의 연애나 성관계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믿고 좌절감에 사로잡힌 남성 집단을 의미한다.
[플랫]‘소년의 시간’ 속 비극은 이미 진행되는 중이다, 당신 아들의 방과 스마트폰 속에서
<젊은 남성은 왜 분노하는가?>(바다출판사)를 쓴 호주 사회학자 사이먼 제임스 코플런드에 따르면, 매노스피어라는 용어는 2009년 11월 ‘더 매노스피어’라는 블로그에서 처음 사용됐다. 남성권리 운동가, 픽업 아티스트, 인셀 등을 가리킨다. 인종적으로는 백인 남성이 다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플런드는 이 책에서 남성들의 불만이 “대부분 섹스와 연애에 집중되어” 있다며, 이는 “불행의 원인을 복잡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자본주의 시스템 탓으로 돌리기보다는 여성이나 페미니즘, 혹은 사랑처럼 눈에 보이고 이해하기 쉬운 대상으로 전가하는 편이 훨씬 간단”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이들의 논리가 신자유주의적 자기계발의 탈을 쓰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최근 수년 동안 한국 사회에서도 유사한 문제의식이 공유됐다. 이는 <남자는 왜 친구가 없을까>(창비), <소년과 남자들에 대하여>(민음사), <젊은 남성은 왜 분노하는가?>, <남성 판타지>(글항아리) 등 남성성과 남성 문화, 남성 집단을 탐구한 저작이 번역·출간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 김서영 기자 westzero@khan.kr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속보]시진핑 “대만 문제, 잘못 처리될 경우 ‘매우 위험한 상황’ 초래”
- 술 마시고 테슬라 자율주행 켠 만취운전자···음주운전일까? 아닐까?
- “남자는 승진하고 짧게, 여자는 출산 직후 길게”…공무원 사회도 돌봄 격차
- 국민배당금 논쟁에 여당 내에서도 “지극히 옳은 말” “정제된 발언 해야”
- “등초본 떼줘” “테니스장 예약해줘”···카톡에서 말 한마디면 OK~
- 결혼식 축의금 얼마할 지 고민이세요? 요즘 대세는 10만원이라네요
- 이번엔 ‘달이’가 떴다…현대차그룹, 아틀라스 동생 ‘로봇 3종’ 공개
- 연구비·법인 카드로 1억원 유흥업소서 ‘펑펑’…화학연 연구원 적발
- 계란값 비싼 이유 있었네···기준가격 정해 계란값 밀어올린 산란계협회 ‘과징금 6억’
- 무고한 여고생 살해한 장윤기, 이유는 ‘분풀이’ 였다…경찰 “계획된 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