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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상법이 기업들의 경영전략에 어떤 파문을 일으킬지 깊이 있게 분석합니다.

DL그룹 지배력의 요체인 대림의 내부거래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제기됐다. 상법개정으로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가 공포 즉시 시행된 데 따른 것이다. 그룹 계열사가 지배주주의 개인 또는 가족회사와 거래하는 행위가 주주 충실 의무에 어긋날 수 있게 되면서 대림의 수익구조에 변화를 일으킬 요인이 나타난 상황이다.
옥상옥 '대림' 매출 2000억~3000억 내부거래 창출
대림은 DL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 이해욱 회장은 대림 지분 52.3%를 가진 최대주주이며 이를 지렛대로 삼아 그룹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지배력이 이 회장→대림→DL→계열사 등으로 흘러가는 옥상옥 구조다.
대림은 연간 매출의 10% 이상인 2000억~3000억원을 내부거래로 창출하고 있다. 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DL이앤씨, DL건설, DL케미칼 등이 안정적 수익원이 돼왔다. 내부거래의 법적 리스크를 예방하기 위해 ESG위원회를 비롯한 내부협의체를 운영했고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채무보증 금지 등의 규제를 피했다. 그러나 규정을 준수한 내부거래가 불법은 아니지만 경영권 세습 등 부의 대물림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비판이 일었다.

다만 상법개정으로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가 신설되면서 내부거래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생겼다. 기존에는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이 회사이었지만 개정안에서는 회사 및 주주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이사가 직무를 수행할 때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반영해야 한다. 이사가 주주 이익까지 고려해야 하는 책임이 발생한 것으로 소액주주의 권익 침해에 대한 분쟁이 발생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대림은 비상장사로 전체 주주가 12인뿐이다. 이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 5인이 지분 62.3%를 확보하고 있다. 이밖에 여러 기관투자가가 컨소시엄을 꾸린 특수목적회사(SPC)로 알려진 에코그란데가 19.0%를 가진 2대주주이며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7.6%, 자기주식 5.1% 등이다. 소액주주는 3인으로 이들의 지분율은 1.1%다.
반면 그룹 지주사 DL과 DL이앤씨의 소액주주 지분율은 각각 39.88%, 62.39%에 달한다. DL, DL이앤씨가 해마다 대림의 매출에 수백억~수천억원씩 기여한 것이 소액주주의 권익을 침해했다면 소송이 발생할 수 있다.

내부거래 성장 '대림투자운용' 홈플러스 수주 영향은
DL그룹의 홈플러스 부지 개발사업에서도 내부거래가 불발될 수 있다. DL그룹은 2021년 홈플러스 5개 점포를 7000억원에 인수해 대림의 완전자회사인 대림투자운용에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운영을 맡겼다. 대림투자운용은 DL그룹이 임대주택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2016년 설립한 기업형 임대주택리츠 전문 자산관리회사로 대림에이엠씨에서 사명을 변경했다.
대림투자운용은 DL과 DL이앤씨의 PFV에서 일감을 받아 성장해왔다. 연간 내부거래 현황은 2021년 매출 11억원(내부거래 비중 100%), 2022년 16억원(71.46%), 2023년 11억원(78.13%) 등이다.
앞으로 홈플러스 개발사업이 본격화되면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 또한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전주완산피에프브이, 인천인하피에프브이, 울산의정부피에프브이, 대전문화피에프브이 등 각 PFV의 지분 90% 이상을 DL과 DL이앤씨가 나눠 가진 상태에서 지배주주와 소액주주 간 이해상충이 발생하면 갈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상법개정으로 소액주주가 내부거래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위험성이 커졌기 때문에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할 방안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영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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