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1.3조 수익 마법…보상금이 회계 살렸다?

충북 오창 LG에너지솔루션 에너지플랜트 전경 /사진 제공=LG엔솔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해 완성차 고객사들로부터 받은 1조3657억원 규모의 보상금을 수익으로 인식하면서 해당 회계처리가 경영실적에 실질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외부감사인인 안진회계법인은 이 보상금의 수익인식 시점과 회계처리의 적절성을 핵심 감사사항으로 지정하고 관련 계약과 회계 판단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안진회계법인은 최근 제출한 LG엔솔 2024년 연결 감사보고서에서 '고객 보상금의 수익인식 시기'를 핵심 감사사항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LG엔솔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총 1조3657억2300만원의 고객 보상금을 수령해 수익으로 계상했다. 이 보상금은 회사의 실적 악화를 일정 부분 완화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LG엔솔은 지난해 매출 25조6195억원, 영업이익 5754억원, 지배기업 소유주 귀속 순손실 1조187억원을 기록했다. 만약 해당 보상금이 수익으로 인식되지 않았다면 순손실 규모는 더 확대됐을 것으로 보인다.

보상금은 완성차 고객사와의 장기공급 계약에 포함된 '최소구매량' 조항에 근거해 지급됐다. 완성차 업체는 최소구매량 기준에 못 미치는 물량을 사들일 경우 배터리 제조사에 위약금 또는 보상금 형태로 배상하게 된다. 이에 2023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전기차 시장의 캐즘(일시적 수요정체)으로 고객사들이 사전에 약정한 물량을 채우지 못함에 따라 LG엔솔이 관련 보상금을 수령하게 됐다.

안진회계법인은 이 보상금이 회계기준상 수익으로 인식 가능한지 여부, 그리고 인식 시점의 적절성을 감사의 핵심 대상으로 삼았다. 감사인은 영업부서에서 최초 공급계약서, 보상합의서, 내부 품의, 인보이스, 입금증빙 등 관련 서류 일체를 확보해 수익 계상의 타당성을 검토했다.

특히 보상금의 확정 가능성과 수행의무 귀속 시점에 대한 경영진의 판단이 개입된 점에 주목했다. 감사보고서에서는 '계약구조상 수행의무의 존재 및 이행 시점에 따라 수익인식 시점이 달라질 수 있다'며 '경영진의 회계적 판단이 수반된 영역으로 감사의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고객사의 계약에 따라 발생한 보상금은 회계상 정당한 수익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반복성이 낮은 일회성 수익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시장에서는 '수익의 질(quality of earnings)'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재무건전성 지표도 다소 약화됐다. 지난해 말 연결기준 총부채는 29조3402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39% 증가했으며 이 중 비유동부채는 17조2853억원으로 약 71% 늘었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3898억원으로 전년(5069억원)보다 약 23% 줄었다. 반면 이익잉여금은 1조3972억원으로 전년(2조3645억원)보다 줄었지만 결손 상태는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익인식 기준에 맞게 계상된 보상금이라도 본업에서 발생한 영업성과가 아니라는 점에서 수익의 질에 대한 의구심은 피할 수 없다"며 "구조적인 수익창출력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시장의 평가도 점차 보수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LG엔솔 관계자는 "이번 보상금은 고객사와 체결한 장기 공급계약의 최소 구매 조건에 따라 발생한 것으로 정상적인 계약 이행의 일환"이라며 "일시적인 수요 둔화로 납품이 지연된 데 따른 정당한 보상인만큼 관련 수익 인식도 회계기준에 따라 적절하게 처리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고객사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진 계약상의 대응이며 일회성 '공돈'처럼 보는 것은 오해"라고 강조했다.

한편 안진회계법인은 LG엔솔의 2024년 재무제표와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해 '적정' 의견을 제시했다. 핵심감사사항에는 고객 보상금 외에도 판매보증충당부채의 적정성도 포함됐다.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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