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가부채 경고에서 떠올려야 할 위험...대미투자 500조원 [논설실 Pick]
李정부 “과장”, “일차원적” 반박
트럼프에게 약속한 3500억달러
부채비율 가속 가공할 방아쇠
기자에게 지난해 인상적인 세계 경제 이벤트를 꼽으라면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다. 무디스가 기존 최고 등급인 트리플A(Aaa)에서 더블A(Aa1)로 한 단계 떨어뜨렸다. 1917년 이후 108년 만의 하향이라니. 드센 트럼프 행정부에서 즉각 “무디스 이코노미스트는 ‘네버 트럼프’”라는 등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무디스는 미국 경제의 역동성과 기축통화 지위, 강력한 금융을 평가하면서도 재정 악화가 이런 강점을 “상쇄하지 못한다”고 했다. 나랏빚 추이가 국가 신용 등급에 이렇게 절대적이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국가부채 증가 속도를 경고한 것을 두고 이재명 정부에서 반박 입장이 쏟아졌다.
IMF는 한국과 벨기에를 짚어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D2) 비율이 상당히(significant)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2030년 GDP 대비 한국의 부채비율은 61.7%, 2031년에는 63.1%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행인 점은 작년 10월 전망 대비 소폭 개선된 조정치였다.
그럼에도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IMF의 전망은 실제보다 과하게 전망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국가부채가 곧 위험’이라는 일차원적 공포 담론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세계 각국의 검증된 인재들이 모인 IMF가 숫자로 특정 국가를 겨냥해 과장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비관적 경고에는 나름의 타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언론의 분석 관점을 더하자면, 기자는 그 경고에 작년 말 타결된 3500억 달러의 대미투자 약정이 고려됐을 것으로 풀이한다.
500조원이 넘는 이 천문학적 투자액은 한국 경제에 양날의 검이 아닐 수 없다.
대규모 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가면 국내 설비 투자가 위축되고 이는 재정 부채 비율의 분모인 GDP를 갉아먹는다. 정부 보증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늘어나는 국채 발행은 반대로 분자의 크기를 키우니, 한국의 국가부채 비율 가속을 경고하는 외부의 목소리에 우린 늘 귀를 열어둘 필요가 있다.
지난 2월을 보자. 무디스는 한국 신용 등급을 발표했는데, 기존 등급(Aa2)을 유지했다. 반도체 수출 호조 등에 힘입어 경제성장률이 장기적으로 다른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인 2% 내외에서 안정될 것이라는 평가다.
그러면서도 국가채무 증가가 단골 메뉴처럼 위험 요인으로 지적됐다. 고령화와 국방비 등 의무성 지출 증가 압력으로 2030년까지 한국의 국가채무 비율이 60%를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무디스도, IMF도 따끈한 전망치에서 한국의 국가채무 비율이 2030년 60%를 넘어설 것으로 견해를 모으고 있다. 그리고 최근 수개월의 한국 경제 변화상에 3500억 달러라는 대미투자 약속이 둥지를 틀고 있다. 연말 원화가치 급락으로 우린 재정이 아닌 외환시장에서 먼저 그 여진을 경험했다.
흔히 나랏돈을 방만하게 쓰는 위험성을 경고하는 비유로 ‘악어의 입’이 소환된다. 버블경제 붕괴 이후 추락한 일본의 재정 상황을 뜻한다. 총지출은 현저히 늘고(위턱), 세수(아래턱)는 정체하는 추세를 그래프로 그리면 악어 입이 크게 벌어진 형상이다.
한국의 재정 그래프도 3500억 달러의 대미투자 압박이 특정 시기에 집중해 들이닥치면 악어의 기괴한 입모양으로 전개될 수 있다. 신용평가사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한국의 신용 등급을 강등할 것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임기 말에 그 리스크가 커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마크 트웨인은 “당신을 곤경에 빠뜨리는 것은 모르는 것이 아닌, 그렇게 될 리가 없다고 확신하는 것”이라고 했다. IMF의 경고를 반박하는 한국 관료들의 대응 수준에서 이런 하수의 확증편향이 만져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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