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휴학 장기화에 “이참에 입대” “대치동서 강의”

강다은 기자 2024. 10. 5.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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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들 어떻게 지내고 있나

서울대 의대 본과 4학년 A씨는 지난달부터 매주 두 번씩 서울 관악구 관악캠퍼스에 가서 교양 수업을 청강(聽講)하고 있다. 한 학기에 약 4~5권의 고전을 읽고 감상문을 제출하는 수업으로, A씨가 유일한 의대생이자 청강생이라고 한다. 수업이 없는 날에는 의대 준비생들을 가르치는 과외도 하고, 수학학원에서 강사로도 일한다. A씨는 “1학기 때만 해도 ‘곧 학교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 있어 멀리 여행도 못 가고 ‘대기 상태’로 있었는데, 휴학이 장기화되며 책이라도 읽기로 했다”며 “연초에는 불안감도 컸지만 이제는 한가한 이 시기를 잘 활용해야겠다는 생각뿐”이라고 했다.

올 초 휴학계를 내고 수업을 거부 중인 의대생들이 휴학이 7개월 넘게 장기화하자, 각자 다양한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올해 2학기 전국 40개 의대의 재적생 1만9374명 중 실제로 출석한 학생은 548명(2.8%)에 그쳤다.

일러스트=이철원

해외 의사면허 시험 준비를 하는 의대생도 있다. USMLE(미국 의사면허시험) 준비용 인터넷 강의를 듣거나, 영어·일본어·중국어를 공부하는 식이다. 서울대 의대 본과 1학년 김모(22)씨는 주 5회 일본어 학원에 다닌다. 김씨는 “한국에선 의사 미래가 밝지 않지만 해외에선 한국의 피부·미용 인기가 많다”며 “막연하지만 (외국 환자 대상 진료 등) 나중을 대비해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다”고 했다.

“돈이라도 벌겠다”는 의대생도 많다. 4수 끝에 서울 지역 한 의대에 입학한 예과 1학년 김모(26)씨는 주 6회 대치동 수학학원에서 강의하고, 수리논술 첨삭 아르바이트를 하며 월 300만~400만원을 벌고 있다. 김씨는 “돈 벌어서 주말마다 일본으로, 지방으로 놀러다닌다”고 했다. 당분간 복귀가 어렵다고 본 의대생들이 학원가로 몰리면서 학원 조교 등 아르바이트 시급이 떨어지는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경상도 지역 의대 본과 1학년생인 조모(24)씨는 “1만2000원을 받으며 의대 준비생 위주의 학원에서 교재 검수 같은 아르바이트로 하고 있는데, 워낙 하려는 사람들이 많아 최저시급(9860원)만 주는 학원도 많다”고 했다.

일러스트=이철원

현역 입대를 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보통 의대생들은 전문의 과정 후 군의관이나 공보의로 3년간 복무하는데 기간이 현역 군인(18개월)보다 길고, 휴학 기간을 허송세월하기 아깝다보니 군 문제부터 해결하는 것이다. 지난 4월 육군 현역으로 입대한 서울의 한 의대 휴학생 김모(23)씨는 “시국이 어지러우니 군 문제부터 해결하려고 지원했다”며 “복무기간이 짧기도 해 주변에서도 추가 모집 공고라도 뜨면 단체로 지원을 한다”고 했다. 의대생 입대가 늘면서, 한 훈련소 생활관에 5~10명의 의대생들이 몰려 있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가 지난 4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남자 의대생 5016명 중 2460명(49%)이 “4개월 안에 현역병 입대 신청을 계획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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