麵도 건축처럼 설계하는 셰프… “생면 파스타, 우리나라에도 있었다”
조선의 ‘난면’과 생면 다룬 신간 내
“통제할 수 없는 건면과 다른 매력"

“이탈리아 생면 파스타가 우리나라에 어떻게 쉽게 뿌리 내렸을까요? 우리한테 원래 생면이 있었어요.”
경질 밀가루에 물을 넣고 말려 단단한 식감의 건면과 달리, 연질 밀가루에 계란과 물을 반죽해 만드는 생면 파스타는 부드럽고 포슬포슬하다. 건면은 주로 가벼운 토마토·오일 소스를 쓰고 생면은 크림 등 묵직한 소스를 올린다. 생면과 똑같은 재료와 방식으로 만드는 우리나라 면이 있다. ‘난면(卵麵)’. 우리나라 고조리서 ‘산가요록’ ‘음식디미방’ 등에 반복해 등장하는 계란면이다. 현대에는 자취를 감췄지만 조선시대엔 대중적인 음식이었다. 주로 고기 장국이나 오미자국에 말아 먹었다.

생면 파스타와 난면의 이야기를 담은 신간 레시피북 ‘파스타 프레스카’(더테이블)를 쓴 김낙영(49) 셰프는 두 면의 접점에 주목한다. 그의 이탈리안 식당 ‘카밀로 라자네리아’는 생면 파스타를, 한식당 ‘서교난면방’은 난면을 다룬다. 서로 다른 장르의 식당임에도 같은 면을 쓸 때도 있다. 지난 7일 서교난면방에서 김 셰프를 만났다.
“생면과 난면은 같아요. 면 위에 어떤 문화를 얹느냐의 차이일 뿐이죠.” 그는 전래음식연구회에서 우연히 난면을 알게 됐다. 생면을 시연하던 중 한식 연구 셰프들이 “우리 난면과 너무 비슷한데?”라고 한 게 계기가 돼 난면 연구에 매진했다. 잊힌 난면을 되살리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기 위해 그가 2024년 연 식당이 ‘서교난면방’이다. 작년부터 2년 연속 미쉐린 빕구르망에 올랐다.

생면과 난면의 매력은 ‘설계’할 수 있다는 것. 건면은 시판 제품의 성질을 바꾸기 어렵지만 생면과 난면은 셰프가 주고 싶은 뉘앙스를 그때그때 조절해 만들 수 있다.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굉장히 다양한 면을 만들 수 있어요. 건면은 통제할 수 없지만 생면은 적재적소에 호소력 있는 면을 낼 수 있죠.”
그날의 온·습도뿐만 아니라 미세한 무게·두께까지 면을 ‘설계하는’ 그는 대학에서 실내 건축을 전공하고 건축 회사에 다녔다. 독일 건축 유학을 갔을 때 이탈리아 음식에 빠지고 만다. “내가 생활을 책임질 테니 도전해 봐” 하는 아내 말에 용기를 얻어 2011년 서른넷의 나이에 이탈리아 요리학교 ICIF에 들어갔다. “우리나라 국수 수준이 무척 높다는 걸 알게 됐죠. 평양냉면에서 메밀면을 고도의 노하우로 다루는 것처럼요. 한국은 면 이해도가 높아 파스타·우육탕면 등 세계 면이 쉽게 자리 잡았습니다.”

그래서인지 그의 면 요리는 외국인이 보면 파스타 같고 한국인이 보면 한식 국수 같다. 구엄닭·한우 양지 육수에 이탈리아식 만두 라비올리를 담은 ‘서교난면’이 대표적. 섬세한 한식 육수 같은 국물은 볼로냐식 만둣국 ‘토르텔리니 인 브로도’를 연상시킨다. “난면이 역사 속 단어가 아니라 칼국수나 소면처럼 여겨지면 좋겠어요. 접하다 보면 우리 면의 뿌리가 모두 연결돼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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