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작품상을 향해 질주하고 있는 <노매드랜드>에 대해 알아보자

조회수 2021. 3. 19.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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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신두영 기자
2020년 12월에 공개한 <노매드랜드> 공식 예고편.
2021년 2월에 공개한 <노매드랜드> 공식 예고편.

포스터에 추가해야 할 월계관 이미지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미나리> 이야기는 아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향한 오스카 레이스(Oscar Race)에서 <미나리>보다 더 많은 트로피를 수집하고 있는 영화가 있다. 클로이 자오 감독 연출, 프랜시스 맥도먼드 주연의 <노매드랜드>다. <노매드랜드>는 제77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부터 제7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작품상 및 감독상을 비롯해 3월 11일 기준, 지금까지 194개의 트로피를 수집했다. 특히 클로이 자오 감독은 감독상(51개), 각색상(17개), 편집상(10개)을 수상해 78관왕에 올랐다. 이는 단일 시즌 최다 수상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는 아카데미 작품상의 가장 강력한 후보 <노매드랜드>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 <노매드랜드>의 배급사 서치라이트픽쳐스의 유튜브 채널, IMDb, 각종 해외 매체의 인터뷰 및 리뷰가 이 글의 재료가 됐다. 씨네플레이는 이미 1월에 <노매드랜드>를 주목한 바 있다. 아래 블로그 글을 먼저 읽기를 추천한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미국

<노매드랜드>는 원작이 있는 이야기다. 제시카 브루더가 쓴 동명의 논픽션이 원작이다. 브루더는 2008년의 금융 붕괴의 여파로 타격을 입은 미국인들의 삶의 형태가 어떻게 변화되었나를 추적했다. 브루더가 주목한 이들이 노매드들이다. 노인들이 대부분인 그들은 차에서 생활한다. 수입이 줄거나 없어졌을 때 그들이 선택한 것은 전통적인 주거지를 차로 바꾼 것이었다. 집세나 대출금을 내는 것 대신 차에서 자면서 남는 돈으로 음식을 샀다는 뜻이다. <노매드랜드>의 예고편에 등장하는 어떤 소녀와 펀(프랜시스 맥도먼드)의 대화 가운데 홈리스(Homeless)와 하우스리스(Houseless)라는 말이 등장한다. 홈리스가 노숙자를 뜻하는 말이라면 하우스리스는 전통적인 의미의 집이 없는, 노매드들이 생각하는 새로운 삶의 모습을 대변하는 말이다. <노매드랜드>는 21세기 미국의 새로운 유랑민들의 삶을 밀착해서 보여준다.


체험, 노매드 되기

노매드들의 삶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프랜시스 맥도먼드가 택한 선택은 대담했다. 그는 스스로 노매드가 되기로 했다. 그는 뱅가드(Vanguard)라고 이름 붙인 영화 속 밴에서 생활했다. 촬영이 끝나면 밴에서 잠자리에 들었다. 미술팀이 준비한 영화의 소품이 아닌 개인적인 물건으로 밴을 채웠다. 영화에는 원작 논픽션에 등장하는 실제 노매드들이 출연한다. 그들은 맥도먼드가 처음에 배우인 줄 몰랐다. 맥도먼드는 그들과 함께 어울렸다. 64세 여성 린다 메이는 그때그때 일자리에 따라 이동하는 사람들을 고용하는 아마존의 프로그램인 ‘캠퍼포스’(CamperForce)에서 일을 했다. 맥도먼드는 그들과 함께 했다. 유통업체에서 단기 임시직으로 일하는 맥도먼드가 배우인지 몰랐던 것일까. 할인매장 타깃(Target)에서는 일자리를 제안받기도 했다.


혹시 다큐멘터리?

맥도먼드는 노매드 생활을 약 4개월간 했다. 그 기간 동안 미국 내 7개 주를 지나는 여정이 이어졌다. 나중에 그는 밴에서 자는 것을 그만뒀다. ‘할리우드 리포터’에 밝힌 이유가 재밌다. “지친 것처럼 보이는 게 실제로 지친 것보다 훨씬 낫기 때문이다.” 영화의 완성도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연기가 필요했던 모양이다. 어쨌든 <노매드랜드>는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배우가 노매드 라이프를 체험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실제처럼 보이는 연기이기도 하다. 클로이 자오의 각색이 있었다 할지라도 <노매드랜드>는 다큐멘터리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다. <노매드랜드>의 촬영 기간 중 맥도먼드의 남편 조엘 코엔 감독(코엔 형제 감독의 형)이 현장을 한번 방문했다고 한다. <노매드랜드>의 조슈아 제임스 리차드 촬영감독은 자신이 존경하는 코엔 감독과의 만남에 대한 일화를 밝힌 바 있다. 열악한 혹은 초촐한 촬영 장비에 대한 것인데 이런 제작 방식은 예산의 많고 적음이 아닌 다큐멘터리적인 제작 방식이라고 봐도 좋겠다. 리차드 촬영감독은 자오 감독의 전작 <로데오 카우보이>(The Rider)와 함께 작업한 바 있다.


대자연의 나라 미국

<노매드랜드>가 다큐멘터리처럼 촬영됐다고 하더라도 결코 다큐멘터리라고 부를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로드무비라고 부르는 데는 망설임이 없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노매드랜드>의 주인공 펀은 밴에서 생활하며 미국 중서부의 7개주를 약 4개월 돌아다니기 때문이다. 가공의 인물의 인물 펀은 네바다주 엠파이어(Empire)라는 지역에 살고 있다고 설정돼 있다. 임시 교사로 일하던 그는 광산회사에서 일하던 남편 보를 먼저 떠나보내고 노매드의 삶을 살게 된다. 엠파이어라 실제로 2011년 광산회사가 문을 닫으면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곳이다. 노매드들은 겨울에는 아마존 등의 물류 창고에서 일하고 여름이 되면 미국 서부의 국립공원에서 일을 한다고 한다. <노매드랜드>에서도 국립공원 장면이 등장한다. 기암괴석 사이를 뛰어다니는 펀의 모습이 담긴 모습을 예고편 영상에서 볼 수 있다. 사막과 거대한 협곡이 있는 이 장엄한 풍경은 <노매드랜드>를 보는 또 하나의 볼거리임에 분명하다. 단, 이 볼거리는 단순히 아름답다고 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어 보인다. 위대한 자연과 풍광과 대비되는 얼음이 녹지 않은 황량한 주차장, 쓰레기가 널브러진 RV차량 야영지 같은 을씨년스러운 장소도 <노매드랜드>에 존재한다. 원작자 브루너는 그런 주차공간이 노매드들에게 허락된 유일한 자유를 제공한다고 썼다. 한 가지 더. <노매드랜드>의 풍광은 루도비코 에이나디의 음악과 적절하게 조우한다.


노매드에게 희망을

대자연의 땅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 ‘뉴욕타임스’의 유명 영화평론가 A. O. 스콧은 “<노매드랜드>를 새로운 나라를 발견하는 것과 같다”고 썼다. 노매드들의 나라에는 희망이 있다. 그 희망은 길 위에 있다. 노매드들은 대부분 상실의 슬픔을 지니고 있다. 자신들이 살았던 집을 버렸기 때문이다. 그런 슬픔을 나눌 사람들이 길 위에 있다. 일자리를 따라 옮겨다니며 자꾸 마주치는 사람들 사이에서 희망을 발견한다. 이 노매드들의 나라에 관객을 안내하는 가이드가 펀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의 ‘전통’인 개척 정신을 계승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이 이해될 수 있다. 펀은 <파고>, <쓰리 빌보드>에 이어 세 번째 오스카 트로피를 받을 것을 예상되는 프랜시스 맥도먼드의 놀라운 연기가 만들어낸 캐릭터다. 펀의 여정에 동참하는 것은 어떤 경험이 될까. 참고로 스콧은 “<노매드랜드>라는 새로운 나라를 적어도 한 번 이상 방문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노매드랜드>는 4월 15일 개봉을 예고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한국 기준 4월 26일 열린다. 후보작은 3월 15일에 발표된다. 오스카 레이스의 승자가 될 수 있을까. 100개가 넘는 월계관 이미지 가운데 가장 중심에 크게 놓일 트로피를 받을 수 있을까. 영화를 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쓴 이 글이 오스카의 향방에 관심이 있는 독자에게 도움이 되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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