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가 얘였어?!" <스위트홈> <사괜>.. 대세배우 된 박규영 출연작 훑어보기
“얼마 전엔 정말 놀라운 경험도 했어요. 저랑 민시랑 같이하는 스케줄이 있었는데 스케줄 장소에 도착해보니 대포 카메라를 들고 기다리는 분들이 계신 거예요. 민시한테 ‘오늘 유명한 아이돌 그룹 오나 봐’라고 문자를 보냈죠. 그러고 차에서 내렸는데 다들 저희를 찍으시더라고요. 날씨가 추웠는데 저희 응원하려 기다리셨대요. 얼어 있는 손을 보니 얼마나 죄송스럽고 감사하던지요. 감격해서 민시랑 손 붙잡고 ‘더 열심히 살자’ 다짐했어요.”
박규영이 최근 ‘퍼스트룩’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화제의 중심에 섰다는 것을 방증하는 일종의 척도로 여겨지는 대포 카메라의 등장에, 더 열심히 했다고 다짐했다는 그. 박규영은 지난해 <사이코지만 괜찮아> <스위트홈>으로 연타석 홈런을 때렸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이 약 70개국에서 데일리 톱 10위권 내에 진입하는 쾌거를 이루면서 국내를 넘어 해외 팬들까지 거느린 배우가 되었다. 데뷔 후 쉴 틈 없이 달려온 박규영의 대표작을 훑어보자.
박규영은 연세대학교 의류환경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재학 중 ‘대학내일’ 표지 모델로 선정되었는데. 이것을 보고 JYP엔터테인먼트에서 박규영에 캐스팅 제의를 했다. 박규영은 2016년 조권의 뮤직비디오로 데뷔했다. 그의 초기작에서 큰 지분을 차지하는 것은 웹드라마와 단막극. 박규영은 KBS 드라마 스페셜 <강덕순 애정 변천사> <까까머리의 연애> <참치와 돌고래> 등, 그리고 웹드라마 <마술학교> <여자들은 왜 화를 내는 걸까> 등에서 활약했다. 웹드라마의 경우 회당 분량이 3분에서 10분으로 아주 짧은 숏폼 콘텐츠이니, 5년 전 박규영의 모습이 궁금하다면 부담 없이 재생해보길. <솔로몬의 위증> <수상한 파트너> <그냥 사랑하는 사이> 등에도 조연으로 출연했다.
세상 잘 사는 지은씨
김지은 役│ 연출 심민선 │ 출연 박규영, 정의제 │8부작 │ 딩고스토리
박규영이 출연한 웹드라마 중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세상 잘 사는 지은씨>다. 박규영을 전부터 좋아하던 오랜 팬이라면 이 작품으로 팬이 되었을 확률이 높다. 소위 ‘나만 알던 배우’ 시절의 박규영. 그는 평범한 1년 차 직장인 김지은을 연기했다. <세상 잘 사는 지은씨>는 직장에서 흔히 겪을 법한 일들을 현실적으로 그려내 공감을 자아낸다. 직장인, 취준생, 공시생, 자영업자로 살아가는, 찬란하진 않지만 너무나도 잘 살고 있는 스물네 살의 애환과 희망과 삶을 따뜻하게 보듬는 드라마. 청춘을 대변하는 박규영의 얼굴은 드라마에 흡인력을 더했다. “왜 여자가 회사에 올 때 화장을 하는 게 예의인 거죠? 회장이랑 예의가 무슨 관곈데? 그리고 여자 직장인은 뭐예요? 그냥 다 똑같은 직장인이죠. 뭐 일할 때도 남자 여자 나눠서 일하나요?” 등 사이다 대사도 속 시원하다.
로맨스는 별책부록
오지율 役│ 연출 이정효, 김나영 │ 출연 이나영, 이종석, 정유진, 위하준 │16부작 │ tvN
<세상 잘 사는 지은씨> 이후 박규영은 <제3의 매력> 온준영(서강준)의 똑 부러지는 동생 온리원, 그리고 <로맨스는 별책부록> 오지율을 만났다. <로맨스는 별책부록>은 잘나가는 스타 작가이자 최연소 도서출판 겨루의 편집장 차은호(이종석)와 경력이 단절된 전직 카피라이터 강단이(이나영)의 로맨스를 담는다. 박규영은 강단이와 함께 겨루에 새로 입사한 오지율을 연기했다. <세상 잘 사는 지은씨> 지은씨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눈치 없는 신입사원 오지율이 된 박규영은 특히 상사 송해린(정유진)과의 투닥 케미를 보이며 신스틸러로 눈도장을 찍었다. 뭣 모르던 신입사원에서 일에 대한 사명감을 갖게 되는 작은 서사도 오지율만의 귀여운 톤으로 풀어냈다.
녹두꽃
황명심 役│ 연출 신경수 │ 출연 조정석, 윤시윤, 한예리, 최무성 │48부작 │ SBS
<녹두꽃>을 통해서는 사극에 처음 도전했다. <녹두꽃>은 동학농민운동 항쟁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농민군과 토벌대로 갈라져 싸워야 했던 백가 형제 백이강(조정석), 백이현(윤시윤)의 이야기다. 박규영은 오빠 황석주(최원영)의 애제자 중인 이현을 사랑한 양반집 아씨 황명심을 연기했다. 신분과 신념의 차이로 끊임없이 어긋나는 이현과 명심의 사랑은 결국 비련으로 애틋하게 끝나는데. 박규영의 차분하고 담담한 어조는 둘의 쓰라린 운명을 더 쓰라리게 만들었다.
사이코지만 괜찮아
남주리 役│ 연출 박신우 │ 출연 김수현, 서예지, 오정세, 박규영 │16부작 │ tvN
지난해 여름 최고의 화제작 <사이코지만 괜찮아>. 일명 ‘사괜’은 정신 병동 보호사 강태(김수현)과 태생적 결함으로 사랑을 모르는 동화 작가 문영(서예지)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가는 이야기다. 김수현, 서예지를 비롯한 주연진 뿐만 아니라 개성 있는 조연진으로 무장해 큰 사랑을 받은 <사이코지만 괜찮아>. 그 중심에는 남주리 선생, 박규영이 있었다. 박규영은 문영의 어린 시절 친구이자, 동료 강태를 짝사랑하는 주리를 연기하며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 그는 좋은 모습, 예쁜 모습만 보이기 위해 자기 것을 억제하고 발버둥 치는 우리의 모습, 미움받을 용기가 없는 우리의 모습을 주리를 통해 표현해내려 했고 성공했다. 박규영과 관련해 드라마에서 가장 크게 화제가 되었던 장면을 꼽자면 짝사랑 설움을 술기운을 빌려 탈탈 털어버리는 ‘주정 주리’ 장면일 것이다. 그는 다소 과격하고도 귀여운 주사 연기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본체 박규영도 술을 잘 못 한다고. 술보다는 커피파. 평소 말투도 주리와 비슷하다고 한다.
스위트홈
윤지수 役│ 연출 이응복 │ 출연 송강, 이진욱, 이시영, 이도현│10부작 │ 넷플릭스
앞서 언급했듯 지난여름 최고 화제작은 <사이코지만 괜찮아>였다. 그렇다면 겨울 최고 화제작은? <스위트홈>이다. <스위트홈>은 욕망을 제어하지 못한 인간이 괴물이 되는 세상의 이야기다. 박규영이 연기하면서 가장 듣고 싶은 말은 “얘가 얘인 줄 몰랐다”는 말이다. <스위트홈> 공개 후에도 “대박 ‘사이코’ 간호사래. 대박 ‘로별’ 신입사원이래, 나만 이제 알았어?”라는 반응이 나왔다. 또 한 번 변신에 성공한 박규영이 맡은 역할은 야구방망이로 괴물 때려잡는 베이시스트 윤지수. “그것도 신의 뜻이에요?” “아니요. 제 뜻입니다” 재헌과의 아련 케미, 은유와의 앙숙 케미로 지수-재헌, 지수-은유 앓이 하는 사람 여럿 만들었다.
차기작
<스위트홈>을 다 봤다고 아쉬워할 필요 없다. 박규영은 tvN 드라마 <악마판사>로 돌아올 예정이다. <악마판사>는 법정을 리얼리티쇼로 만들어 악을 응징하는 재판장 강요한(지성)과 그의 정체를 궁금해하는 배석판사 김가온(박진영)의 추적극이다. 박규영은 가온의 오랜 친구, 경찰대 출신 광수대 에이스 형사 윤수현을 연기한다. KBS 드라마 <달리와 감자탕> 출연도 검토 중이다. <달리와 감자탕>은 이너써클에 들어가고 싶은 졸부 진무학이 명문가 딸 김달리에게서 미술관을 빼앗으려다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출연을 확정한다면 박규영은 7개국어에 능통한 청송미술관장 김달리를 연기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