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새 해운동맹 전략, 부산항에 악영향 줄 것"

조민희 기자 2024. 9. 24. 19: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부산항만공사 주최 부산국제항만콘퍼런스서
글로벌 전문가 "허브항 제외로 물동량 일부 감소"
제미나이협력 허브앤스포크 전략 구사 예정
"차별화"vs"화주 환적 비선호" 전문가 의견 엇갈려

내년 2월 제미나이 협력과 프리미엄 얼라이언스 등 새로운 해운동맹 2개가 출범하는 가운데 글로벌 전문가 사이에서 전망이 엇갈린다.

24일 부산 동구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BPEX)에서 개최된 ‘제12회 부산국제항만콘퍼런스’(BIPC)의 첫 번째 세션이 열리고 있다. 부산항만공사 제공

24일 부산 동구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BPEX)에서 개최된 ‘제12회 부산국제항만콘퍼런스’(BIPC)의 세션1 ‘대변격의 시대, 컨테이너 해운의 새로운 도전과 기회’의 연사로 참석한 세계적인 해운시장 분석가인 라스 얀센 베스푸치 마리타임의 CEO는 제미나이 협력의 새로운 허브앤스포크 전략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제미나이 협력은 세계 2위 선사인 머스크와 5위 선사인 하팍로이드가 새로 꾸린 해운동맹이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는 선사들이 하고자 한다면 정시성을 확보할 수 있었으나 상업적 타당성이 적어 화주들이 선호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지금은 여러 지정학적 리스크와 수요 급증 등으로 정시성이 급격하게 하락했다. 이 전략을 통해 90% 이상의 정시성을 확보한다면 차별화를 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90% 정시성의 현실 가능성에 대해 “허브앤스포크 전략은 환적 비율이 높아지고 그에 따른 비용 상승이 따른다. 때문에 비용을 낮추고 항만의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게 관건이 될 것”이라며 “90% 정시성 확보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지에 대해 어렵다고 말하기 힘들다”고 답했다.

또 다른 연사인 탄 후아주 라이너리티카(싱가포르 해운전문 조사분석기관) 대표는 다른 견해를 보였다. 그는 “제미나이의 새 전략은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것이다. 2012년 시행했던 데일리 머스크 서비스가 실패한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대부분의 화주들이 정시성을 위해 더 많은 운임을 지불하려고 하지 않는다”며 “승자를 판단하는 척도는 각 선사의 수익성인데 머스크의 위치는 위태롭다는 점에서 머스크의 전략이 효과적이고 긍정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탄 후아주에 따르면 머스크의 수익성은 지난 5년간 글로벌 선사 하위 50% 그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는 이어 “싱가포르항만 사례를 보면 화주들이 환적이 아닌 직접 운송을 선호한다는 것을 경험했다. 싱가포르항만은 세계적으로 높은 효율성을 자랑하지만 올 초부터 기록적인 정체를 겪고 있다”며 “제미나이의 새 전략이 일부 허브항만과 셔틀 선박에 의존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미나이가 아시아-유럽 항로에서 부산항을 허브항만에서 제외하고 셔틀항만으로 된 것과 관련, 전문가들은 부산항의 물동량 일부가 줄어드는 악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얀센 대표는 “어느 정도 물동량 감소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다만 대대적인 손실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홍해 사태로 선사들이 선박을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시키면서 선박 부족 현상이 심화했다. 또 상당량의 화물이 인근 환적항에서 처리되며 항만 혼잡이 발생했고, 공급망 혼란을 우려한 화주들이 화물을 조기 선적하면서 올 상반기부터 수요가 급증했다. 일반적으로 매년 7~9월이 글로벌 물동량이 증가하는 해운시장의 성수기다. 글로벌 해운 운임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두 배로 치솟는 등 운임 강세가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해운시장 호황이 계속될 것이란 판단은 아직 섣부르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선사들의 공격적인 선박 발주가 새로운 리스크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6200여 척의 컨테이너 선박이 운영 중이며, 총선복량은 2970만 TEU로 전년 대비 10.6% 증가했다. 게다가 글로벌 선복량의 약 22%가 추가 발주된 상태로, 향후 선복 과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요 측면에서 보면 글로벌 소매 부문의 재고량이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해 추가적인 수요 증가의 가능성이 남아있으며, 미국발 수요도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조만간 수요가 감소세로 전환하면 급격히 늘어난 선복량을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화물량보다 선박 수가 많아지면 해운 운임이 떨어지면서 언제까지 해운시장이 호황을 이어갈지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군다나 내년 2월 새로 출범하는 해운동맹의 새로운 전략도 해운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점쳐진다. 머스크와 하팍로이드가 손잡은 ‘제미나이 협력’은 기항하는 항만 수를 줄이고 허브항만을 중심으로 주요 항만에 셔틀선박을 운영해 정시성을 높이는 ‘허브 앤 스포크’ 방식을 채택할 예정이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