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 허미미, 女선수로 29년만에 세계선수권 金

57㎏급 세계 1위 데구치 눌러
독립운동가 허석 선생의 후손

허미미가 21일 오전(한국시간) IJF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57㎏급에서 우승한 후 금메달을 목에 건 채 환하게 웃고 있다. AFP 연합뉴스

독립운동가의 후손 허미미(22·경북체육회)가 한국 여자 선수로는 29년 만에 국제유도연맹(IJF)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계랭킹 6위 허미미는 21일 오전(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무바달라 아레나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여자 57㎏급 결승전에서 1위 크리스타 데구치(캐나다)를 골든스코어(연장전) 끝에 반칙승으로 이겼다. 한국 여자 선수가 세계선수권에서 정상에 오른 건 1995년 61㎏급 정성숙과 여자 66㎏급 조민선 이후 29년 만이다. 한국 선수로 범위를 넓히면 2018년 남자 73㎏급 안창림, 남자 100㎏급 조구함 이후 6년 만의 금메달이다.

허미미는 독립운동가 허석 선생의 내손녀(5대손)다. 그런데 허미미는 한국과 일본의 이중국적자였다.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허미미는 아버지가 한국인, 어머니가 일본인이다. 허미미는 그러나 2021년 세상을 떠난 할머니의 뜻을 따라 한국행을 결정했다. 허미미의 할머니는 손녀가 한국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하길 희망했다. 허미미는 2022년 태극마크를 획득한 데 이어 지난해 12월엔 일본 국적을 포기했다.

허미미와 데구치의 결승전은 일본 태생 혼혈 선수의 대결로 눈길을 끌었다. 일본 나가노에서 태어난 데구치는 아버지가 캐나다인, 어머니가 일본인이다. 데구치는 2017년 올림픽 출전을 위해 캐나다 국적을 선택했고, 2018년 세계선수권에서 동메달을 따낸 데 이어 2019년과 2023년 세계선수권에서 정상에 오르며 57㎏급 최강자로 올라섰다.

허미미는 4강전에서 세계 2위 제시카 클림카이트(캐나다)를 소매들어업어치기 절반으로 꺾으며 자신감을 얻었다. 팽팽한 승부 끝에 허미미와 데구치는 정규시간 4분 동안 지도 2개씩을 받고 골든스코어에 돌입했다. 그리고 연장 8분 16초에 허미미가 업어치기를 시도할 때 데구치가 뒤로 물러섰고, 주심은 데구치에게 3번째 지도를 주고 허미미의 승리를 선언했다.

2022년 국제무대에 태극마크를 달고 발을 내디딘 허미미는 장족의 발전을 보이고 있다. 국제대회 데뷔전이었던 2022년 6월 트빌리시 그랜드슬램에서 금메달을 땄고, 같은 해 세계선수권에선 4강에 올랐다.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선 5위에 머물렀으나, 지난해와 올해 포르투갈 그랑프리 2연패를 달성한 데 이어 세계선수권을 제패했다. 허미미는 이제 할머니의 뜻대로 태극마크를 달고 2024 파리올림픽에 출전, 28년 만의 한국 여자 유도 금메달까지 노린다.

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