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내란죄 입장 모호하고 尹 체포 거부엔 "극단 정치" 양비론

윤수현 기자 2025. 1. 7.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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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尹 체포 거부 비판하면서도 '공수처' '불법시위' 비판으로 '희석'
올 들어 윤석열보다 '이재명' '민주당' 비판 사설 많아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조선일보 사옥 갈무리

지난달 3일부터 이어진 비상계엄·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의 조선일보 논조는 중앙일보·동아일보 등 경쟁사에 비해 명확하지 않고, 양비론적이었다. 대통령과 현 상황에 대한 비판은 있었지만 대통령이 내란죄를 저질렀는지, 대통령 거취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쟁점에 대한 명확한 입장은 찾기 힘들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사법부, 탄핵 집회 참가자들을 공격하는 기사도 냈다. 조선일보 내부와 독자권익보호위원회에서도 논조에 대한 아쉽다는 평가가 나왔다.

계엄·탄핵 국면에 모호한 태도 보인 조선일보

'전략적 모호성'이란 의도적으로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전략을 뜻한다. 단호한 입장을 내지 않으면서 직접적인 갈등을 피하는 방식이다. 현재 조선일보 보도를 보면 '전략적 모호성'이 연상된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체포불응에 대해 비판하지만 핵심 쟁점인 내란죄 적용 여부, 거취 문제에 대해선 답을 피하는 모양새다.

1면 톱기사부터 달랐다. 지난달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 뒤 나온 지난달 16일자 지면. 동아일보·중앙일보는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 출석 거부를 1면 톱으로 정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조속한 수사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검찰 출석을 거부하고 있는 것을 주요한 화두로 본 것이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이날 1면 톱기사로 조계종 종정 성파 스님 인터뷰를 다뤘다. 기사 제목은 <“우리 사회에 火가 너무 많다”>다.

▲지난달 16일 조선일보 1면 기사 갈무리

조선일보는 사설에서도 비교적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대통령 행태에 대해선 비판하지만, 핵심 사안인 거취 문제에 대해선 직접적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날인 지난달 4일 중앙일보는 사설을 통해 “설마하던 대통령 탄핵 논의가 불가피해졌다”고 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같은 날 “민주당이 폭주한다고 해서 심야에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은 도를 심각하게 넘은 조치다.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지 국민에게 답해야 한다”고만 했다.

국민의힘이 '질서 있는 퇴진'을 제안한 지난달 10일에도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논설위원·논설실장 등 칼럼을 통해 탄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지만,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윤 대통령 탄핵이나 임기 문제는 민주당이 안달하지 않아도 결국 법과 순리대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같은 보도가 이어지자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는 지난달 9일 회의에서 “계엄 해제, 윤 대통령 탄핵안 부결 등 위헌적 계엄 사태가 급박하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를 전하는 조선일보의 톤이 지나치게 조심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미디어오늘 취재에 따르면 조선일보 내부에서도 비상계엄·탄핵 국면에서의 적극적이지 않은 논조에 대한 비판적 의견이 있다. 한 조선일보 기자는 “보도의 추이를 살펴볼 수 있는 대표적인 게 1면인데, 현재 조선일보 1면을 보면 어떻게 구성되는지 한눈에 보인다. 다른 신문과 비교해 우리가 어떤 논조로 가는지 누가 봐도 명확하다”며 “조계종 종정 성파 스님 인터뷰 기사를 비롯해 객관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있다. 내부에서 공감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했다. 다른 기자 역시 조선일보 내부에서 논조에 대한 불만이 있다고 밝혔다.

윤석열 비판 사설보다 많은 이재명·민주당 비판 사설

조선일보는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면서도 문재인 정부·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판도 함께 내놓고 있다. 현재 상황을 초래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비판보다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를 비판하는 사설이 더 많은 것도 특징이다.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조선일보에서 사설 18건 중 민주당·이재명 대표 비판 내용이 주된 내용인 사설은 6건이다. 윤석열 대통령 비판을 주로 다룬 사설은 3건에 그쳤다. 이외에 대통령과 여·야, 공수처 등을 두루 비판한 사설은 2건이다. 공수처를 만든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사설도 있었다.

기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조선일보는 지난 6일 사설에서 공수처가 내란죄 혐의에 대해 수사를 할 수 있는지 논란이 있다며 “전임 문재인 정부 시절 수사권 조정을 졸속으로 한 결과”라고 비판했으며, 민주당 책임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28일 <28건 '연쇄탄핵병' 민주당도 이 전체 사태에 큰 책임 있다>에서 “거의 '연쇄탄핵병'에 걸렸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민주당도 이 전체 국정 혼란 사태에 큰 책임이 있다”고 했다.

이 같은 흐름은 지면 구성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3일 윤 대통령은 공조수사본부의 체포영장 집행에 거부하자 지난 4일 조선일보는 1면 기사 제목을 <극단 정치가 만든 '대통령 체포 5시간 대치'>로 꼽았다. 원인을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 거부가 아닌 정치적 갈등의 결과로 해석되게 한 것이다. 이날 3면에선 공수처 권한 및 영장집행 절차의 문제를 윤석열 대통령의 법 위반 문제와 동일한 분량으로 다뤘다. 다른 보수언론은 공수처의 영장 집행보다는 윤 대통령 문제에 무게를 실어 차이를 보였다.

▲비상계엄과 탄핵 국면을 다룬 조선일보 1면 기사와 사설 제목. 자료=조선일보, 그래픽=이우림 기자

내란 혐의 제외가 문제? 2017년엔 문제 안 삼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 혐의를 제외한 것을 두고도 조선일보는 강한 비판을 내놨다. 조선일보는 지난 6일 사설 <매일 “내란범” 공격하더니 정작 탄핵 소송선 뺀다니>에서 “민주당이 내란죄를 철회한 것은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을 최대한 빨리 끝내 대선으로 직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는 내란 혐의 제외에 반대하는 국민의힘의 논리이기도 하다. 반면 중앙일보는 같은 날 사설 <'내란죄 철회' 정쟁 벌이는 정치권… 헌재 판단에 맡겨라>에서 “내란죄를 중요 사유로 명시했던 만큼 취소 사유가 명쾌하지 않다”면서도 “국민의힘이 이를 이유로 헌재가 탄핵소추안을 각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지나치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 당시 탄핵소추 사유서에서 뇌물죄·강요죄를 제외하자고 제안했을 때 조선일보는 문제 삼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2017년 1월21일 8면 <증인 줄이고 쟁점 추리고… 속도내는 탄핵심판>에서 “국회가 헌재에 낸 소추의결서에는 박 대통령 헌법 위반뿐 아니라 8가지 법률 위반 행위와 뇌물, 강요 등 죄명까지 줄줄이 포함돼 있어 국회 스스로 탄핵 심판을 지연시킨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설명할 뿐, 공소장 변경을 부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았다.

▲지난 6일 조선일보 1면 기사 갈무리

불법시위 비판에 '우리법연구회' 색깔론까지

'불법시위' 프레임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23일 1면 <부활하는 불법시위>에서 남태령 집회를 언급하며 “민노총이 '반정부 투쟁'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민노총의 불법시위가 잦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농민들의 집회가 불법시위라고 했지만, 서울행정법원이 2017년 교통 불편을 이유로 집회를 불허한 것은 위법이라고 판단한 것은 언급하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지난 6일 1면 <法이 무너졌다> 보도에서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대가 도로를 막은 사진을 게재하고, 2면 <관저 앞 10차선 도로 점거… 불법시위 거리 된 한남동>에서 불법시위 프레임을 또다시 꺼냈다.

판사들에 대한 색깔론도 고개를 들었다.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을 발부한 이순형 서울서부지법 영장 전담 부장판사가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조선일보는 지난 2일 사설에서 “영장을 발부한 판사는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며 공수처가 '판사 쇼핑'을 했다는 주장까지 했다. 주요 일간지 중 이 부장판사가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는 것을 직접 비판한 신문사는 조선일보와 문화일보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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