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3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사태가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전례 없는 충격을 던졌다. 이란을 향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촉발된 이번 사태는 세계 경제의 동맥경화를 야기하며 에너지 가격의 인플레이션 변동성을 극대화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한국과 유럽 등 주요 동맹국들이 미국의 군사적 노력에 무임승차하고 있다고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모든 군사적 목표가 달성되었다고 선언하며 해협 봉쇄 대응 책임을 나토와 한국 등 수혜국들에게 노골적으로 떠넘겼다. 미국은 원유의 상당수를 대서양 분지나 유라시아, 캐나다 등 호르무즈와 무관한 경로로 조달하고 있어 이번 사태로 인한 물리적 타격이 상대적으로 적다. 이러한 미국의 전략적 고립주의는 동맹의 가치를 철저히 경제적 득실로 환산하는 비대칭적 동맹 리스크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이란 핵 위협 방어를 명분으로 시작된 군사 행동은 이제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출구 전략을 위한 수사로 변질되었다는 비판이 높다. 미국은 직접적인 에너지 피해가 적다는 계산하에 동맹의 안전 보장이라는 전통적 역할을 방기한 채 철저한 미국 우선주의 길을 걷고 있다. 미국의 이러한 태도 돌변 이면에는 트럼프 행정부를 사지로 몰아넣고 있는 심각한 내부 정치적 위기가 도사리고 있다.
▮▮중간 선거 앞두고 추락하는 지지율, 경제 정책에 등 돌린 민심
미국 대선과 중간 선거를 앞두고 가계 물가 부담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생존을 위협하는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2026년 3월 말 실시된 SSRS와 CNN의 여론조사 결과는 트럼프 행정부에 충격적인 지표를 제시했다. 대통령의 경제 정책 지지율은 단 두 달 만에 8%포인트 급락한 31%를 기록하며 역대 최저 수준의 스태그플레이션적 압력을 반영했다.

조사에 참여한 미국 성인의 65%는 트럼프의 정책이 오히려 경제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응답하며 정책 불신을 드러냈다. 현재 경제 상황이 나쁘다고 인식하는 비율은 77%에 달하며 유가 급등과 관세 부담이 가계 경제에 미친 부정적 영향이 실시간으로 여론에 반영되고 있다. 특히 경제 지지율 하락 속도가 전체 지지율보다 두 배나 빠르다는 점은 트럼프가 호르무즈 사태에서 서둘러 손절을 결단하게 만든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
미국 내에서는 국토안보부(DHS) 셧다운 사태에 대해 65%의 유권자가 반대 의사를 표명하며 행정부를 거세게 압박하고 있다. 동시에 부정 선거 방지를 골자로 하는 SAVE 어메리칸법에 대해서는 68%의 지지가 쏟아지며 유권자의 59%가 중간 선거 전 통과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내부의 정치적 소용돌이를 타개하기 위해 대외 분쟁에서의 조속한 이탈과 책임 전가를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역사상 모든 에너지 위기를 합친 규모, IEA의 역대급 경고
국제에너지기구인 IEA는 2026년 3월 보고서를 통해 호르무즈 봉쇄가 가져올 파급력이 과거의 모든 위기를 압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4월의 원유 공급 손실량은 3월의 두 배에 달해 글로벌 공급망의 완전한 마비를 예고하고 있다. 가스 공급 손실 규모 역시 4년 전 유럽을 뒤흔들었던 러시아 가스 중단 사태를 이미 넘어서며 역사상 최대 규모의 에너지 디커플링을 초래했다.

IEA는 이번 위기가 인류 역사상 존재했던 모든 에너지 위기를 합친 것보다 더 거대한 파괴력을 가졌다고 평가하며 시장 개입을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11일 IEA 회원국들은 만장일치로 4억 배럴 규모의 비상 비축유를 시장에 방출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하지만 IMF와 세계은행의 공동 대응 촉구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전략적 개입 기피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걷잡을 수 없이 키우고 있다.
전쟁 발발 직후 브렌트유는 배럴당 120달러에 육박하며 시장을 공포로 몰아넣었으며 한 달 사이 가격이 20달러나 폭등하는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미국의 방관 속에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역사상 유례없는 공급 절벽의 공포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처럼 거대한 위기 상황에서 에너지 자급이 불가능한 동맹국, 특히 한국이 마주한 현실은 가혹한 생존의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중동 의존도 70% 한국의 비명, 치명적 약점 드러난 에너지 안보
에너지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는 이번 사태로 가장 치명적인 급소를 찔렸다.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70%와 액화천연가스인 LNG의 2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는 사실은 국가 안보의 심각한 구조적 취약점이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달러 상승할 때마다 한국의 GDP 성장률은 0.45%포인트 하락한다는 분석은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을 위협하고 있다.
트럼프의 방관 속에 국내 유관 부처 간의 손발도 맞지 않는 모습이다. 해양수산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스트-웨스트 파이프라인 종착지인 얀부항 입항 여부를 두고 안전성과 실효성 측면에서 뚜렷한 이견을 보였다. 유관 부처의 이같은 혼선은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마비 상황에서 한국의 위기 대응 능력이 얼마나 허약한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현재 한국은 민관 합산 221일분의 비축유를 보유하고 있으나 이는 석유화학 제품 생산 억제 등 가혹한 생산 절감을 전제로 한 임시방편일 뿐이다. 가스 분야는 가스공사의 9일분 비축 의무만 존재할 뿐 민간 직수입자에 대한 의무가 부재하는 등 제도적 허점이 명확히 노출되었다. 이번 사태는 한국에 공급망 다변화와 에너지 자립이라는 해묵은 과제를 가장 고통스러운 방식으로 다시 던지고 있다.
▮▮각자도생의 시대, 한국 경제가 나아가야 할 생존 전략
동맹의 보호막이 사라진 각자도생의 국제 정세 속에서 한국은 독자적인 장기 안보 전략을 확보해야 한다. 우선 중동에 편중된 에너지 공급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미국산 원유와 가스 도입 사업에 대한 직접 참여를 획기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이는 미국의 통상 압박을 완화하는 동시에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는 고도의 전략적 윈윈 전략이 될 수 있다.
제도적으로는 올해 시행된 자원안보특별법을 개선하여 비상 상황 대비 체계를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 특히 민간 직수입자에 대한 가스 비축 의무를 신설하는 등 가스 비축 체계를 전면 재점검하고 에너지 안보 전담 조직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는 기업들이 갑작스러운 에너지 원가 상승 압박을 견디고 국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세제와 금융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국내 에너지 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발전의 비중을 높이는 에너지 믹스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소형모듈 원자로인 SMR 도입을 국가 전략적 과제로 추진하여 화석연료 의존도를 근본적으로 낮추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전문가 중심의 냉철한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고 글로벌 시각에서 미래를 준비해야만 한국 경제는 이 거대한 파고를 넘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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